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이 넘은 나이에도 나는 최전선에서 싸우는 백전노장이다. 백번의 전투에서 죽을 고비도 몇 번 넘겼고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 다시 회복하여 늦은 나이에도 부름을 받았다. 하여 기쁜 마음으로 노구를 이끌고 전장에 나왔다. 해가 뜨기도 전, 전사는 무장한다. 오늘도 단단히 옷을 여미고, 그 위에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쓰고 오늘 하루 있을 전투에 임한다.
세상에 나온 지 13개월밖에 안 된 아기를 이 세상의 온갖 공해와 질병으로부터 지켜내야 할 중차대한 임무가 내게 부여되었다. 자 오늘도 아기를 안고 세상이란 전쟁터로 나왔다. 우선 양식을 구해다 아기의 생명을 이어갈 영양분을 공급해야 한다. 모유가 부족하여 우유로 지금까지 지내왔으나 요즈음은 이유식으로 세끼를 하고 한 번만 분유를 공급한다.
아기가 기침한다. 콧물도 흐른다. 환기를 자주 시키고 가습기와 공기청정기를 틀어 실내공기를 좋게 하였다. 그럼에도 어느 사이 세균 병들은 우리 아기에게 공격하여 감기에 들게 하였다. 이 노전사가 그렇게 열심히 보호하였는데도 말이다. 잠도 설쳐가며 몇 차례 기저귀도 갈아주고 이불도 덮어주었는데도 콜록거리니 걱정이다.
일교차가 커서인지 식구들이 모두 앓기 시작했다. 지난 며칠간의 치열한 전투에서 세균병들에게 패배를 많이 하여 전사의 시름이 깊어졌다. 네 살짜리 아기의 오빠는 이미 지독한 세균병에게 습격당하여 감기가 폐렴으로까지 이르러 현재 큰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이다. 큰 아기를 간호하던 딸은 병원에서 A형 독감이란 놈에게 습격당했다.
오전에 아기를 택시라는 전차에 태우고 동네병원에 다녀왔다. 병원에는 아기 환자들이 가득했다. 감기가 폐렴으로 된 아기들도 많이 있었다. 유난히 올해에는 폐렴이 유행이라니 참 독한 놈들이 내가 사는 성을 자주 공격 하고 달아났다. 이건 성문을 닫아놓아도 공기를 타고 침투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집집에서 이에 대비한 전략을 다시 짜야 할 것이다. 우선 찬 공기에 마스크 착용은 필수, 충분한 수분과 영양공급이 필요하겠으나 우선 면역력을 키워야 갖가지 세균병들의 습격을 막아낼 수 있지 않을까.
내 딸만 해도 그저 조금만 추워도 방 안의 온도를 올려놓고 찬바람 들어온다고 환기도 자주 안 시킨다. 그러고는 아기들에게 옷만 잔뜩 여려 겹 입혀 놓는다. 수많은 세월과 더불어 야전에서 익힌 이 노장의 경험을 한 귀로 흘려버리니 안타깝다.
전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아기들을 씩씩한 무사로 키워내야 한다. 온실 안의 시금치처럼 키울 것인가, 노지의 검푸른 시금치로 키워낼 것인가 . 세균병들은 연하고 부드러운 시금치를 좋아하자 검푸르고 억센 시금치는 싫어한다.
큰아기가 요즈음 밥도 잘 안 먹는다. 제 엄마가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면서부터이다. 딸은 바람 쐬면 감기 걸린다고 어린이집에서 곧장 집으로 데리고 와서는 장난감하고 놀게 하거나 아니면 TV나 켜서 좋아하는 동영상을 보여준다. 그것을 쳐다보는 나는 한숨이 나온다.
작년엔 달랐다. 할머니 전사와 큰아기는 어린이집 가기 전, 새벽마다 공원에 가서 체력을 길렀다. 큰아기는 공원의 오리랑 금붕어랑 보는 재미와 강 건너 기차 를 바라보며
신나게 뛰어놀았다. 그때는 감기도 안 걸렸다. 더구나 폐렴이라니 그런 일은 없었다.
이제 나는 다시 갑옷과 투구를 점검한다. 성안까지 침투한 세균병들에게 다시는 당하지 않으리라. 내가 쓰러지면 모든게 무너진다. 세 사람의 환자를 누가 돌보겠는가? 감기쯤에 굴복할 수 없다.
나는 감기에 걸려도 이겨낼 그런 비법들을 많이 알고 있다. 어지간해서는 약도 안 먹는다. 으슬으슬 몸이 떨리면 따뜻한 효소 한잔하고 따뜻한 방바닥에서 이불 덮고 한잠 푹 자면 회복이 된다.
오늘도 전투하러 나선다. 다칠지언정 살아남아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하루 세끼 보급품들을 빠짐없이 챙겨 전력을 보강한다. 그 외에도 특수 보급품이 준비되어있다. 도라지, 생강엑기스로 힘을 주어 기력을 보강하고 감기 세균들이 싫어하는 확실한 전략으로 열심히 전투에 임하고 있다. 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