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갱년기 체험

by 배니할

나는 마흔여덟이란 비교적 젊은 나이에 갱년기를 맞았다. 어려서부터 심한 편식으로 인해 몸이 약했기에, 아마 건강한 여성보다 10년쯤 일찍 시작된 듯하다. “아, 이제 여자의 역할은 끝인가 보다. 벌써 노년기로 접어드는 걸까?” 그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허전하고 울적했다.


갱년기는 단순한 신체적인 변화에 그치지 않았다. 얼굴이 뜨거워지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마음이 자꾸 들떠 안정을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치 가을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처럼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아이들은 아직 어렸고, 이제야 사람 사는 재미를 알 것 같았는데, 벌써 노년이라니, 인생이 참 허무하게 느껴졌다.


그 무렵, 괜히 남편이 하는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짜증이 나고 괜히 화를 냈다. 어느 날 공원 벤치에 앉아 “당신, 나랑 결혼 잘못한 것 같아”라고 툭 내뱉었더니, 남편이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렇게 나조차 감당하기 힘든 심란한 상태가 지속되다 결국 갱년기 클리닉을 찾게 되었다.


내분비과에서 여성 호르몬제를 처방받아 복용한 지 며칠 지나자, 거짓말처럼 마음이 안정되었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남편도 그제야 갱년기 증상을 이해했고, 주변 사람들한테 “갱년기엔 반드시 치료받아야 한다”라며 마치 전문가처럼 이야기하고 다녔다.


여성호르몬 치료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어떤 전문의는 긍정적으로 보고, 또 어떤 이는 부작용을 경계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는 “부작용보다 얻는 이점이 크다”라며 복용을 권한다. 나 역시 경험해 본 바로는, 치료를 통해 신체 노화를 지연시키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갱년기에는 정신적인 문제뿐 아니라 뼈 손실도 급격히 진행된다. 나뿐 아니라 친구들 역시 무릎 통증이나 피로를 호소했는데, 호르몬 치료 이후 그런 증상이 사라졌다고 한다. 또 갑작스러운 혈압 상승으로 인해 혈압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장기 복용으로 입이 자주 마른다며 늘 물을 들고 다녔다.


나의 경우, 호르몬제를 5년 복용하다가 약을 끊고 한동안 지냈다. 그런 후, 당시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고콜레스테롤) 수치가 293까지 올라갔다. 의사가 깜짝 놀라 고지혈증 약을 먹으라고 권하였다. 누가 보아도 나는 고지혈증과는 무관한 사람인 줄 알았다. 어려서부터 고기를 싫어했고 기름진 음식도 안 먹고 몸은 항상 마른 체형이었다. 그런데 고지혈증이라니? 전에 신문에서 본 기사가 생각이 나서 의사에게 “호르몬과 관계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 호르몬 치료를 해보고 나서 결정하겠다 하고는 여성 전문병원 내분비과에 가서 여성호르몬 약을 받아와서 복용을 했다. 6개월 후 혈액검사를 하니 수치가 233으로, 다시 두 달 위엔 217까지 내려갔다. 호르몬 약이 코레스테롤을 낮추는 게 확실했다.


하지만 몇 년 지나니 얼굴이 붓는 증상이 나타났다. 검사를 받아도 이상이 없었고, 피부과에선 ‘신경성맥반부종증’이란 진단을 내리고 스테로이드를 처방해 주었다. 약을 먹으면 부기가 빠졌지만, 무작정 복용할 수는 없었다.

문득 생각해 보니, 호르몬제가 서양 여성 체형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일 테고, 저체중인 나에겐 과다복용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약을 반으로 쪼개 복용해 보았다. 놀랍게도 얼굴의 부기가 빠졌다.


이웃에 친구가 있었는데 가끔 만날 때면 눈가가 말갛게 부어 있었다. 나는 내 경험을 이야기해 주고 약을 조금 잘라먹으라 권했다. 친구는 내 말을 믿고 그대로 했더니 부기가 빠졌다.


그렇게 갱년기 장애를 줄여가며 예순나이가 되었다. 이대로 늙어야지 하고 잘라먹던 호르몬 약을 완전히 끊었다. 그러자 바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253까지 올라갔지만, 호르몬약을 안먹고, 대신 요가를 선택했다. 3개월 후, 수치가 50 가까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코레스테롤을 조절하는데 자신감이 생겼다.


지금 나는 일흔 중반의 나이다. 나는 고지혈증 약과 고혈압 약 없이 잘 지낸다. 저녁 식후에는 30분 정도 꼭 산책을 해서 당 조절을 한다. 친정 어머님이 당뇨합병증으로 다리를 절단하고 돌아가셨다. 그런 이유로 당뇨라면 무서워 늘 식단에 신경을 쓴다. 그리고 집안일도 운동한다는 생각으로 하고, 먹는 것을 활동으로 소비하려고 식후에는 산책이나 외출을 많이 한다.


이 모든 과정은 결국 내 몸을 직접 실험하며 알아낸 경험이다. 갱년기를 겪는 많은 여성에게 이 경험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늙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과정을 어떻게 마주하느냐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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