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에 물들다

여행의 기록

by 피아노


1. 오키나와다. 토마리항구에서 2시간 정도 배를 타고 자마미섬에 가서 스노클링을 하기 위해서 온 오키나와의 나하다. 이 여름 생전 처음 스노클링을 한다. 스노클링 포인트를 찾아 멀리 여기까지 오기 전, 삼척 바다에서 연습까지 하고 온 오키나와다. 내가 목적지를 정하고 오고 싶어서 왔다기보다 그냥 이끌려 온 오키나와다.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2시간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섬에서 하루, 그 섬에서 보트를 타고 가는 무인도에서 하루, 스노클링 하는 일정이라 오히려 걱정이다. 배 타는 것도, 날씨도, 일본의 지진도. 걱정인형이 되어 온 오키나와다.

배를 타기 위해 하루 전에 여유 있게 도착한다. 1682년 류큐왕조가 오키나와 도자기 가마들을 츠보야 야치문거리로 통합하면서 조성된 도자기 거리로 간다. 걱정은 접어두고 내가 좋아하는 다양한 그릇들을 보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단정한 일본의 거리다. 에메랄드 바다 빛깔의 도자기가 눈길을 끈다. 숟가락과 포크가 그려진 접시도, 스모선수가 그려진 작은 접시도 귀엽다. 바다빛 컵을 사들고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소소한 상점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거리에 핀 꽃들도 이국적이다. 타국에 와서 낯선 거리를 걷는다. 걱정은 어디 가고 마음이 붕 뜬다.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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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키나와의 자마미섬이다. 오래전부터 바다가 가까운 마을에 머물고 싶었다. 섬에서 살고 싶었다. 이곳에서 이틀 머문다. 큰 배에서 내려 숙소의 픽업서비스로 숙소까지 간다. 이곳은 섬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자연이 훼손되지 않은 그대로이다. 좁은 길로 들어서니 얼마 안 가서 예쁜 숙소가 나온다. 짐을 풀고 스노클링 장비를 들고 후루자마미 비치로 이동한다. 후루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니 old라는 뜻이라고 한다. 류큐 왕조 때에도 있던 아주 오래된 해변이라는 설명이 돌아온다. 햇볕이 뜨겁다. 작은 해변에 사람들이 많지 않다. 파라솔을 빌려 자리를 정하고 바다로 뛰어든다. 이 바다는 투명하다. 그동안 봐 왔던 바다가 아니다. 도자기가게에서 본 그 옥 빛 바다다. 물속이 다 보인다. 낙원이다. 스노클링 마스크를 쓰고 들어가 본다. 컬러풀한 물고기들이 가득이다. 어쩌다 나는 이곳까지 와서 이 물고기들을 만나게 되었을까. 화보에서나 나올 법한 풍경 안에 내가 있는 게 비현실적이다. 사랑이 갑자기 찾아오듯 자마미 섬의 아름다운 해변과 컬러풀한 물고기들이 갑자기 나와 만난다. 모래가 아닌 산호가루 해변에 누워 에메랄드 빛 바다와 하늘을 바라본다. 뜨거운 여름이다. 몸이 뜨거워지면 바다로 풍덩해서 무아지경으로 물고기의 세계로 들어간다. 산호초와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물고기들과 섞여 나도 바다 안에서 날아다닌다. 신세계다. 물에서 한참을 놀다가 먹는 음식은 다 꿀맛이다. 오후 4시 30분 즈음 정리를 하고 숙소로 간다. 스페인에서 온 커플과 인사를 나눈다. 도쿄와 교토를 찍고 오키나와의 이 섬으로 왔다고 한다. 잠깐의 휴식 후, 예약해 둔 식당으로 향한다. 숙소에서 식당 까지 걸어가며 섬마을을 구경한다. 관공서 앞 홍보물에 만화풍 그림이 다 들어가 있는 게 재미있다.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하며 번역기를 돌려본다. 복지센터 홍보, 섬마을 강도 조심 알림 등이다. 이런 왜 딴 섬에 강도가 있다니 놀랍다. 언어를 모르니 그림만으로 알아맞혀 보는 재미가 있다. 벽보에는 고양이와 어린이 얼굴이 그려진 무슨 경고문이 보인다. 알아보니 동물과 어린이를 만나면 속도를 늦추라는 얘기다. 귀엽다.

이 섬에는 매혹적인 빨간 꽃이 많다. 히비스커스 꽃이다. 히비스커스 차만 마셨지 꽃을 보니 반갑다. 하얗고 노란 플루메리아는 그 향기가 진하다. 노란 알라만다도, 핑크 부겐빌레아도 내가 사는 곳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꽃들이다. 따듯한 나라에 오면 볼 수 있는 꽃들의 향연이다. 숙소 주변을 걷다 보니 해질 때가 되고 항구의 노을이 무척 아름답다. 섬마을의 밤엔 별이 쏟아져 밤하늘을 오래도록 쳐다본다. 낯선 곳의 아름다운 풍경이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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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키나와 자마미섬 가까이에 있는 무인도다. 자마미섬 항구에서 조그만 보트를 타고 한 10분 걸려 온 무인도다. 보트 운전하시는 분이 텐트를 대여해 준다. 네 팀정도가 자리를 잡고 있다. 햇볕이 따갑다. 자리를 잡자마자 바다로 들어간다. 후루자마미비치보다 더 투명하다. 가족인 듯 보이는 작은 니모 3마리를 보호하며 아빠니모가 빠르게 움직여 경계를 한다. 산호초 위에 옥빛 물고기 떼가 경이롭다. 물고기들의 색의 조화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무아지경으로 이 먼바다 안에서 물고기멍을 한다. 무인도이고 안전요원도 없다 해서 걱정을 했던 곳인데 수심도 깊지 않고 하늘은 맑고 세상 평화롭다. 기우였다. 산호해변에는 다양한 무늬의 소라를 등에 업은 소라게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소라껍데기무늬도 예술이다. 자연의 색이다. 세상만사 잊고 동심으로 돌아간다. 두고두고 생각날 투명한 에메랄드 빛 바다의 세계다. 예약해 둔 시간에 보트가 다시 와서 자마미섬 항구로 데려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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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시 오키나와 나하다. 자마미섬에서 쾌속선을 타고 나온다. 갈 때 두 시간 걸렸는데 한 시간 만에 토마리항구에 도착한다. 쾌속선이 있는 줄 몰랐는데 배 시간을 조정하다 우연히 알게 되어 배 위에 있는 시간을 줄인다. 배를 타고 본 바다의 색은 짙은 코발트블루다. 사방이 짙은 코발트블루다. 망망대해가 이 아름다운 파랑이다. 윤동주 시인은 파란 하늘을 들여다보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들고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나고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보니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이 어린다고 했다. 파란 바다를 계속 바라보니 나에게도 파랑이 물드는가 싶다. 아름다운 파랑을 원 없이 보고 나하의 숙소로 간다. 이틀 물놀이가, 할 때는 몰랐는데 운동 강도가 세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뤼렉스하면서 일상으로 다가갈 준비를 한다. 조금 쉬다가 숙소 가까이에 큰 서점을 간다. 1층이 다인줄 알았는데 3층까지 분야별로 엄청난 책들이 있다. 무라카미하루키의 노르웨이숲 영어소설과 수필집 두 권을 산다. 빨간 표지가 예쁘다. 표지가 예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설렘이다. 나하국제거리로 가 쇼핑을 하고 숙소에서 가볍게 수영을 하며 언니와 조금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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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집이다. 비행기를 타고 배를 타고 보트를 타고 바닷속을 다녀온 뇌가 놀랐나 보다. 나는 지금 여행을 가기 전의 내가 아니다. 이번 여행은 다른 여행과 다르다. 새로운 체험을 해서 그런지 여행의 기억이 오래 남는다. 좀 덜 먹어지고 더 잘 뛰어진다. 더 잘 살고 싶다.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보니 더 보고 싶은 욕망과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해진다. 마음이 조금 넓어졌는지 미안한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할 용기도 생긴다. 나의 세계를 넓히기 위해 또 떠날 궁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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