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꽃바람에 몸을 실어 >

by 배니할

바람이 분다

창밖이 소란하다


뭐야, 뭐야 - 창을 열고 내다보니

벚꽃이 우르르 나무에서 떠나

바람을 따라 흩어진다


“뭐야, 인사라도 하고 가야지...”

나가진 못해도, 너를 보았어

내 생애 처음 꽂을 보러 못 나간 해

꽃이고 뭐고, 세 달을 갇혀지냈지


우리도 그래.

쓸쓸하긴 처음이었어

상춘객을 위해 분주히 치장했지만

올해는 누구도 오지 않았지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 때문에…


내년에 꼭 다시 와

올해 못다 한 몫까지

함께 웃자, 함께 흔들자

잘 가~ 잘 가~


계곡 물은

오늘 따라 요란해

흰 포말을 터뜨리며

바위를 두드리고

돌멩이를 뛰어 넘는다


새잎 틔운 덩굴장미

한 방향으로 몸을 기울이며

긴팔을 흔든다

“난 뿌리 박혀 못 가,

바이바이~ 바람아 잘 가~


창을 내다보던 나도 묻는다

뭐야,뭐야 무슨 일이라도 난 거야?

다들 하던 일 멈추고 달려가는 거야?


바람이 말한다

“언니도 나와 봐

기회는 지금뿐이야

내일은 약속할 수 없어

벚꽃은 놓쳤지만, 영산홍이 피었어

올해 첫 봄바람을 타 보자”


그래 맞아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세상

내일은 내일일 뿐

오늘, 이 봄바람에 몸을 실어

꽃구경이나 다녀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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