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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꿈 Aug 16. 2021

번개 꺼야 오빠 꺼야

안녕하세요 민들레꿈 김해리입니다. 하늘은 파랗고 나뭇잎은 푸르며, 연둣빛 잎들이 반짝거리며 바람에 흔들립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봄날입니다.


두 돌을 한 달여 앞둔 천둥번개는 참 많이 자랐습니다. 키가 크고 다리가 길어졌으며, 할 줄 아는 말들이 많아졌습니다. 창 밖에 차를 보면 '빠방'이라고 하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아저띠(아저씨)', '이모'라고 합니다. 번개가 천둥이 보다 말이 빠른데, 어느덧 문장을 구사합니다. 최근 제일 자주 하는 말이 바로,


번개 꺼야.


입니다. 천둥이와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다툼이 생기면 "번개 꺼야"라고 단호하게 주장하며 뺏거나 우는 등의 행동을 합니다. 아이가 하는 첫 문장이 자기 소유를 주장하는 말이라니! 참 재미있습니다.


대부분 물건에는 주인이 있다.


소유를 주장하는 아이의 말을 들으며, 저도 새로운 사실을 깨닫습니다. 대부분 물건에는 주인이 있습니다. 즉, 누군가가 물건을 '소유'하고, 따라서 물건은 그 사람의 '소유물'입니다. 아이도 이 사실을 깨달은 겁니다. 그래서 자신도 물건을 소유할 수 있고, 어떤 물건은 자신의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가르쳐준 교훈입니다. 물을 줄 때 이건 "번개 꺼", 이건 "오빠 꺼"라고 합니다. 옷을 입히면서 이건 "번개 꺼", 이건 "천둥이 꺼"라고 합니다. 기저귀를 입힐 때도 이건 "번개 꺼", 이건 "천둥이 꺼"라고 말합니다. 빵을 나눠줄 때도 이건 "번개 꺼", 이건 "천둥이 꺼"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한 물건에 소유권을 주장하게 되었습니다.

내 것과 네 것을 구별하다.


천둥번개가 물건을 두고 다투는 행동 때문에 한동안 많이 힘들었습니다. 다투다가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니 쉽게 자리를 비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두 돌 정도 되니 계속 다투긴 하지만, 말이 통하면서 조금은 이해시킬 수 있습니다.


이건 번개 꺼고, 이건 천둥이 꺼지.


어떤 건 번개 것이고 어떤 건 천둥이 것이라서, 서로의 소유를 허락 없이 뺏거나 가져가면 안 됩니다. '자'하면서 바꿔서 놀자고 제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물건을 함부로 하거나 뺏으면 안 됩니다.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화나게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규칙들을 아이들에게 계속 가르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느리든지 빠르든지 간에 계속 배우고 있습니다.

내 것과 네 것을 구별하면서 경계를 세우다.


내 것과 네 것을 구별하는 능력은 경계와 관련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경계를 세움으로써 내 것과 네 것이 구별되고, 내가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 확실해집니다.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면, 어디까지 내 것인지 모르니 내 것을 잘 관리할 수 없고, 다른 이의 것을 침해하면서 갈등을 일으키거나, 다른 이의 일을 대신해주느라 불필요하게 힘을 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이의 것을 부러워하면서 내 것을 잘 돌보는 데는 소홀할 수도 있습니다.


상담, 경계를 세우다.


상담은 경계를 세우는 과정 같습니다. 성장과정에서 어떠한 이유로 경계를 잘 세우지 못했다면, 상담 장면에서 경계를 다시 세우는 연습을 하는 겁니다. 내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분에게는 어떤 것이 내 것인지 함께 살펴보고, 타인의 것까지 대신해주려는 분에게는 어떤 것이 타인의 것인지 살펴봅니다. 세상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내가 할 수 없는 일도 많습니다. 두 가지를 구별해주는 것은 경계입니다. 저도 상담자가 되기로 결심하면서 건강한 경계 세우기에 마음 쏟고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내담자도 그러하길 바라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무얼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럽던 내담자 분들이 장점을 찾고 진로를 확신하며 분산되었던 에너지를 집중하여 현재를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 참 기쁩니다. 경계가 바로 세워졌을 때 나오는 힘이랄까요. 내 것을 주장하는 아이의 단호함에서 그러한 내담자분들에게 보았던 힘을 보았기에 반가웠던 것 같습니다. ​


아이에게 시작된 생각은 상담을 거쳐 다시 제게로 돌아옵니다.


제가 가진 것은 무엇일까요?


제가 가진 능력과 시간, 관계들을 소중히 여기고 잘 가꾸어 나가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오늘 저녁을 맛있고 건강하게 먹어야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 글은 21년 4월에 쓴 글입니다. 원본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https://m.blog.naver.com/dandelion_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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