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 통

마음을 잇는 가장 따뜻한 다리

by 배니할


올 추석에 몇 군데 안부 전화를 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나이가 들면서 ‘전화 한 통’의 유무가 관계를 가르는 일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젊어서는 별일 아니던 일들이, 이제는 그 사소한 전화로 인해 형제나 친구 사이에 서운함이 생기고 마음의 거리가 멀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나는 늘 먼저 전화를 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가끔 ‘본전 생각’이 난다. 혹시 혼자만 마음을 쓰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지방으로 이사 온 뒤로는 연락이 끊어진 이들이 부쩍 늘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속담이 참으로 맞는 말임을 실감한다.
평범한 인연이던 사람들과는 자연스레 연락이 끊어져도 미련이 없다.


그러나 오랜 세월 함께 웃고 울던 친구만은 그렇게 남이 되어버리면 안 된다. 어릴 적부터 한동네에 살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절대 전화를 하지 않는다.


나도 섭섭한 마음에 한동안 연락을 끊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참지 못하고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했어” 하면 그제야 반가워하며 긴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지만 다음번에도 여전히 먼저 전화를 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제는 안다. 전화 한 통에 마음을 담는 일은 사람을 잃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을. 그래서 앞으로도 형제와 친구들에게 주저하지 않고 전화를 걸 생각이다.
놀랍게도, 내가 전화를 하면 누구나 다 반가워한다.
그들은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전화를 건 줄을 모른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내가 혼자 오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 통화요금을 무제한으로 바꾸었다. 마음 놓고 안부 전화를 하자는 뜻이다. 한 달 5만 원으로 형제와 친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보다 값진 일이 어디 있겠는가.


친구 중 한 명이 암에 걸렸을 때의 일이다. 나는 친구 K에게 함께 병문안을 가자고 했지만, K는 반응이 없었다. 결국, 혼자 다녀왔다. 수술 후 아홉 달이 지나도록 K는 전화 한 통 해주지 않아 그 환우 친구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그 일을 보고 ‘전화 한 통의 무게’를 새삼 느꼈다.


세월이 흐르면서 생활이 달라지고, 접촉이 줄어들면서 정말로 친척이 남이 되고, 친구가 낯선 사람처럼 되어가는 현실이 서글프다. 그럴 때마다 나는 깨닫는다. 이제는 전화 한 통으로 사람의 마음을 시험하지 말아야겠다고.


오늘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내 주변 사람들에게 이 간단한 일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어서이다. 특히 젊은 엄마들에게 말하고 싶다.
시댁과의 관계에서도 전화 한 통의 지혜를 발휘하라고.
덕은 못 쌓더라도 오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나는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전화 한 통으로 평생의 인연을 잇는다면, 그까짓 전화 한 통이 뭐 대수인가. 옛말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현대의 ‘말 한마디’는 어쩌면 전화 한 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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