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민들레꿈 김해리입니다.
25개월 천둥번개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작년 여름부터 돌봄 선생님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내렸는데, 올해는 능숙하게 혼자서 오르내립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제게 신기한 행동을 보여주었습니다. 정확하게 제가 아이 행동을 보고 신기하다고 느꼈습니다.
아이가 혼자서 난간을 잡고 계단을 내려옵니다. 오른발을 계단에 내리고 왼발을 내려서 오른발 옆에 놓습니다. 다시 오른발을 계단에 내리고 왼발을 오른발 옆에 놓습니다. 한 계단, 한 계단, 같은 속도로 내려옵니다. 그런데 마지막 계단에 이르자, 숨을 고릅니다. 무릎을 살짝 구부리고, 양팔을 엉덩이 쪽으로 펼칩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바닥을 응시합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가슴 가득 숨을 들이마십니다. 그리고 두 발을 모아 폴짝 뜁니다. 천둥이 번개 모두 마지막 계단에서 폴짝 뜁니다. 그리고 저를 향해 의기양양하게 웃습니다.
아이는 폴짝 뛰는 일에 맛을 들였습니다. 방석을 여러 개 쌓은 후에, 그 위에서 폴짝 뜁니다. 바닥 청소하려고 폴더 매트를 접으면, 어느새 올라가 폴짝 뜁니다. 자동차 뒷바퀴에 걸리는 주차장 턱에서도 두 발을 야무지게 올린 후에 폴짝 뜁니다. 아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숨을 가다듬은 후에 폴짝 뜁니다. 그런데 수많은 계단 중 마지막 계단에서 폴짝 뛰는 모습을 보니, 아무데서나 뛰지는 않나 봅니다. 아무 계단에서나 폴짝 뛰었다가는 머리 꽁! 아야 아야! 할 수 있음을 아는 겁니다. 아이는 자신의 능력을 크게 넘어서는 곳, 매우 위험한 곳에서는 절대로 뛰지 않습니다. 아주 쉽거나 100% 안전한 곳에서도 뛰지 않습니다. 크게 위험하지 않은 곳, 하지만 매우 안전하지도 않은 곳, 내 능력보다 아슬아슬하게 어렵게 느껴지는 곳에서 폴짝 뜁니다.
폴짝 뛰는 일에는 넘어지거나 다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험하지 않은 일은 재미가 없고, 모험이 아닙니다. 그래서 아이는 안전과 위험을 저울질하며 모험할만한 장소를 찾습니다. 위험이 가져다주는 긴장감, 내 능력으로 해볼 만하다는 확신, 모험을 하고 싶다는 열망 속에서 아이는 폴짝 뜁니다. 아! 생각해보니 하나를 잊었습니다. 아이가 혼자서 폴짝 뛰기까지, 제 손을 잡고 폴짝 뛰는 연습을 수없이 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렇다면 모험은 안전한 곳에서 시작하나 봅니다. 혼자서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때까지, 나를 믿어주고 지탱해주는 사람을 의지하여 모험하나 봅니다.
폴짝거리는 아이를 보며, '그래, 폴짝이 재미있지. 모험이 재미있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스스로에게 질문해봅니다. 나에게는 어떤 일이 모험일까요? 나는 어떤 모험을 할까요? 천둥번개는 어떤 모험을 꿈꾸고 해낼까요? 제가 만나는 내담자들은 상담실에서 어떤 모험을 하게 될까요? 제가 종종 쓰는 글이 제게는 모험입니다. 상담가로서 내담자를 만나고 배우며 성장하는 일도 모험이고, 좌충우돌 엄마로서 아이들과 지내는 일도 모험입니다. 제 스스로 모험을 즐거워하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천둥번개와 내담자들에게 모험을 연습할만한 안전한 장소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21년 6월에 쓴 글입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https://m.blog.naver.com/dandelion_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