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공연 열흘 전, 잡지 <객석>의 음악회 기대평 이벤트 당첨으로 기분 좋음 한 가지가 생겨버리고 열흘 간 마음속 한 구석에 작은 기쁨이 있었다.
화보가 많은 잡지를 어릴 때부터 좋아했다. 일본 패션잡지 <논노>부터 <보그>, <바자>등 패션잡지, 클래식 음악의 <객석>과 미술 관련 <월간미술>, 여행잡지 <뚜르드몽드>나 라이프스타일을 다룬 <메종>, <리빙센스>, <까사리빙>등 잡지가 주는 정보로 받는 번뜩임이 있다. 서점에 가서 사서 보다가 언제부터인가 어플 <도서관 매거진>을 통해 무료로 다양한 잡지를 접할 수 있게 되어 모르는 사람들에게 홍보를 한다. 아무 도서관 홈페이지를 들어가도 이 모든 다양한 전자잡지를 볼 수 있다. 눈이 휘둥그레진다. 주제별로 나뉘어 있는 잡지를 스마트폰으로 한 손 안에서 아무 때나 편하게 볼 수 있어서 좋고 그 분야의 종류가 꽤나 다양해서 놀랍다. 시사 및 경제는 물론 농경과 원예, 화학장치기술, 과학, 컴퓨터월드, 스포츠, 플라워, 바둑, 스도쿠, 요트 등 매우 다양한 분야별 주제로 컬러풀한 화보와 최신정보로 책과 다른 매력이 철철 넘친다. 오, 잡지를 사랑한다. ㅎㅎ 그러니 <객석>이 이렇게 이벤트도 당첨시켜주나 보다.
소비를 할 때 물건을 사는 것보다 경험을 사는 것에 비중을 두면 삶이 더 풍요로워진다. 그래서 공연이나 전시, 여행이나 운동, 악기나 언어등 배우기에 소비하려고 그 힘든 노동을 한다. 그 노동이 요즘 꽤나 버거운 중이다. 큰 부담을 갖고 하루하루 버티고 견디는 와중에, 음악회 티켓 선물로 살짝 위안을 얻었다.
하모니시스트 박종성과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의 <The Harmonics> 앨범 발매 기념 공연 'Boundless'!
하모니카와 색소폰의 낯선 조합에 테너 존노가 게스트로 나온다니 궁금해지는 공연이었다. 아주 엄청 좋을 것 같지는 않고 일요일 저녁 가볍게 즐길 수 있으려니 생각하고 평소에 클래식음악 모임을 갖고 있는 지인과 함께 롯데콘서트홀로 향했다. 저녁식사로 먹은 <시금치 플랫 브레드>는 시금치만 잔뜩 있는데 놀라운 맛이다. 공연을 보기 전 만족스러운 식사가 기분을 더 좋게 해 주었다. 잠실 롯데몰의 <치즈룸&테이스팅룸>이라는 이탈리안 식당의 이 메뉴는 누구에게라도 추천해주고 싶은 맛이다. 내 뇌가 새로운 음식에 반짝했다.
편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내부 디자인의 롯데콘서트홀로 들어서니 무대에 피아노 한대가 있었고, 붉은색 조명으로 이색적인 분위기였다. 이어서 연주자들이 등장하고, 예상밖의 기가 막힌 클래식 하모니카로 시작된 박종성의 오프닝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하모니카로 묘기를 부리듯 했던 놀라운 연주에 이어 브랜든최의 감미로운 색소폰연주로 마음이 울렁거리시 시작했다. 이어 테너 존노는 <빌리조엘>의 <피아노맨>을 불러 미소 짓게 했고, 기타리스트 박주원과 하모니카, 색소폰 트리오가 음악에 맞춰 한 몸이 된 듯 움직이며 신들린 듯 연주를 하는데,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스페인의 어떤 광장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연주 후, 기타리스트 박주원의 소개에서, 트리오로 연주한 곡이 역시 스페인음악에 영감을 받고 작곡한 곡이라고 했다. 젊은 연주자들의 멋진 앙상블로 기타와의 합주는, 다 때려치우고 당장 스페인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여행과 자유로움을 상상하게 했던 멋진 합주로, 나도 어느새 연주에 몰입하여 벅찬 감정이 들었고 참으로 감사한 순간이었다.
하모니카, 색소폰, 기타가 피아노, 더블베이스, 첼로와 함께 했던 이 연주회에서 브랜든 최의 색소폰 소리가 마음에 와닿았다. 연주자가 악기에 불어넣은 영혼이 전해지는 듯 훌륭한 연주는 이렇게 마음을 움직인다.
행복에 여러 감정이 있지만, 감동하는 순간이 많을수록 우리는 행복하다.
마음에 와닿는 예술을 접했을 때 감동하고, 누군가의 의로운 행동을 보고 감동하고, 타인의 따듯한 마음이 나에게 왔을 때 감동한다. 힘과 노력을 들여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도 감동한다. 이벤트 당첨으로 얻은 음악회 티켓 선물로 브랜든 최의 색소폰의 세계를 알게 되어 나의 세계가 아주 조금 확장되었고 젊은 연주자들의 하모니로 감동한 하루였다. 많이 감동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