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여섯 남매의 출생지는 모두 달랐다
명절이나 집안의 큰일이 있을 때만
부모님 손을 잡고 고향에 갔다
아버지의 고향,
할아버지의 고향을
우리의 고향이라 여기며 살았다
몇 장 남지 않은 고향의 그림
사립문 밖 행랑채에는 연자방아
안뜰에는 디딜방아
큰어머니가 방아를 디디면
어머니는 앉아서 쓸어 넣었다
또 한 장의 그림
할아버지, 할머니의 회혼례 날
아버지와 어머니가 두 분께 잔을 올리고
집안 식구들이 둥글게 둘러선 가운데
나는 단발머리만 쑥,
앞으로 내 밀고 있다
나이 들어 자주 꺼내볼수록
점점 빛이 바래가는 그림
고향의 그림도
나와 함께
늙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