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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꿈 Aug 19. 2021

엄마가 밉구나

안녕하세요 민들레꿈 김해리입니다.

오늘 글은 짜증의 시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짜증의 시간'은 '사냥의 시간' 패러디 같네요^^ )

​​

곧 두 돌이 되는 천둥번개를 키우면서 제일 힘들었던 일을 꼽자면, 일명 '짜증의 시간'에 대처하는 일입니다. 짜증의 시간에 아이를 달래기 힘듭니다. 다른 데 시선을 돌리려고 해도 계속 크게 울고, 평소 좋아하는 까까도 마다하고 웁니다. 울기 위해 우는 것 같달까요. 우는 데 목적이 있는 듯이, 울어야 하는 분량을 채워야 하는 듯이, 웁니다. 우는 아이를 안고 있자면 정신이 아득해지고 진땀이 납니다. 어떤 날에는 '도대체 언제 그치는 거야?'라고 시계 분침을 노려보기도 하고, 다른 날에는 얼이 빠져있기도 하고, 가끔은 너무 화가 나서 "그만 울어!"라고 다그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만 울라고 하면 할수록 더 크게 우니, 왕도가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엄마가 아이를 제일 잘 안다고들 하는데, 천둥번개가 우는 이유를  모르는 날이 많습니다. 그래서 짜증의 시간이 되면,


 것이 왔구나. 그래 하루  번은, 아니  번은 와야지!


이런 생각을 품곤 합니다.

짜증 내는  마음


어릴 때는 피곤하거나 졸려서 짜증의 시간이 왔다면, 최근에는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아서 짜증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며칠 전 천둥이가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하려고 해서,


안 돼!


라고 했는데, 그때부터 서럽게 울기 시작합니다. 아이는 발을 동동거리고, 안아준다고 해도 싫다고 버둥거립니다. 아! 또 짜증의 시간이 왔습니다. 그런데 오분쯤 지나니, 갑자기 '상담 연습 교본'이 떠오릅니다. 책을 새 것인 상태로 책장에 모셔두니 아깝고 다시 상담을 시작하니 기본기를 다지고 싶어서, 얼마 전부터 짬날 때마다 읽고 있습니다. 며칠 전 공감 연습문제를 풀어서 그랬을까요. 아이 마음을 공감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마음속 정답은 바로 미움이었습니다.


네가 엄마가 밉구나. 많이 밉구나.


아이가 엄마를 미워한다니요. . 아이가 엄마를 미워합니다. 반대도 가능합니다. 엄마도 아이를 미워합니다. . 엄마가 아이를 미워합니다. 육아하면서 만나는 나의 마음과 너의 마음은, '미움'입니다.​


우리의 마음, '미움'


우는 천둥이를 안고 "엄마가 밉구나, 엄마가 많이 밉지. 하고 싶은  못하게 하니 많이 밉지"라고 이야기하니, 아이가 점점 울음을 그칩니다. 언제 울었냐는 듯이 생긋 웃고는 다시 놀이하는데, 저는  자리에서 한참 먹먹한 마음을 경험했습니다. 미움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를, 이미 우리 안에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마음 안에 미움이 있습니다. 육아하기 전에는 엄마가 사랑만 받는  알았습니다. 엄마가 키우느라 수고하는데 당연히 사랑과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엄마가 되고 보니, 엄마는 사랑에 더해 미움과 원망을 받습니다. 엄마가 되는 일은 미움과 원망을 받는 일입니다. ​


더불어 저도 아이를 미워합니다. 계속 떼쓸 때 밉고, 바쁜 엄마 사정을 몰라줄 때 밉고, 하지 말란 행동을 슬슬 눈치 보며 할 때 밉습니다. 사랑하는데 밉습니다. 예쁜데 밉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예뻤다가 미웠다가 사랑했다가 밉습니다.

미워해도 괜찮아


천둥이와 번개가 한참 치열하게 싸울 (아마 16개월에서 20개월 사이 같습니다), 내심 서로 계속 미워하면 어쩌나 걱정했습니다. 미움이 우세한 감정이 될까 봐 두려웠습니다. 미움은 반갑지 않은 손님이자 익숙하지 않은 감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천둥번개가 싸울 때마다 서로를 향한 미움을 지켜보는 일이 어려웠고, 마음을 다잡아 '미워해도 괜찮아. 미워할 수도 있어'라는 말로 아이와 저를 다독이곤 했습니다. ​


그리고 이제는 아이가 저를 향해 품는 미움을 만납니다. 아이가 저를 미워하는 것을 알았을 때, 놀라기도 했지만 우는 이유를 알아서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맞아. 나를 미워할 수도 있지. 내가 미운 행동을 하면 내가 밉겠지'라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미운 행동을 하는 아이를 제가 미워하듯, 아이도 미운 행동을 하는 엄마를 미워할 수 있습니다. 미움은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그렇다면, 아이는 저를 향한 미움을 어떻게 경험할까요. 놀라고 당황할까요. 계속 미워할까 봐 걱정할까요. 아이의 감정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른이고 엄마니까, 아이에게 말해줍니다.


엄마가 많이 밉지. 엄마가 밉구나!


 말에 '엄마를 미워해도 괜찮아. 항상 사랑하고 좋아하지 않아도 우린  지낼  있어' 뜻을 담습니다. 그리고 제가 '미워해도 괜찮다' 것을 배우기까지 저의 미움을 견뎌주었던 고마운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항상 먼저 나를 버텨준 사람이 있어서, 저도 누군가를 버텨줄  있습니다. 천둥번개도 누군가를 버텨주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미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이 글은 21년 5월에 쓴 글입니다. 원문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https://m.blog.naver.com/dandelion_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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