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되면 1월과 2월은 늘 나에게 없는 달처럼 흘러간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3월이 코앞이다. 새해를 앞두고 새 다이어리를 사고, 설렘에 기대어 새로운 목표를 적는 의식은 매년 반복해 왔다.
하지만 막상 적어 둔 계획은 전년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눈에 띄는 성과도 없었다. 그럼에도 마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의식처럼 계획을 세우는 나를 보며, 초심부터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계획을 세우는 나’에 취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만으로 혼자 괜히 뿌듯해했고, 뭔가 시작을 잘한 것처럼 착각했다. 그 사이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갔고, 정작 그 계획에 쓸 에너지와 시간을 나는 내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올해는 다르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뒤, 습관처럼 세워온 연간 계획을 다시 들여다봤다. 일상에 치여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결국 쓰다 만 다이어리 안에 갇혀버린, 내가 이루고 싶다던 것들에게 말하고 싶다.
이번에는 진짜,진짜, 진짜 시간을 내고, 진짜 진짜 애를 써서, 완벽하지 않더라도 근사값만큼은 반드시 만들어 보겠다고. 이제는 달라진 나를 기대해도 좋다고.
10개월쯤 남은 2026년의 끝자락에서, 2027년을 코앞에 두고 또다시 “내가 그렇지 뭐, 다들 그렇지 뭐” 같은 뻔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2028년 계획을 적는 일만큼은 없어야 한다. 미래의 나 기대하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