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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꿈 Aug 15. 2021

너의 손

안녕하세요 민들레꿈 김해리입니다.


천둥이가 예전부터 가끔씩 손가락 몇 개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곤 했습니다. 볼 때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몇 주 전부터 손가락을 입속에 넣고 툭툭 소리를 내는 겁니다. 마침 요새 천둥이 손톱을 깎아주지 않았는데도 계속 손톱이 짧다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아, 손톱 물어뜯는구나.


번개는 검지 손가락을 빨아서 오뎅 손가락이고, 천둥이는 손톱을 물어뜯어서 끝이 거칩니다. 그런데 아이들 손을 보고 있자니, 말이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특히 천둥이에게 그러한데, 제 손가락과 닮아서인 것 같습니다.


제가 언제부터 손톱 주변을 물어뜯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입술을 물어뜯기 시작한 시점은 기억납니다. 학창 시절에 시험을 앞두고 공부하다가 초조함에 입술을 물어뜯으니 마음이 가라앉고 편안해졌습니다. 그래서 계속 물어뜯다 보니, 습관이 되어 지금도 입술과 손톱 주변을 종종 뜯습니다. 남편이 제 손을 보고 핀잔을 줘도, 사람들 앞에서는 자제할 수 있고 손을 물어뜯어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어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저와 비슷하게 손톱을 물어뜯는 사실을 알게 되니, 전과 다른 마음을 느꼈습니다.​


요새 내가 공부 시작해서 신경을 덜 써줘서 그런가? 나처럼 계속 뜯으면 어쩌나? 나는 괜찮아도 천둥이가 그러는 건 싫은데?


라며 답답하고 불안하며 생각이 복잡해지는 겁니다. 예전에 상담이나 심리 평가할 때, "아이가 손톱 물어뜯는데 이게 정말 애정결핍이냐?"라고 물으시던 부모님들 심정을 일부 알 것 같기도 했습니다. 나의 손과 너의 손을 바라보는 입장 차이가 얼마나 큰지 깨닫습니다. 나는 해도 너는 하지 않길 바라는 게 부모 마음인 것 같습니다.


아이손을 바라보며 과거나 미래로 시간여행 열차를 타지 않기로 다짐합니다.


사실 아이가 손을 왜 뜯는지, 과거를 생각해봐도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제가 바빠진 상황 변화가 아이에게 스트레스일 수 있지만, 이미 학업을 하기로 결정한 이상 돌이킬 수 없습니다. 혹시 제 선택으로 인한 결과여도 자책한다고 아이가 손을 뜯는 행동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일도 모릅니다. 앞으로 계속 뜯을지, 얼마 후 멈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과거와 미래에서 서성거리지 않겠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생각합니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할 행동을 생각합니다.


천둥아, 손톱 물어뜯으면 지지고, 아플 수 있어. 손 빼자.


이렇게 무한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덜 뜯으려고 노력합니다. 어른인 저도 습관을 끊기 쉽지 않은데, 21개월 꼼마리 천둥이는 더 어려울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와 천둥이에게 넉넉한 마음을 품되, '물어뜯지 않는다'는 분명한 목표를 향해 우리를 교육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번개는 여전히 손을 빨지만, 이전보다 빈도가 낮아진 것 같아서 그저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이 손으로 하는 다양한 행동들에 관심을 갖습니다.


번개는 손을 빨고 천둥이는 손톱을 물어뜯는데, 이 행동들은 아이들이 손으로 하는 행동들 중 일부입니다. 손으로 작은 튀밥을 잡고 먹을 수 있고, 어린이집 가방에 스팸과 참치를 가득 넣기도 하고, 손가락에 고무줄을 여러 개 끼울 수 있습니다. 아이가 손으로 하는 다양한 멋진 행동들에 주목하고 감탄하며 감사하려고 합니다. 손 빨거나 뜯는 행동에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아이의 손이, 정확하게는 아이가 오늘 얼마나 멋진 일들을 하고 있는지 주목하고 기억하고 싶습니다.


이 글 쓰면서 제 손을 살펴보니 다시 반성하게 됩니다. 허허. 아이를 기르면서 나를 새롭게 바라봅니다. 천둥이는 손톱 물어뜯지 않고, 번개는 손가락 빨지 않고, 저는 손톱 주변 뜯지 않는 날을 꿈 꿉니다. 그날이 더디게 오더라도 함께 하는 오늘이 기쁘고 즐거우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21년 3월에 쓴 글입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https://m.blog.naver.com/dandelion_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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