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전문가다

by 배니할

시골로 내려온 뒤, 나는 도시에서 지낼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었다.


평생 도시에서만 살아온 나에게 사람에 대한 이해는 내 주변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가족, 친지, 친구들, 그리고 성당 교우들. 모두 나와 비슷한 환경,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전문가’란 곧 전문적인 지식과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라고만 생각해 왔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늘 존경스럽고, 그들 덕분에 세상이 잘 굴러간다고 믿었다. 그러나 시골에서 마주한 현실은 내 생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아랫집 아주머니는 혼자 살면서도 하루 종일 밭과 집을 오가며 쉼 없이 움직였다. 봄이면 밭에 비닐을 씌우고 고추 모종을 심고, 절기에 맞추어 작물을 심고 가꾸고 김을 매고, 농약과 거름도 적절히 뿌린다. 가을이면 마당엔 수확한 농작물이 가득하고, 밭 가의 호두나무, 감나무, 대추나무에서도 자연의 선물을 빠짐없이 거둔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문득 깨달았다. 이분들이야말로 농사의 ‘전문가’가 아니고 무엇인가.


내가 만난 다른 이웃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나무는 언제 전지해야 하는지, 매실나무 손질은 어느 시기가 가장 좋은지, 잔디밭엔 언제 농약을 뿌려야 잡초가 덜 나는지…. 모두 꿰차고 있었다. 어느 산에는 어떤 산나물이 나는지, 어느 나무는 무슨 버섯이 자라는지, 독버섯은 피하고 먹을 수 있는 버섯은 정확히 골라낼 줄 아는 능력은 단순한 경험을 넘어선 진짜 ‘전문성’이었다.

이런 분들을 가까이에서 보며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교만이 조금씩 빠져나갔다. 그 대신 진심 어린 겸손이 스며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 사회에서 말하는 ‘면허증’이나 ‘자격증’은 단지 그 능력을 구분해 쓰기 위한 표지일 뿐이다. 실제로는 그런 공식적인 증명 없이도 더 능숙하게 일을 하며 소위 도사급의 기술자들이 많다. 다만 사회에서 요구하는 시험 그중에서도 필기시험만 안보았을 뿐 , 그 분야에서는 시간과 노력을 많이 한 사람들. 함께 일을 해보면 그들이 진짜 전문가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이제 생각한다. 세상 모든 사람은 자기 삶의 시간을 들인 만큼의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가진 존재라고. 나를 위시한 주부들. 요리, 청소, 육아 등 잡다한 그 많은 일들을 척척해 내는 주부들은 종합면허증을 줄 만하다. 10년, 20년... 50년. 죽을 때까지 살림을 하는 주부는 최고의 전문가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전문가라 해서 잘난 척할 것도, 그렇지 않다고 주눅 들 것도 없다. 내 삶을 지탱하는 나만의 능력, 그것이야말로 나에게 필요한 인생의 면허증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가 각자의 삶에서 전문가라는 긍지를 품고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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