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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리 Nov 29. 2024

미래를 미리 계산하지 마라(4) - 세이노

계산을 자주 하지 마라.



p. 55

스물 세 살의 어느 우울한 봄날이었다. 


(* 스물 세살 저는 아마 굿네이버스에서 하계 실습을 했거나, 학교 생활을 나름 열심히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교양수업 중에 글쓰기 수업이 있었긴 했는데 젊은 여자 교수님이었고 수업 스타일이 제 스타일이셨습니다. 딱딱하지도 않고 젊은 층에 속하셔서 그런지 학생들과 어떻게 해야 부담없이 소통하는 지도 아시고, 그래서 개인적으로 동성적 짝사랑이 아니라 호감으로 한 학기 수업이 잘 마무리되고 제 학점이 A+ 아니였어도 싸이월드 방문을 해서 방명록을 남겼습니다. 선문대 사회복지학과 몇 학번 교수님 수업을 듣던 학생인데 교수님 평가가 아닌 교수님 수업을 듣고 느낀 바에 대해 짧지도 길지도 않은 글을 안부차원에서 남겨드렸고, 저에 대한 정확한 기억은 하지 못하셨지만 제 마음에 드는 답장도 주셨습니다. 첫 번째 지도 교수님보다 좋았는데 아무튼 교수님과 학생과의 케미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봄이 왔을 때 나는 남의 집 차고에서 살면서 닥치는 대로 공부를 했고 아이들 가르치는 일부터 시작해서 미군 부대 물건 판매 등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다. 


(* 스물 네살 부터는 첫 연애 끝내고 다시 연애를 했나? 2년 반 정도 휴식기 끝애 만났나 기억이 이젠 가물합니다. 저도 아르바이트는 하도 얘기해서 이제 스킵하겠습니다. 명절이라고 10만원 더 얹혀주던 악세사리 사장님, 알고 보니 내 첫 대학교 자퇴했던 선배님이었고, 마지막 그만 두던 날 나와 내 친구를 불러서 매드포갈릭 저녁을 멋지게 사주시고는 앞 날을 응원한다고 해주셨습니다. 최근 거기로 영화를 보러갔을 때 반갑게 인사드리고 싶었지만 원치 않으실 수도 있을 까봐 인사 못 드렸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선배님? 사장님? 뭐라 호칭을 해야할지. 세상 참 좁아요. 그러니 착하게들 사세요. 우리나라 학연, 혈연, 지연? 이라서 건너면 다 알던데. 그래서 누가 갑질을 하는지 누가 개차반인지 누가 일처리를 못하는지 못알아낼 게 하나도 없는 귀여운 대한민국.)


그리고 스물 여덟살의 어느 여름날, 나는 허름하지만 마당까지 있는 집과 자가용을 처음 샀다. 융자를 낀 것이었지만 어쨌든 그렇게나 불가능하게 여겼던 일이 이루어진 것이다.(하지만 1년 후 나는 그 재산을 사업상의 이유가 아닌 개인적인 이유로 몽땅 날렸고 빚을 졌지만 3년 후 다시 일어섰다.)


(* 저는 서른 살? 서른 한 살에 자가 없는 게 이상한 지 알고 1억 6천을 껴서 아파트 하나를 구입하고 대가리가 터졌습니다. 백만원도 덜덜떠는 청년이 코치 90만원도 긁고 와서 어쩌지 했던 서른 살 청년이 1억 6천을 덜컥, 그리고 타지로 나가 또 월세를 덜컥. 재밌죠? 돈은 벌어야 겠고 사는 지역 일자리는 마음에 안들고, 이도 저도 다 마음에 안드는 거 투성이 왜 세상 꼴이 이렇게 돌아가지? 왜 내 가족들은 여전히 그 자리지? 열심히 안 사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남은 인생 여생을 이렇게 살라고? 왜지? 라는 생각에 잠식되어버립니다.) 


(* 그 1억 6천에 대한 이자도 제가 내지도 않는데 말이죠. 덕분에 제 이름으로 대출받아가지고 그 타지 오피스텔에 집주인 세금 덜내게 해주려고 전입신고도 못해서 제 혜택도 받지 못합니다. 근데 그 집주인을 탓하는건 안되잖아요? 제가 덜 컥 대출을 받은 제 분수 모르고 저지른 일을 탓해야지요? 언제 청년들은 부모 빽 없이 부모 지원 없이도 세상 재밌게 살면서 내 집 장만을 할 수 있을까요? 청년들의 욕심을 탓해요? 아파트 살고 싶은 마음 누구나 있지 않나? 그 마음 이용해서 장사하는 거 아닌가? 다들 알면서 속아주는 건지, 아님 모른 척들 하는 건지 나 잘 모르겠네. 장사에 사기에 당하는 사람들의 마음, 장사쳐서 지 이득챙기려는 사람들 마음 두 마음다 내 눈에 보이는 데 어떡하지?)


(* 그래서 저는 그 대가리 깨진 경험이 아주 판잣집에서 산 경험은 없지만 그 경험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직장에서도 이건 아니지 않나요? 이렇게 해야 합니다. 틀을 짜서 가도 돈이 나오는 구조가 되지 않으니까 반려시키거나 그냥 논리도 없다고 해버리니, 본인 이해력을 탓해야지 내 논리력을 탓해버리다니 너무 재밌지 않습니까? 코메디 프로 안 봐도 됨. 인생에 재미난 일들이 시트콤임 그냥.)

살다 보면, 해도 해도 아무것도 안 될 것같이 보일 때가 있다. 어떠한 대안도 보이지 않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절망적인 때가 있는 것이다. 현실에 대한 실망, 좌절이 절망 속에서 계속 쌓이면 자살의 유혹을 느끼기도 한다. 


(* 자살고위험군에게 자살 선택지를 회수해가는 건 또 다른 자살을 불러오니, 자살도구를 한 번에 치우는 것도 안 좋은 선택입니다. 위기대응팀에서 20대 중반 남성이 질소1.5L 두 통을 트렁크에 넣고 자살에 대한 생각을 고민하고 있을 때 만났습니다. 아마 그 분은 돈 때문에 자살을 염두해 있었고, 차분히 이야기를 들어줬고, 두 통을 모두 수거해 간 게 아니라 설득해서 한 통은 수거하고 한 통은 그 사람에게 맡겼습니다. 그 사람의 모든 선택지를 회수해가면 그사람은 더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자해를 하는 친구들 커터칼을 필통에도, 가방에도 자기가 편할 때 할 수 있는 곳에 접근성을 두고 하더라고요. 그럼 모두 치울 게 아니라 한 달정도는 필통에 있는 것만 회수하고, 6개월 후에는 모두 수거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가야지 갑자기 확 회수하는 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겁니다. 그래서 단기 계획과 장기 계획이 함께 가야하는 걸 다들 알고 있을까요? 아무튼 자살의 유혹은 모든 사람에게 도사리고 있습니다. 다만, 자살이 선택지는 될 수 있지만 자살이 정답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을 뿐. 결국 그 20대 남성은 면담 끝에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고 싶다고 해서, 여자친구가 안정제 였나 봅니다. 근데 벤츠를 타고 가더라고요. 벤츠부터 팔고, 경제적 계획까지 차려줘야 할 것 같았지만 그건 담당사례관리자의 역할이니 중간자는 동의 확보와 그날의 안전확보 후에 잘 연계해드리는게 제 역할의 끝입니다.)  


그러한 경우 자살은 함부로 저지르는 무의미한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개인이 처한 고통이나 위기 상황, 상실감 등으로부터의 탈출구로 잘못 여겨지기도 한다. 


(* 세이노 선생님도 시니어 자살예방 게이트 키퍼 활동을 해주시면 어떠실까요? 보고 듣고 말하고. 고 임세원 교수님을 뵌 적은 없지만, <죽고싶은 사람은 없다> 책을 읽고 저는 직접 뵌 것 처럼 소통했습니다. 책을 보면 그사람의 생각 가치관 삶이 다 담겨져 있어서 만난 것 같습니다. 제가 세이노 선생님 책을 읽으면 그렇게 느껴지는 것 처럼요.) 


나도 그렇게 오해했었으니까.


(* 저는 오해가 아니라 분노가 컸던 것 같습니다. 그 분노가 타인한테 제대로 풀지 못해서 자신에게 쏠렸나? 원래 "다 죽여버리고 싶어" 그 다음 단계가 본인에게 그 총구를 겨눈다고 합니다. 타인을 죽이고 그 다음 자신을 죽이는 것 처럼요.)


그러나 로버트 슐러는 절벽에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일지라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한다. 떨어지고 있으므로 하늘을 향해 날아 볼 수는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 보통 투신 실패자 면담할 때 실패자들이 말씀하시는 얘기들은 뛰어내릴 땐 아무생각없었지만 실패를 하고 나서는 더 절망스럽다고 했습니다. 물론 모든 투신 실패자들을 만나 뵌게 아니라 수련생 때 만나뵈었던 분은 다행히 나무에 걸려서 다리만 다치셨지만 제가 화가 났던건 그들의 부모였습니다. 그 여성은 절대 뛰어내릴 이유가 없었습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 사람의 기질적인 우울감이라기 보단 지속된 부모의 가스라이팅 부모의 요구, 부모의 강압적인 태도가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 보였습니다. 근데 왜 제 앞엔 그 사람만 앉아있을까요? 부모들은 왜 안오나요? 남편의 눈치를 보는 와이프와 강압적인 아버지만 저에게 돈을 손에 쥐어주면서 딸 좀 잘 봐달라는 그 아버지. 사무실에서 다 보는 그 앞에서 딸이 이야기를 잘 들어줘서 제 칭찬을 했다던데 누구냐며 하면서 현금으로 오 만원 (* 금액이 귀엽지만 오 만원도 저에겐 큰 돈입니다. 받아서도 안 될 돈이고요.) 그 행위에 저는 속으로 (* 이 아버지봐라? 내 환자가 아니라 당신이 내 앞에 앉아야 하는 구나?) 그러고 한 사코 거절했습니다. 리틀 족발이 서빙할때 혼자 오토바이를 타고 1인 정식을 드시고 가셨던 남성분에게는 5만원을 아르바이트 팁을 세 번 거절 후 그 사람 손이 무안해서 받았지만 그 5만 원과 저 아버지가 쥐어주는 오만원은 다르니까요. 꽤나 차려입은 정장차림에 권위적인 모습. 딱 질색인 아버지 타입. 우아하게 차려입은 아내 분. 행복은, 슬픔은, 기쁨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제발 자녀들에게 가스라이팅을 하지 말고, 본인 입 맛의 자녀가 되어주지 못한다고 나무라지 마세요. 둘이 섹스해서 태어났지 도대체 뭘 바라는지 모르겠습니다. 자녀가 지잡대 지방대를 가도 태어나서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을 모르는 부모는 다 부모 자격 박탈하세요. 반성하던가. 쓴소리를 안 할 수가 없어 당최. SKY 캐슬 서울의대 합격하고 자살한 그 친모를 최근 다시 보니까 더 확실하던데. 자녀는 당신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정신차리세요. 만났던 소개남 중 집안에 다들 훌륭했다. 아버지는 고학력, 어머니도, 그의 형도, 그러니 본인은 재수를 5년인가 많이도 했다. 나는 그사람 자체가 멋있고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그 집안에 본인은 어울리지 않는 미운오리라 스스로 생각했나? 아님 가족들이 던지는 그 한마디들이 쌓여서 그 훌륭한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자존감 낮은 청년이 되어버린건가. 제발들 정신들좀 차려라. 하여간이 타살자들 대한민국은 쓴소리 3일에 한 번씩 아니라 하루에 세 번 해줘야 뜨끔하고 열 번 말할거 한 번 정도 잘 못하려나 싶다. 내가 안 좋은 이야기들만 나열한다고 생각하나? 좋은 이야기 할 순간은 아직 안 왔다. 자살 2위는 되야 아! 이제 됐다! 근데 될까? 싶기도 하다. 자살 2위.. 될 수 있을까? )


나 역시 그렇게 떨어지던 중 비쩍 마른 두 팔로 온 힘을 다해 세상 속으로 날갯짓을 시작하였을 뿐이다. 비쩍 마른 두 팔로 온 힘을 다해 세상 속으로 날갯짓을 시작하였을 뿐이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라는 말을 그래서 나는 좋아한다. 절망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그런 날갯짓을 할 줄 모른다. 


(* 지금 내가 웃으면서 글을 쓰고, 어린아이처럼 방방뛰면서 산책을 한다고 해서 그 수모가, 그 스크래치들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머저리들은 없길 바란다. 내가 꾸준히 글을 쓰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20대와 다른 삶을 사는 건 그 죽음의 문턱앞에 다녀온 경험이 있어서 그렇다. 자해를 투신도 해보진 못했지만 그 마음만큼은 이미 난도질을 수차례 겪어서 그렇다. 얼굴은 순진하게 생겼나? 동안인걸 어떡하냐? 담배도 안하고 술도 덜하니 노화 속도가 더딘가? 아무튼 그렇다. 부러우면 술과 담배를 멀리하고 운동을 가까이 하던가 뭐 이런것도 계속 얘기해줘야 할까?)


다행스럽게도 절망의 골짜기에는 밑바닥이 없다. 아무리 깊이 떨어져도 우리를 산산조각으로 부서뜨릴 절망이란 이 세상에는 없다는 말이다. 우리를 파괴시키는 것은 우리 자신일 뿐이다. 


(* 밑바닥 경험이 꽤나 귀하다. 그게 9등급이든 판잣집이든 뭐든 그 지독한 경험이 인생을 달리 살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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