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게으름을, 누군가는 치열함을 말합니다.
스스로를 N잡 방랑식객이라고 부르는 멋진 지인이 있다.
"다음주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랑 이야기 나누는 연말모임 하는데 오실 수 있나요?"
생각거리가 많은 요즘이라, 누가 얼마나 오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는 자리에 가는 게 꺼려지기도 했지만 마침 시간, 장소도 괜찮았고 무엇보다 '믿을' 만한 분의 초대라 흔쾌히 수락했다.
열 명 넘는 분들이 참가하셨고, 다들 잘나가고 못나가고를 떠나 자신의 삶을 위해 다양한 일들을 하는 분들이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두 분(이랄까,, 두 조합)이 있었다.
한 분은, 일분일초도 낭비하지 않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 목표를 이뤄나가는 삶을 추구하는 의사이자 유튜버이자, 스타트업 대표이자 저자(이하 열심이). 다른 한분은, 인생에 있어서 게으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게으름을 찬양하는 작가이자 유튜버이자 크리에이터였다(이하 개으르니). 아니, 어떻게 이렇게 다른 사람이 한 공간에..?
각자 쓴 책 제목만 봐도, 이렇게 대척점에 서있는 사람을 잘도 불렀네 싶을 정도였고, 우연이었겠지만 실제 앉은 자리도 정확히 대각을 이뤘다. (바로 옆이면 민망할 뻔 했어.)
누가 옳고, 누가 그른 걸까?
내 스스로가 기준이 없었다면, 열심이를 보면서 치열하지 못한 나를 탓했을 것이고, 개으르니를 보면서는 여유를 갖지못하고 초조해하는 나를 꾸짖고 있었을 것이다.
서점에 가봐도 누군가는 열정을 누군가는 여유를, 누군가는 계획을 누군가는 행동을, 누군가는 글로벌을 누군가는 로컬을 말한다. 나란 사람에게는 어떤 것이 나다운지를 자문해가면서 기준을 만들어가지 않으면, 끊임없이 남의 이야기에 흔들리고 남이 옳다고 여기는 기준에 못 미치는 나를 원망하게 되기 쉽다.
취향도 마찬가지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기쁜지 계속 질문을 던지지않으면 미디어는 끊임없이 "다들 이게 좋다던데, 너도 해야되지않겠어"라는 사탕발림에 휩쓸리게된다. 그리고 더이상 질문을 하지않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손가락을 쳐다보며 핫하고 힙한 것들을 쫓아 열심히 뛰어다닌다. 언뜻 안전해보이지만 너무나도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나라고 흔들리지 않을까. 하루에 수십번도 넘게 "내가 원하는 게 뭔가.." 쉽사리 답이 나오지않는 영양가 없는 질문을 계속 한다. 그렇지만 내가 안하면 아무도 안 해줄 고민이기에 질문하고 생각하며 산다. 내 취향이, 내 기준이 있어야 남의 성공도 내 일처럼 기뻐해줄 수 있을테니까.
https://youtu.be/v7DrPS5dDxU?si=DU6QL6we6DX5W9Qh&t=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