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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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공장 자동화 관련 잡지들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 무언가를 할 때, 해야할 일은 관련 책과 법령을 읽어보는 것. 대한민국 안에서 이뤄지는 일들을 하는데 그와 관련된 법령을 읽지않고 뛰어드는 건 맨땅에 해딩이나 다름없다.)
(* 나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사회복지1급을 한 번에 따긴 했지만 과락을 면하기 위함. 그리고 좋아하는 과목으로 평균치를 올려놨고, 법제론 같은 경우엔 최소 합격 선으로만 맞출 수 있도록만 공부했다. 모든 과목을 챙길 수 없다면 전략적으로 공부했다는 말이다. 그 때 당시 자원봉사자에서 미리 직원으로 뽑혀서 이게 뭔 상황인가 싶었지만 일주일에 프로그램을 몇개씩 돌리고 차팅량도 쌓여가서 돌리고 내려오면 공부하라고 해주셨지만 공부할 에너지를 이미 환우분들과 함께 나누고 온지라 기가 빨린채로 눈은 흐리멍텅해서 차팅기계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뭐 근데 모든 현장이 그렇다 치고, 그런 나를 간호부장님이 보시고는 힘들지 않냐고, 그 말에 나는 "아니요. 괜찮습니다." 이렇게 말을 한 건, 힘들다고 한들 대신 프로그램 해주실 것도 아니고, 힘들다고 말하기도 싫었다.
집에 가서야 겨우 책을 피고, 아버지는 TV 소리를 엄청 크게 틀어놓고 보시는 편인데, 그때 방문을 잠그고 공부를 해도 새어들어오는 TV소리에 아빠에게 빽! 소리를 쳤다 볼륨좀 낮추라고. 공부하는데 방해된다고.
그러니 아버지는 소리를 줄여주셨다.
일주일동안 책을 씹어먹던건 아니고, 양이 방대하긴 했지만 일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속마음은 "아, 1급 떨어졌으면 좋겠다." 근데 1급이 떨어지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1급이 붙어도 도무지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붙으면 또 수련이라는 산을 넘어야 하는데 양가감정이 아주 많았던 때였다.
그래도 간호부장님이 캐치해주시곤, 괜찮냐고 그 말 한마디가 감사했다.
보통 오너들은 직원이 힘들던 말던. 굴리면 그만인 오너들이 있다.
그러니 직원들은 호로록 떠나버리지.
아무튼 나는 조금씩 꾸준히 하는 타입은 아니고, 벼락치기로 하는 편이라 공부할 땐 이론을 보고 문제를 풀었던게 아니라 반대로 했다. 문제 풀고 틀리면 그 오답을 찾아서 이론공부를 하고 거꾸로 했다.
그러니까 문제유형을 파악해놓고 자주나오거나 내가 틀리는 문제들과관련된 이론을 공부했다. 문제만 엄청 풀었고, 오답만 체크했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손이 터있는지도 몰라서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폐인처럼 붙잡고 늘어지는 타입이긴 한데
그 때 당시 아버지가 시험장까지 데려다 주셨고,
끝나자마자 긴장이 풀리면서
집에와서는 아무도 없었는데
거실바닥에서 가채점하지도 못한채
쓰러져 잠들었다.
잠을 자고 일어나니 부재중 전화들이 몇통있었고
아버지는 내가 아무 연락이 없길래
떨어진줄 아셨다고 했다.
근데 가채점해보니 합격이었고
혹시나 결과가 안좋아서 연락이 없는 줄 아셨다고 했지만
그동안 못잔 잠을 몰아자느라
채점을 하고나면 결과가 안좋으면 잠도 못잘까봐
잠부터 자고 채점을 해서 그랬다.)
(* 아, 그래서 현장 실무를 하다보니 법제론을 빠삭하게 공부를 안해서. 법에 대한 것도 공부를 해야하나 싶다. 법과 친해지는게 살아가면서 보호막이 되준다.)
업체에 전화를 해서 이것 저것 물어도 보았다. 자동화 종합 전시회도 구경하고 참가 업체들을 귀찮게 하면서 카탈로그들도 모았다. 구로동 공구상삭는 물론 용산 전자상가 지하 1층도 직접 기욱거렸다. 나는 지난 6개월간 간간이 하여 왔었다. 추적된 자료들을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한 편 인터넷 검색에 매달리며 지식을 총정리하여 나갔다. 이 과정을 해야 가장 저렴한 방식이 무엇이며 어떻게 일을 시작하여야 하는지 말할 수 있다는 말.
(* 질문은 많이 할 수록 좋다. 생뚱맞은 질문이라 할 지라도 그 사람한테는 궁금하고 관심이 있으니 물어봤을테다. 보통 우리나라는 "마지막으로 질문하실분?" 이러면 다들 합의라도 했는지 입꾹닫에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는 눈치다.질문한 번 했다가 야유를 받거나 눈총을 받게 된다.
나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질문은 잘 못하고 보통 다 끝나고 나서 담당자나 발표자에게 따로 가서 내 신분을 밝히고 이메일을 받아오는 편이었다.
용기를 내면 낼 수야 있지만 타인들의 시간을 뺏기 싫어서 그런것도 있다. 그래서 나는 뭔가 알아가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핸드폰 번호를 물어보는건 조심스럽고 그냥 이메일이나 명함을 달라고 하는 편이다.
자문회의 때도 어떤 의사선생님은 질문 수준이 왜 이렇냐며, 전문요원들 맞냐며 직원을 나무라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안타깝게도 수련을 해주는 기관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했거나, 배우려는 자세가 없었거나. 그렇게 현장에 배출되서 실제 경험을 하다보면 기존에 배웠던 지식들도 재정립이 안된채 굴러가기도 하고 이론이 빠삭해도 실상 현장에서 실무에서는 이론으로만 수련으로만 해결되지 않는 것들도 많다.
그러니 모든 경험은 소중하다고 생각된다.
나는 조현병임에도 임신하신 분, 시각장애인데 조현병이 발병하신 분.
전화로만 통화를 하다보면 이게 어디까지가 맞는지.
보통 전화는 그냥 접수용도지 진짜 그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대면평가로 그리고 보호자와 제3자들의 면담도 같이 이뤄줘야 객관적인 평가가 들어갈 수 있다.
보호자들이 의뢰를 주시지만, 보호자들 또한 그 모든 말들이 진짜가 아닐 수 있고, 워낙에 함께 지내는게 힘드시니 좀 더 과장되거나 그 사람의 특성일 수도 있는 부분을 증상으로까지 치부해서 말해주시기도 한다.
그럴때 전문요원은 적절하게 중간자 역할을 해주기도, 치료에 잘 유입될 수 있도록 안내를 하기도, 보호자들 역할은 어떻게 하셔야 하는지도 안내를 드린다
내가 핫라인 전화를 받으며 힘들었던 건
발신번호표시금지, 그리고 전화 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막상 만나기는 두려워하는 사람.
근데 보통은 실상 대화는 나누고 싶지만
만나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고
기록되는 것 또한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설명드린다.
절대적으로 그 누가와도 열람은 할 수 없고.
기록을 남겨두는 것은
치료 개입에 활용하기 위해 작성을 해두는 것이라고
작성할 때도 허락을 구하기도 한다.
기본적인 인적사항이 입력되고.
인적사항이 입력되는 것은
불이익이나 유출의 목적이 아니라
다음 회기, 다음 치료 방향을 위해서
남겨야 하는 작업이 필수적이고
거부하게 되면 면담자체가 진행되기 어렵다고.
수많은 사람과 전활 하다보면
이사람이 그 사람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때도 있다.
실무자도 사람이다.
쏟아지는 내담자들 사이에
그래서 기록된 키워드를 보고
아 그 분이셨지.
모두 한 분 한 분 기억하려고 하지만
연차가 쌓일 수록
같은 에너지로 대해드리기가 너무 어렵다.
저연차들은 열정에 가득차기도 하고
배운걸 잘 활용하고 싶기도 하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
그러다 좌절을 느끼고
그러다 다 할 수 없음을 느끼고
그러다 내가 쏟은 에너지 만큼 회복되지 않는 모습을 마주할 땐
같이 무너지기도 한다.
근데 이거는 성장통처럼 신입에서 고연차로 넘어가면서
겪는 과정인것 같다.
부모가 되어봐야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있듯이
저연차때 고연차가 아무리 얘기해줘도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그게 무슨말인지 알 수 없듯이.
그 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결국 그때나 지금이나 가고자하는 방향은 같기에
어른들 말 틀린게 없다는 걸
옛 선조들의 말 틀린게 없다는 걸
하지만 그 앞에 수식어를 하나 붙이자면
어른 다운 선조 다운 사람들 말 한 정이다.
나이가 많다고 다 어른은 아니었고
그런 좋은 어른을 닮으려는 자세를 갖고
아닌 사람에게선 멀리 도망치는 것도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