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민들레꿈 김해리입니다.
천둥번개는 작년 말부터 어린이집에 등원하기 시작했고, 비로소 생일파티를 알게 되었습니다. 번개는 케이크를 안고 있는 라이언 인형을 볼 때마다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부르자고 합니다. 아빠?라고 하면 저는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아빠의~
라고 노래 부르며 생일 축하를 합니다. 단번에 노래를 끝내는 일은 없습니다. 아빠? 엄마? 이모? 오빠? 할머니? 할아버지? 아리? 를 거쳐, 최근에는 베개, 의자 생일도 축하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은 번개가
똥?
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똥도 생일을 축하해줬습니다. 허허.
아이의 사고를 물활론적 사고라고 부릅니다. 어떤 사물이든 살아있다고 사고하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는, 어떤 사물이든 아이의 세계에서 살아있습니다. 아이가 의자를 장난감으로 세게 두드리면, "두드리지 마! 보다는 "의자 아야 해"가 아이를 멈추는 데 훨씬 효과 있습니다. 아이의 세계에서는 의자도 살아있고, 똥도 살아있고, 장난감들도 살아있습니다. 의자는 아픔을 느끼고, 똥은 생일 축하를 받기도 합니다. 이 얼마나 신기한 세계인가요?
아이와 제가 다르다는 것을 깨달을 때면, 아이와 나는 동시대에 살지만 다른 세계에 산다는 사실을 생각합니다. 아이의 세계에서 집은 넓고 모험이 가득한 공간일 겁니다. 제게는 노동력과 관심, 노력, 손길이 늘 필요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자라면 우리 집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우리 집과는 다를 겁니다. 이렇게 아이와 제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문득 부모님과 어린 저 역시 같은 세계이자 다른 세계에 살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그때 내 방에 예쁜 전등을 어떻게 달게 되었는지, 엄마는 집안일하기 싫은 날에는 어떻게 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엄마의 세계를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보면서 아이의 세계를 궁금해합니다. 어느 날은 내가 살고 있는 세계를 생각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누군가와 진정으로 만나는 순간은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세계를 알게 되는 때일지 모릅니다. 나의 세계와 너의 세계가 만나는 순간이랄까요. 그래서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계를 궁금해하고 알아가야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천둥이가 돌 틈에 자란 작은 풀을 가리키며 "꽃! 꽃!" 합니다.
그래, 너의 세계에선 저 풀이 꽃이구나. 꽃이 참 예쁘다.
이 글은 21년 4월에 쓴 글입니다. 원본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https://m.blog.naver.com/dandelion_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