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들레꿈 Aug 20. 2021

너의 개별성

안녕하세요 민들레꿈 김해리입니다.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글 씁니다.

저는 천둥번개 밥상에 항상 국을 올리려고 노력합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아닙니다. 저는 국을 좋아하지 않고, 국을 먹더라도 건더기만 건져먹곤 합니다. 국에 염분이 많아 건강에 좋지 않단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천둥번개에게도 국을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국을 많이 먹지 않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어느 아침에, 천둥번개에게 말했습니다.   


오늘은 국이 없어. 반찬과 먹자.


번개는 금세 "궁물궁물" 외쳤습니다. 제가 없다고 말하자, 번개는 ", " 외쳤습니다. 저는 물을 건네주었습니다. 번개는 한치 망설임 없이 식판  칸에 물을 쏟아 숟가락으로 떠서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날마다 국을 올리기로 결심했습니다.


국을 좋아하는 너, 좋아하지 않는 나.


번개는 식사마다 "궁물"을 달라고 외치고, 숟가락으로 야무지게 떠서 입에 넣습니다. 아이는 국을 좋아하고,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국에 대한 취향이 서로 다르다는 깨달음은 제게 놀라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가 서로 다른 존재라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피를 나눈 부모 자녀이며, 같은 환경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외모나 성격, 취향, 가치관이 닮겠지만,  우리는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존재입니다.


"너는 왜 왼손으로 하냐?"


최근 시어머니께서 천둥이에게 대뜸 "너는 왜 왼손으로 하냐?"라고 물으셨습니다. 저도 살펴보니, 아이가 숟가락질도 왼손, 볼펜 장난도 왼손으로 합니다. 저와 남편이 오른손잡이니, 아이들이 당연히 오른손 잡이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이 틀렸습니다. 번개는 오른손이 우세 손, 천둥이는 왼손이 우세 손입니다. 천둥이 손을 보면서, '너는 나와 다른 존재구나' 생각합니다.



아침에 천둥번개에게 요구르트를 줬습니다. 잠시 후 천둥이가 제게 요구르트 범벅인 왼손을 내밉니다. 제가 오른손을 살펴보니, 아주 깨끗합니다. 천둥이는 정말로 '양손잡이', '왼손잡이'입니다. 아이는 오른손잡이인 나와 다른 경험을 해나갈 것입니다. 여럿이 식사할 때 가장자리에 앉으려 할 테고, 자신에게 왼손, 왼발이 편한 이유를 사람들에게 설명할 겁니다. 아니, 우선 저부터 제 아이가 양손잡이임을 다른 이들에게 설명하겠군요. ​


너는 나와 다른 존재


아이는 자신이 나와 다른 존재임을 여러 면에서 나타냅니다. 제가 잊지 말고 기억하길 바라는 듯 말입니다. 내 속에서 나온 아이도 이렇게 나와 다른 존재인데,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얼마나 다 다른 존재일까요. 아이와 잘 지내려면, 아이가 나와 다른 존재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내 생각은 아이와 다르고, 아이 생각은 나와 다르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소통하고 사랑하며, 함께 살아갈 것입니다. 천둥번개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네가 나와 달라도 좋다. 네가 나와 달라서 좋다. 네가 너라서 좋다.



좋은 밤 보내세요. 환절기 건강하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너의 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