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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내 세상

나의 책이 출간되어 가는 과정

세이노 선생님! 보시나요?

by 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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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및 카페에 기고하게 된 과정 2000년 초 동아일보에 칼럼을 기고하게 된 과정은 이러했다.

<피보다 진하게 살아라-세이노 가르침>


(* 2002년 월드컵 때 나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그때 담임선생님은 여자 선생님인데 이름은 그 당시 유명했던 축구선수와 이름이 동일했다. 한창 3학년이면 시끄러울 나이인지 선생님이 한 한기 만에 목소리가 나가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선생님은 초임한 지 우리가 두 번째(?) 였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젊은 여자선생님으로 기억한다. 그래도 월드컵이라고 볼때기에 그림을 그려주셨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서 앞자리가 3으로 바뀌고 나서야 목소리가 나가실 정도로 열심히 지도해 주셨구나. 생각이 든다.

내가 아는 신문사는 조중동, 한겨레 정도였는데 그게 대학교 초반 때다. 사회학 시간 과제가 신문도 인터넷 신문이 아닌 종이신문에서 칼럼(?) 부분인가 10개 정도 주제를 꼽아서 자신의 의견을 자필로 써서 제출하는 과제였다. 그 과제를 하다가 우연히 들쳐본 내용에 나는 처음으로 태어나서 기자님에게 이메일을 보내게 된다. 답장도 한 참 뒤에 받게 된다.


2013.5.11. 안녕하세요. 저는 제목에서도 말했듯이 한겨레 독자입니다. 올해 스물하나이지만 다시 1학년 새내기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여대생이죠. 원래는 신문을 구독하지 않았지만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저는 전공 수업인 사회학개론 시간의 과제 때문에 한겨레를 구독하게 되었어요. 과제는 간단히 신문을 구독하고 마음에 드는 내용을 스크랩하여 의견을 쓰고 제출하는 것인데. 밀린 과제를 하려고 밀린 신문을 들쳐보다가 오늘 날짜인 토요판을 읽다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내용이 기자님이 쓰신 '기자로서 부끄러운 얘기 하나 해도 될까요?'라는 내용이 눈에 띄었습니다. 딱딱한 사회문제, 경제, 정치 이야기가 아니라서 그런 건지. 더 눈에 갔어요. 그렇다고 가벼운 이야기도 아닐 거 같은 호기심에 읽어 내려갔어요. 초반에 던진 기자랑 교수 검사가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누가 계산을 하는지 질문의 답도 궁금했고. 다 읽어보니 마음이 싱숭생숭했고, 무슨 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자님이 무지 용감하고 존경(?)스러웠어요


제가 기자님이 전달하려는 뜻이 무언인지 잘 파악한 지는 모르겠지만.


저 또한 기자, 검사, 교수 등 높은 위치에 서게 된다면. 지위하나로 으스대지 않고 베풀건 베풀고 밥값 또한 마다하지 않고 늘 지위에 따르는 책임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 순간의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큰 깨달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신문을 보다가 감동받아 기자님께 편지 쓰는 거는 처음이라 무지 떨리고.. 맞춤법이나.. 내용이 두서없는 글은 아닌지.. 걱정도 많이 되지만 제 진심을 담아 쓴 글인 거는 분명하기에 이렇게 용기 내어 편지를 올립니다. ^^


2013.06.11.

안녕하세요. 한겨레 윤형중 기자입니다. 너무 늦게 답신을 드려 민망하고 송구스럽네요. 편지를 처음 받을 때부터 진심이 느껴져서 좀 정성 들여 답장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요. 그렇게만 마음을 먹고 하루이틀 미루다가 결국 오늘이 됐습니다. 핑계지만, 꼭 답장을 하고 싶었다는 것만이라도 알아주세요. 저는 사실 용감하지도 않고, 존경을 받을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내가 깨달은 범위 내에서 글을 쓰고, 한번 뱉은 말을 실천하고자 노력하지만 쉽지 않죠. 제가 쓴 글을 읽고서 지위 하나로 으스대지 않고, 그에 따르는 책임을 잊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니 저로선 고마울 뿐입니다.


저도 불과 몇 년 전엔 대학생이었고, 갑자기 기자가 됐을 때 사람들이 제게 다르게 대우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어디 가서는 지나치게 대우를 받고, 다른 곳에선 이유 없이 무시를 받곤 했죠. 대우받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래서 그 가운데서 저는 중심을 지켜야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해관계를 떠나서 사람을 보겠다는 생각을 했었고요. 그때 했던 다짐이 ‘대우받는다고 거들먹거리지 않고, 무시당한다고 기죽지 않겠습니다. 진취적이고 겸손한 기자가 되겠습니다’였는데요. 지금 되돌아보면 그렇게 해왔나 좀 부끄럽기도 합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깨달음을 줄 만한 사람은 아니지만, 살면서 대화가 필요할 때 편하게 연락 주세요. 그리고 메일 주셔서 고맙습니다.


윤*중 드림.


21살 여대생은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서 현생 사느라 바빠서 29살에 다시 답장을 드린다.


2021.05.28

안녕하세요 기자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스물 하나 대학생이 이젠 스물아홉.. 곧 서른을 마주 보는 사회인이 되었습니다^^ 주로 네이버를 쓰는지라 다음메일을 오랜만에 정리하던 중에 기자님과 주고받았던 편지를 보고 옛 생각도 나고, 시간이 지나서 다시 읽어보니 21살 때의 저의 모습이 그립기도 해서 다시 이메일을 씁니다!! 저는 전공을 살려서 정신건강사회복지사가 되었습니다. 높은 위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하고 있고요. 과제 이후론... 신문을 멀리 하고 있지만 하하하 그래도 기자님과 나누었던 편지를 다시 한번 읽어보니 전문가로서 으스대지 않고, 대상자분들에게 좋은 사회복지사로 다가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중에 인연이 닿을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기자님의 기사 하나로 나는 살아가면서 필요한 자세와 태도가 무엇인지를 조금이라도 생각하면서 지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이야기가 다른 쪽으로 빠진 것 같지만, 나는 최근 브런치 스토리 플랫폼에 곧 내가 쓰는 글을 연재하기로 했다. 어떤 글을 써야 하나 유튜버든 작가든 크리에이터들은 매일 주제나, 소재가 고민이라고 하지만 딱히 거창할 건 없다. 그냥 본인 스스로가 느끼고 겪고, 그날 포인트 되었던 부분들을 살리면 그게 주제고, 그게 스토리가 된다.


하지만 매일이 재밌을 순 없으니까 좋은 날, 싫은 날, 기쁜 날, 화나는 날 상관없다. 그냥 자기 경험기반으로 쓰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줄줄 써내려 간다. 글엔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고들 하지만. 그거 생각했다간 순서가 더 꼬여버린다. 승전결기, 전결, 결만 있을 수도 있지 뭘. 이렇게 생각하고 글을 쓴다면 문학인들에게 뭇매를 맞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형식에 얽매이기 싫은 게 내 현 상태이기 때문에 저런 형식적인 걸 챙기기 위해 글을 안 쓰기보다 써가면서 수정하고 보완하고 다듬어지지 않을까 싶다.


작가를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내가 꿈꿔 왔던 직업은 방송국 PD( 시트콤 제작을 해보고 싶었다. 워낙 유머를 중시하는 나이기에 가끔은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데 너무 웃기면 나만 알 고 있기가 너무 아쉬웠다. 근데 또 이걸 어떻게 표현할지는 모르고 지나가버린 게 한 두 개가 아니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일상이 무료해지면 <거침없이 하이킥> 자주 돌려보곤 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 데 한 문장을 써 놓고 보면 이 말도 더 추가해야 할 것 같고 그 추가한 문장을 쓰다 보면 또 내용이 다른 데로 빠진다. 그래서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또 정리를 하려고 보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대야 할지를 몰라서 그냥 써버리게 된다.



나는 현재 백수인데, 백수 중에 운동도 하고, 여행도 가고, 글도 쓰는 데, 심심할 땐 글 쓰는 시간이 제일 좋다. 근데 보통 뭐부터 써야 할지 고민될 때 가장 먼저 집어 드는 책이 <세이노의 가르침> 책이다.


그 이유는 내가 한 창 자살사고가 심할 때 불안감을 잠재워 주는 책들이 있었는 데 그게 <세이노의 가르침>,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이 책 두 권이었다. 정신과 병원을 수원 소재 1곳, 화성 소재 2곳을 깨작깨작 갔었지만 성에 안 찼다. 실무자로는 자주 갔지만 입장이 바뀌어서 간 게 처음이어서 그런지 뚝딱 거렸다. 무엇보다 그냥 살아가면서 인생에서 누구나 겪는 그런 인생 정체기 시기였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아, 본질적인 게 해결이 안 되면 계속 패턴이 반복되는 거구나. 그 걸을 먼저 인지하게 되어버려서 오히려 더 병원 방문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다녀와도 크게 달라질 게 없었다고 판단이 들었나 보다. 그리고 오히려 마음을 헤집는 그 작업이 그 당시엔 더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그때 내가 18년도 수련받을 때, 나를 지도했던 좋아하는 슈퍼바이저 말고 다른 얌체 같은 슈퍼바이저 분도 "정소연 선생님이 누군지 알고 싶어요." 그 말 한마디에 얘기했다가 수습도 못할 거면서 다 내 이야기를 듣고는 외면하는 사람으로 되어버리셔서. 아무리 박사학위를 따도 세이노 책에서 나온 것처럼 그냥 학위, 학벌 모음집에만 혈안이 된 사람이었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그때 그 생각이 올라와서 적절한 면담이 잘 안 되었고, 지금 내가 다시 안정화가 된 건 세이노 책이랑 편성준 작가님 책에 내가 듣고 싶은 말이 다 적혀있어서 그걸로 치유가 되었다.


자살시도자 분들과 통화를 하면서도 약에 의존될까 봐 치료 자체를 안 가시거나, 주치의와 상의 없이 바로 약을 중단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그때 내가 드리는 말씀은 약은 보조바퀴와 같은 것이다. 아직 보조바퀴 없이 자전거를 굴릴 수 없는 상태라면 지금은 그 보조 바퀴가 필요한 상태이시고 그 보조바퀴를 땔지 말지는 혼자 결정하시는 게 아니라 주치의와 상의해서 한 번 때보고 아니면 다시 바퀴를 달고 그 과정을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보통 자전거를 배울 때 보조바퀴가 달려있을 땐 혼자도 씽씽 잘 가지만, 보조바퀴를 뺄 땐 부모님이 뒤에서 잡아주다가 어느 순간 손을 놔버리게 된다. 그러면 보조바퀴도 없고, 부모님의 손도 없을 때도 잘 달리면 그게 이제 홀로 서기가 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또 수련받을 때 가족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주제가 '조울증'이었고, 그 당시 교육을 해준 부원장님이 조울증 보호자들에게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


만성질환인 고혈압, 당뇨처럼 약을 먹으면 고혈압, 당뇨보다도 더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질병이다. 시한부 판정이 아닌 그냥 관리하는 질환으로 생각하시면 된다.라고 해주셨는데 그 말씀에 나도 머리가 띵 했다.


단양 집합교육에 사육당할 때도, 의사 선생님 중 "옆집에 조현병 이웃이 산다면 여러분은 어떠실까요?" 이런 질문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 둘 중에 어떤 진단을 받아야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걸 선택하실 건가요?" 이런 질문들을 했었다. 물론 나는 질문을 듣고 집중은 안 하고 웹툰 정주행을 하거나, 수련동기생하고 빙고를 했었다. 과자이름 빙고, 드라마 제목, 영화 제목 빙고.. 중간에는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기도 했다.


현장 선배님들의 알짜배기 수업내용들을 집중해서 들어야 하는 데 워낙 현장경험이 없는 상태로 듣다 보니까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다양한 사람들을 알아가느라 거기에 좀 더 초점을 맞췄던 걸지도 모르겠다. 맨 앞자리 사수가 아니라 맨 뒷자리를 사수하려고 일찍 일어나는 우리 멤버, 그 덕에 뒤에서 졸다가 맨 앞자리로 불려 나가서 들었던 수업들도 있다. 뺀질이는 아니었는 데 써놓고 보니 뺀질거릴 때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고스란히 현장에 나가면 공부해야 할 때 못하면 사채 빚이 쌓이는 것처럼 공부를 못했던 부분 때문에 내가 아닌 함께 일하는 동료, 선후배, 내담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러니까 후배들 또는 동료들 또는 공부를 미처 못했던 선배들도 같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한다. 적어도 사람을 치료하고 살려내는 직업군이라면 타 직업군에 비해 완전히 안 게으를 순 없지만 덜 게을러야 할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강요는 하지 않는다. 나 조차도 게으를 때가 있는 데 누굴 나무라는지.



그래서 매주 월요일마다 브런치 스토리에 <내 세상>이라는 글이 연재될 예정인데

첫 연재되는 책(?) 책이라고 말할 수나 있을까 싶다. 나는 솔직히 책을 쓰고 싶다기 보단 그냥 내 이야기를 타이핑 치는 작업이 좋아서. 그리고 타인들에게 읽어주세요 보다는 내가 나중에 내 이야기를 읽고 싶어서 남기는 이유가 더 크다.

내가 과거에 어떤 생각을 했었지? 어떻게 살아왔지? 현재 방향성이 흔들릴 때 나는 과거에서 답을 찾기 때문에 40살에 나는 또 흔들릴 수도 있어서 내가 어떻게 지내왔는지 다시 읽어보려고 쓰는 이유가 가장 크다. 그래서 구독자 수나, 책의 분량이나 이런 건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렇게 되면 목적이 주객전도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돈을 버는 작가, 치료진 뭐 이런 타이틀은 가져가기 싫다. 내 기준이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그래서 나름에 꿈이 있다면 세이노 선생님 책 P.734 부분에는 세이노 추천도서 목록이 있는데 여기에 내 책이 기재되었으면 한다.



도서명

<내 세상>


저자/역자

- 쏘리


추천평

- 닭대가리가 나사가 풀렸다가 다시 봉합하는 과정

- 꼭 읽을 필요는 없다


이렇게 세이노 선생님 책 구석에 남겨지는 게 내 소원이라면 소원이다. ㅎㅎ


나는 책으로 돈을 벌거나, 명성을 알리거나 이런 건 관심 없다.


그냥 나를 성장시키는 것에만 관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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