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날다

여행의 기록

by 피아노

2주 후에 오키나와 자마미섬에 간다. 자연을 겁나 좋아하는 언니와 조카의 계획으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끌려서 생전 처음 스노클링을 하러 간다. 물을 좋아해서 수영을 즐기긴 하지만 바다수영은 겁난다. 오키나와에 가서 할 스노클링 사전연습으로 온 삼척 대진항이다. 스노클링 포인트를 찾아서 온 이곳은 유럽의 구석진 바다의 여름풍경과 같이 사람들이 드문드문 각자의 여름을 즐기고 있다.

태양은 뜨겁고, 젊은 청춘들은 즐겁고, 바다 위는 파도도 없이 잔잔하다. 평화롭다. 스노클링 마스크를 쓰고 오리발을 신고 물속으로 들어가 본다. 엇, 그 안은 평화롭지 않다. 깊고 험한 굴곡으로 시커멓고 무섭다. 스노클링 장비가 익숙지 않아서 호흡이 가빠지자 순간 공포의 도가니에 휩싸인다. 도저히 안 되겠다. 물 밖은 세상 평화로운데, 물속을 들여다보니 너무 무섭다. 태어나 아기 때부터 보아온 조카가 어른이 되어 나에게 말한다. 손을 잡고 벽을 따라 움직여 보자고. 딸내미 같은 조카가 나를 잡고 스노클링을 알려준다. 그녀의 성장이 대견하다. 무서워도 해본다. 어찌어찌 깊이가 낮은 데까지 가본다. 손톱만 한 물고기들이 표면에 떼 지어 다닌다. 귀엽다. 물고기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어두운 물속에 노란줄무늬 물고기가 보인다. 아름답다. 자세히 보니 제법 큰 물고기들도 있다. 어느새 공포가 사라지고 약간의 여유까지 생긴다.

수영장에서 수영을 할 때는 호흡을 위해 물 밖으로 머리를 들어 올려야 하는데, 스노클링 장비로 물속에서 입으로 호흡을 하니 훨씬 더 자유롭다. 물 안에서 물속을 바라보며 유영한다. 물 안에서 날아다니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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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얼마나 중요한가.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가. 호흡을 못해도 나는 수영을 할 수 있지 않은가. 바닷속을 들여다 보고 순간 든 생각은, 내 머릿속을 공포로 가득 채웠지만 용기를 내서 몇 번 시도해 보니 공포는 사라지고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법륜스님의 인터뷰에서 <스스로에게 사로잡히지 말라>고 한다. 내가 나에게 사로잡혔던 수많은 순간이 지나간다. 각도를 조금 틀거나, 뒤집어 생각해 보거나, 호흡을 조금 가다듬고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 한 방향에만 사로잡혀 괴로워했던 지난날들이 지나간다.


헬스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슬로 조깅에 도전해 매우 느린 달리기의 맛을 조금 알았다. 나는 달리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은 것일 줄 몰랐다. 달려보니 달리는 게 어려웠지만 자꾸 달려보니 어느 순간 다리의 고통이 사라지고 자동으로 다리가 움직이고 있다. 몸은 에너지를 최대한 안 쓰려고 하지만 애써 반복하면 따라온다. 느리게 달리기도 나에겐 도전이었다. 동해의 숙소가 있는 대진해변에서 어달 해변에 이어 묵호항까지 느리게 달려본다. 해 질 무렵 하늘은 오렌지빛이고 트레드밀이 아닌 땅을 딛고 아주 느리게 달리는 기분이 꿈인가 싶다.


바닷속에서 입으로 호흡을 하면 내 숨소리가 거칠게 들린다. 느리게 달리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금 여기에서 나를 의식하며 명상하는 것이 이와 다르지 않다. 동해의 숙소가 있는 바닷가 마을은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고 매우 조용하고 평화로워 이번 여행은 모두 명상의 여정이었던 것 같다.


2주 후에 가는 오키나와에서 2시간 배를 타고 들어가는 자마미 섬 바닷속이 나에게 보여 줄 세계가 기대된다. 또 무엇을 도전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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