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민들레꿈 김해리입니다. 어제 카페에서 공부하다가 컴퓨터 배경화면을 보고 빙그레 웃었습니다. 아이 한 명이 떠올랐습니다. 호랑이를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잘 때 호랑이 피겨를 가지고 가서 손에 꼭 쥐고 잡니다. 그래서 제가 종종 말합니다.
호랑이같이 멋지고 힘센 사람이 되자.
여러분 이 말을 듣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아들 천둥일까요? 딸 번개일까요?
정답은 번개입니다. 번개가 호랑이를 좋아합니다. 천둥이는 판다를 좋아합니다. 요새는 코끼리와 곰도 좋아합니다. 그런데 여자인 번개가 호랑이를 좋아할지 예상하지 못하셨지요? 사실 저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제 안에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다는 것을 육아하면서 깨닫습니다. 번개에게는 예쁘고 귀엽단 말을 많이 하고, 천둥이에게는 멋지고 씩씩하단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의 선호를 보면 남녀 차이가 크지 않고, 무엇을 좋아하느냐가 성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번개는 힘이 세고 멋진 호랑이를 좋아합니다. 어딜 가든 호랑이 피겨를 들고 다니는 번개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네가 좋아하는 걸 계속 좋아하면 좋겠다. 나도 그런 너를 좋아해야겠다.
저도 호랑이를 자세히 쳐다보니, 노란색에 검정 줄무늬가 있으니 예쁘고 멋집니다. 게다가 힘이 세니 얼마나 금상첨화입니까. 녹록지 않은 세상을 야무지게 버텨가려면 힘이 세야 합니다. 그래서 호랑이의 멋지고 강한 면을 아이가 닮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번개야, 호랑이처럼 멋지고 힘이 센 사람이 되자.
22개월 천둥번개가 청소에 관심이 많습니다. 천둥번개가 수건으로 바닥을 닦기도 하고, 청소기에도 관심을 크게 보입니다. 그런데 어른들이 둘의 모습을 보고 천둥이에게는 "청소업체 사장이 되려나"라고 하거나 아무 말을 하지 않는데, 번개에게는 "천생 여자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사실 번개가 천생 여자라서 청소를 하는 건 아닙니다. 천둥번개 둘 다 엄마나 돌봄 선생님이 하시는 행동을 따라 하는 겁니다. 그런데도 동일한 행동에 대한 평가가 아이의 성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하려고 합니다.
천둥이가 천상 남자라 그런가, 번개가 청소업체 사장이 되려고 그러나.
생각해보면 청소업체 사장님도 괜찮고, 주부도 괜찮습니다. 호랑이를 좋아해도 괜찮고, 토끼를 좋아해도 괜찮습니다. 무슨 일이든, 어떤 모습이든 아이가 즐거운 삶을 살면 좋겠습니다. 좋아하는 대상이 있으면 좋겠고, 자신을 아끼고, 함께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면서 살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21년 4월에 쓴 글입니다. 원본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https://m.blog.naver.com/dandelion_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