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민들레꿈입니다. 천둥번개를 재우고 나와서 글을 읽고 씁니다. 아이들이 잠들면, 세상이 고요합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육아하느라 미뤄둔 생각하기, 읽기, 글쓰기를 하느라 바빠집니다. 정신없음과 고요의 리듬 사이에서 저의 하루가 지나가고, 아이들이 자라납니다.
번개가 놀이터 외나무다리에서 넘어졌습니다. 제가 번개에게 멀리 떨어진 쪽에서 천둥이가 올라가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는데, 번개는 그만 넘어졌습니다. 서둘러 천둥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번개에게 갔지만, 그 사이에 번개는 작은 몸을 일으켜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외나무다리에서 두 다리가 잘못 빠지면 바닥에 그대로 떨어집니다. 다행히 오늘 아이는 넘어질 때 다리가 외나무다리 양 옆으로 하나씩 빠져서 바닥에 떨어지는 일을 피했습니다. 저는 놀란 아이를 꼭 안아 다독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괜찮아지면 내려주겠다고 했더니, 아이가 잠시 후에 바닥에 내려달라는 듯 손짓합니다.
다시 올라갈 거야?
제가 확인하자, 아이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다시 외나무다리에 오릅니다.
몇 주 전에도 번개는 외나무다리에서 두 번 넘어졌습니다. 발을 헛디뎠는데, 제가 옆에 있다가 잡았습니다. 저는 괜찮다며 아이를 다독였지만, 아이가 다시 떨어질까 봐 외나무다리에 올라가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다시 외나무다리에 올랐습니다. 두 가지 면에서 변화한 모습으로요.
번개는 평소 크록스를 자주 신는데, 번개가 외나무다리에서 넘어진 후로 번개가 크록스를 신으면 제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번개 발에 비해 신발이 다소 커서 헐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번개는 여전히 크록스를 고집해서 같은 신발을 신고 놀이터에 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외나무다리 앞에 서면 신발을 바로 벗어던졌습니다. 나는 이 신발이 좋지만, 이 신발을 신으면 외나무다리에서 위험하다는 교훈을 배웠다는 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다른 행동을 함께 보였습니다.
외나무다리 앞에서는 "엄마, 같이"를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저보고 올라와서 자기 손을 잡고 외나무다리를 걷자는 겁니다. 저는 아이가 요청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다 싶어서 여러 날을 아이 손을 잡고 함께 외나무다리를 건넜습니다. 하지만 많이 번거롭고 귀찮기도 했습니다. 혼자서 건너거나 아예 건너지 않기를 내심 바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른인 저라도 넘어진 장소를 다시 걷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겠고, 내게 없는 용기를 누군가와 맞잡은 손에서 얻는 일은 매우 지혜로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외나무다리를 건너고 싶은 마음과 혼자 건너기 무서운 마음 모두 진지하고, 중요한 마음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가 외나무다리에서 넘어진 지 몇 주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이는 어느새 외나무다리에서 혼자 걷기 시작했는데, 오늘 다시 넘어졌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넘어진 후에도, 신을 벗지도 않고 "엄마, 같이"를 외치지도 않고, 다시 혼자 건넜습니다. 제 눈에 오늘 번개는 넘어지기 전이나 후에 별다른 변화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작은 심장은 분명 크게 콩닥거리지 않았을까요. 번개는 넘어졌던 지난날과 신발을 벗고 외나무다리를 건넜던 수많은 날들, 엄마와 같이 건넜던 많은 경험들, 다시 혼자 걷는 일에 도전하고 실패하고 결국 성공한 날을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아이가 덤덤하게 한 발씩 내딛는 모습을 보며, 보이지 않는 아이 마음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어떤 실패를 겪고 나면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 두려움을 느낍니다. 사랑에 실패하면 다시 사랑하기 두렵고, 믿었던 이에게 배신당하면 다시 믿기 어렵고, 열심히 준비했던 시험에서 바라던 결과를 얻지 못하면 다시 무언가를 준비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실패와 도전을 보면서, 실패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고 누구에게나 두려움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두려움을 꼭 혼자서 극복해야 하는 것이 아님을, 두려움에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볼 수 있음을 생각합니다. 더불어 두려움을 극복하고 도전해본 경험이 결국 나를 변화시킬 것임을 배웁니다.
마지막 문단에 이르니, 이 글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이 저의 두려움과 저의 도전임을 깨닫습니다. 다음 주부터 새 학기가 시작합니다. 다시 아이들을 키우고 일을 하며 공부를 잘할 수 있을지, 몇 년 내에 최종 목표인 논문까지 완성해서 학위과정을 잘 마칠 수 있을지 두려운 마음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두려움에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수 있고, 도움을 받으며 계속 걸을 수 있습니다. 두려움은 너는 걸을 수 없다, 멈추어야 한다는 신호가 아니니까요.
좋은 밤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