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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꿈 Aug 30. 2021

너의 열정

안녕하세요 민들레꿈 김해리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천둥번개는 28개월에 들어섰습니다. 번개는 문장을 제법 구사하고, 천둥이는 단어를 나열하고 있습니다. 저는 번개 입에서 나오는 완전한 문장에도 크게 놀라지만, 천둥이가 나열하는 단어들에도 자주 놀랍니다. 왜냐하면 아이가 단어만 나열하여, 제게 의미를 전달하고, 저는 문장을 듣듯이 이해합니다.

천둥이가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인 동화책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페이쁘(테이프)


저는 "책이 찢어져서 테이프 붙였지"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카이카이(가위가위)"라고 하고, 저는 "가위로 테이프를 잘라서 붙였지"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아야아야"라고 하고, 저는 "가위는 손 아야 할 수 있지"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엄마엄마"라고 하고, 저는 "가위는 엄마만 쓰는 거지. 천둥번개는 손 아야 하니까 쓰면 안 되지"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테이프, 가위, 아야 아야, 엄마엄마란 단어로 여러 문장을 소통했습니다.  

천둥이가 까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년 겨울사진입니다.


띠띠띠띠, 까꿍


며칠 전 저녁에 천둥이가 현관을 가리키며 "아빠 아빠"합니다. 제가 "아빠, 보고 싶어?" 물으니, 천둥이는 그렇다고 합니다. 남편에게 전화하니 이십 분 후 도착이라며, 아이들을 재우지 말고 기다려달라고 합니다. 졸려서 눈을 비비는 천둥번개를 안고 아빠를 기다리자고 달래니, 갑자기 천둥이가 "뒤에 뒤에"라고 말하며 제 뒤로 숨습니다.


천둥이, 엄마 뒤에 숨을 거야?


라고 물으니, 천둥이는 "까꿍"이라고 답합니다. 남편이 집에 들어올 때, 천둥이가 남편을 까꿍으로 놀라게 해줄 거란 뜻입니다. "아빠가 오시면,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나잖아. 그때 까꿍 하자"란 제 말에, 천둥이는 무언가 누르듯 두 손을 누르며 "띠띠띠띠"하고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여 "까꿍"합니다. 아이는 신이 나서 여러 차례 같은 행동을 반복합니다. 저는 세 살짜리 아이가 계획을 세운다는 일에 놀라고, 저와 계획을 소통할 수 있음에 신나고, 단어 네 개로 소통했음에 웃음 짓습니다. 우리는 "아빠, 뒤에, 까꿍, 띠띠띠띠"로 멋진 계획을 세웠습니다.


소통하고 싶다


아이가 언어를 배우는 과정을 지켜보기 전에는, 언어발달을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양육자와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많이 들으니 자연스레 모방하게 된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천둥번개가 말을 배우는 과정을 살펴보니, 다른 주요한 요소를 발견했습니다. 아이의 열정입니다. 소통하고 싶다는 열정 말입니다.

아이는 저에게 자신을 표현하고 싶고, 이해받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을 품고 있습니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을지라도, 겨우 단어 한 개를 말할지라도, 제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얼마나 답답해하고 성을 내는지 모릅니다.


정확히 말해야 알아듣지.


라며 저도 아이들을 종종 타박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와 의사소통이 좌절될 때 아이가 좌절하고 화내는 이유는 저와 간절히 소통하고 싶어서입니다. 아이의 소망과 열정 덕분에 아이는 언어를 날마다 배우고 익히며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


천둥이 말을 해독하는 일은 여간 쉽지 않습니다. 천둥이가 말하는 "떼끼"가 토끼도 되고, 날개도 되거든요. 하지만 아이는 불완전한 발음으로 "떼끼떼끼"를 계속 외치고, 저는 토끼와 날개 중 정답을 찾아냅니다. 다만 시간이 걸릴 뿐입니다. 소통을 포기하지 않는 아이를 보며, 저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배웁니다. 결국 우리는 소통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다시 말하고 들으며 확인하는 열정으로, 저의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학기가 시작합니다. 글을 자주 쓰고 싶지만, 제가 앞으로 써야 하는 (이라고 쓰고 논문이라고 읽습니다. 허허)에도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지혜롭겠다고 판단해서,  1회나 2 글을 쓰려고 합니다. 이웃님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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