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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꿈 Feb 17. 2022

너의 좌절

안녕하세요 민들레꿈입니다. ​


천둥번개는 30개월을 넘어, 아기티를 벗고 어린이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제가 천둥번개를 돌볼  힘든 상황이, 아이들이 크게 좌절해서 달래기 어려운 순간입니다. ​


사소한 사건, 격한 좌절


아이들은 사소한 데 좌절합니다. 고래밥을 밥그릇에 담아서 먹고 있는데, 고래밥 몇 개가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아이는 당장 울음보를 터뜨립니다. 발을 동동거리고 눈물을 흘리며, 떨어진 고래밥들을 가리킵니다. 저는 태연하게, "주으면 돼"라고 말하고, 떨어진 과자들을 그릇에 담습니다. 제가 군고구마 껍질을 까서 천둥번개 손에 하나씩 쥐어줬는데, 잘 익은 군고구마가 앞으로 꼬꾸라지고 말았습니다. 군고구마 낙상 사건이라고 부를까요. 부러진 군고구마를 앞에 두고, 아이가 웁니다. 제가 떨어진 고구마를 다른 손에 쥐어줬더니, 아이는 두 조각을 붙여보더니 원상복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채고 더 크게 웁니다. 저는 태연하게, "떨어지면 안 붙어. 다른 고구마 줄게"라고 말합니다. 아이가 옷에 우유를 흘리고는 "젖어떠(젖었어)"라고 말하며 웁니다. 저는 태연하게, "갈아입으면 돼"라고 말합니다. 아이가 책을 책꽂이에 꽂으려고 하는데, 잘 되지 않습니다. 아이가 발을 쿵쾅쿵쾅하며 소리 내어 웁니다. 저는 태연하게, "엄마한테 도와주세요 하면 돼"라고 말하고 책을 꽂아줍니다. 아이는 블록을 쌓다가 이음새에 잘 끼워지지 않으면, 애써 끼운 블록들도 흩어버리면서 좌절감을 표현합니다. 저는 태연하게 "안되면, 다시 하면 돼. 아니면 엄마한테 도와주세요 하면 돼"라고 말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겉으로만 태연하게 말하지 속에서 천불이 납니다. 어떤 날에는 밖으로도 천불이 납니다. 아, 이렇게 사소한 사건에 온 동네가 떠나가라 울어야 할까요. 사건은 사소하고 아이는 격하게 좌절하고 저는 아이 마음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저 참을 인을 새기는 마음으로 "주으면 돼", "달라고 하면 돼", "갈아입으면 돼", "다시 하면 돼"라고 말할 뿐입니다.


너의 성장: "떨어지면 주으면 "


어느 날, 천둥이가 과자가 바닥에 떨어져서 웁니다. 옆에 있던 번개가 "울지마. 떨어지면 주으면 돼"라고 말합니다. 제가 했던 말을 아이가 복사한 듯 말합니다. 번개가 덤덤히 말하는 모습을 보자니, 울컥 합니다. 사소한 사건과 아이의 격한 좌절이 영원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어느 순간 사소한 사건에 사소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사소하게 반응할 수 있을 때까지, "떨어지면 주으면 된다"를 배울 때까지, 아이가 좌절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능력을 키울 때까지, 아이의 좌절을 받아주면 됩니다.


너의 위로: "떨어지면 주으면 "


아이가 "떨어지면 주으면 된다" 말을  , 위로받는  했습니다. 내가 아이에게 수없이  말인데도, 세살짜리 아이가 하는 말은  이리 다르게 들렸을까요. 어떤 문제든 대처할  있으니,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란 위로를 얻는  같았습니다. 아이도 좌절하지만 어른도 좌절하고 엄마도 좌절합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복구하거나 대처할  있으니, 크게 좌절할 필요 없습니다. 덤덤히 삶을 이어가면 됩니다. 부러진 군고구마를 다시 붙일  없어도 군고구마를 다시 구울  있습니다. 부스러기 고래밥도 맛있습니다. 물론 크게 좌절할 날에는 크게 좌절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삶의 이치겠지요. 하지만 사소한 사건에 사소하게 좌절하고, 툴툴 털고 일어나고 싶습니다. "떨어지면 주으면 "라는 아이의 담담한 목소리를 기억하면서요.


이 글은 2021. 12. 13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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