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엄마

by 배니할

엄마는

잎이 모두 떨어진 뒤에야

봄을 준비합니다.


북풍은 이리저리 낙엽을 끌어다

마당에 부려놓고

세상은 잠시

눈 속에 묻힙니다.


그동안 엄마는

아이들에게 입힐

새 옷을 짓습니다.


바느질 손길 사이로

자장가가 흘러 나옵니다.

밖이 궁금한 아기는

이불 속에서

엄마의 눈치를 봅니다.


“얘야, 조금만 더 자렴.

구정도 지나고 나면

입춘대길, 건양다경--

입춘방 걸어주고 올게.

그때

정해준 순서대로

나가면 된단다”


엄마는

다시 하던 일을 잇습니다.


문틈으로

매화가 축 늘어져

들어오는 것이 보입니다.


쯧쯧,

옆집 개나리네도

그랬단다.”


엄마는 더 말하지 않았습니다.

매화는 조용히

이불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농부들이

슬슬 밭을 일굴 즈음

새 옷 입고

차례로 나가렴.”


봄 엄마는

미선나무,

산수유,

매화,

목련,

진달래,

민들레,

제비꽃까지

줄지어 나서는 아이들을 보며

비로소

흐뭇한 미소를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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