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민들레꿈입니다. 날이 많이 무덥지요. 이웃님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26개월짜리 남매 쌍둥이 천둥번개를 키우고 있습니다. 육아를 말하고 싶은 소망을 담아 글을 씁니다.
어느 날 번개가 곰돌이를 빠방 뒤에 태우며 말했습니다. "코 자자". 아이가 하는 말이 제게 익숙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저녁마다 아이에게 같은 말을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제게서 들은 말을 곰돌이에게 그대로 전합니다. '코자자' 뿐만 아니라 제가 했던 많은 말들을 전합니다.
어느 아침에는 번개가 곰돌이에게 말합니다. "잘자떠?(잘잤어?)" 아이는 곰돌이가 대답할 듯이 진지하게 물어봅니다. 제가 번개에게 "잘 잤어"라고 묻듯, 아이도 같은 말로 곰돌이를 살핍니다. 아이는 제가 하는 말을 귀기울여 듣고, 아이 안에 제 말을 저장합니다. 그리고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면, 자신이 엄마가 된 듯 저장해둔 말을 합니다. 기억이론에서는 이 과정을 입력, 저장, 인출이라고 부를 겁니다. 즉 제가 스쳐 지나가듯이 했던 말들이 고스란히 아이 안에 입력되어 저장되고 있습니다. 언제라도 인출, 즉 꺼낼 수 있는 상태로 말입니다.
오늘은 번개가 곰돌이를 마주보고 "괜찮아"라고 말했습니다. 요새 번개가 집에서 배변훈련을 하면서 팬티를 입고 있는데, 소변을 종종 바닥에 쌉니다. 만약 과학수사 요원이 우리집 바닥에 오줌 흔적을 잡아낼 수 있는 빛을 비춘다면, 여기 저기가 얼룩덜룩하게 나타날 겁니다. 저는 번개에게 시간마다 변기에서 소변을 보자고 하지만, 제가 시간을 잊을 때도 있고 아이가 거부하며 놀다가 바닥에 싸는 일도 있습니다. 저는 바닥 치울 생각에 화나거나 한숨을 쉬지만, 번개가 머쓱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 마음이 누그러집니다. 그래서 "괜찮아"라고 말했던 건데, 번개가 "괜찮아"란 말도 어느 새 저장했습니다.
아이의 언어는 나의 언어입니다. 아이에게서 나오는 말들을 들으며, 내가 이런 말을 쓰는구나 생각합니다. 내가 소리지르면 아이도 소리지르고, 내가 장난꾸러기 천둥번개에게 "야!"하면, 자기들도 "야!"합니다. 제가 인상쓰면서 "어허!"라고 했더니, 천둥번개도 인상을 찌푸리며 "어허!"라고 합니다. 얼굴 표정, 목소리 크기, 톤까지도 따라하니, 아이들의 모방 실력은 참 뛰어납니다. 아이들을 나를 모방해서 내 모습을 보여줍니다.
저를 모방하는 꼼마리 두 명을 위해서 제 언어를 돌아봅니다. 아이가 좋은 말들, 때에 알맞고 필요한 말들을 저장하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막상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보니 "잘잤어"와 "코자자", "괜찮아" 이 세마디도 아이를 교육하기에 썩 근사하고 충분해 보입니다. 게다가 "잘잤어?"는 하루의 시작이고 "코자자"는 하루의 끝 아닙니까. 두 마디면 하루 전부가 됩니다. 사랑과 다정함, 진심을 담아, "잘잤어?", "코자자", "괜찮아"라고 말해줘야겠습니다. 천둥번개도 사랑과 다정함, 진심을 저장했다가 소중한 사람에게 꺼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