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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생각하다

by 피아노

나를 바라본다. 낯설다. 나는 나를 볼 수가 없다. 거울에 비친 정지된 나를 보지만 움직이며 생활하고 말하는 내가 아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의 의식이 나인가.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나로 살지만 나에 대해서 나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사람들과 만나고 함께 일하며 느끼는 것은, 우리는 다 다르다는 것이다. 각자 살아온 환경과 경험이 다르고 가정의 언어가 다르고 개인적 체험이 다르다. 친밀한 가족도 때로 너무 낯설다. 그래서 나와 취향이 비슷하여 공감대가 잘 형성되고 대화가 잘 되는 사람은 귀하다. 업무의 특성상 나는 주기적으로 근무지를 옮겨 새로운 사람들과 한동안을 지낸다. 인연이란 무엇인가. 일을 하며 하루 8시간을 함께 지낸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인연이다. 나의 선택도 아니고 그들의 선택도 아닌데, 이 넓고 넓은 세상에서 우리는 만나 한동안을 함께 일한다. 전 근무지에서는 의식의 흐름이 매우 촘촘한 A와 함께 일하며 그의 미시적 세계관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ㅎㅎ 그런 때는 나를 한번 더 바라보게 된다. 너무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면, 그에게 나는 얼마나 당황스러울까도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타인에게 비친 나를 의식하며 <나>를 형성하고, 알게 모르게 함께 지내는 사람들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때로 자신에 대해 저렇게 모를까 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어쩌면 그것도 나에게 비친 내 의식 속에 있는 그 사람일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나를 보고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나를 돌아보는 성찰이 필요하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보면, 같은 상황에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언어가 다 달라서 흥미롭다. 연애프로그램이 아니고 인간탐구 프로그램 같아서 종종 본다. 프로그램을 마친 출연자들의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카메라에 찍힌 자신의 영상을 보고 낯설어하며 부분적이나마 자기 객관화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얼마나 어려운가. 자기 객관화라는 것이. 그래서 한번쯤 집이나 일터에 관찰카메라를 켜놓고 보고 싶기도 하다. 내가 모르는 나의 생각지도 못한 모습은 무엇일까. 나의 게으름의 끝은 어디일까.ㅎㅎ 타인의 이상한 모습은 잘도 아는데 나의 이상함은 잘 인지하지 못한다. 어느 정도는 부족하고 이상한 채로 살지만 자주 나를 돌아보는 일은 꼭 필요하다.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이다. 마음이 무거운 일들이 잘 흘러가길 바라고 내 세계에 갇혀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하여는 <내려놓기>해야겠다. 벌써 조금 가벼워졌다.

조금 거리를 두고 나를 바라보는 일. 겨울휴가에는 자연에게로 가 긴장되어 있는 두 어깨에 힘을 풀고 깊은 명상의 시간을 가져야겠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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