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시를 올립니다.
p. 160
그는 좋은 사람이다
한줄평 : 누구를 생각하시고 쓰셨는지 궁금한 시입니다.
답시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는 좋은 사람이다
(* 그는 유일하게 내가 싫은 것도 싫지 않게 만든 사람이다.)
(* 예 : 오지랖. 유일하게 나에게 오지랖을 부리는 데도 싫지 않았다.)
그는 좋은 사람이다 신발 뒷굽이 닳아 있는 걸 보면
(*그는 나에게 처음 물을 건넸다. 떨렸을까? 잘 모르겠다.)
그는 새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거리를 걸을 때면 나무의 듬지를 살피는 걸 보면
(* 그는 불안할 땐 손을 잡아달라고 했다. 내 손이 안정제였나.)
그는 가난한 사람이다 주머니에 기도밖에 들어있지 않은 걸 보면
(* 그는 솔직히 나는 아는 게 별로 없다.)
그는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슬픔을 아는 사람이다
가끔 생의 남루를 바라보는 걸 보면
(* 그는 밥상 앞에서 펑펑 울었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될까 싶었다. 그는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다.)
그는 이따금 적막을 들키는 사람이다
(* 그는 갑자기 조용해진다.)
눈도 가난하게 내린 겨울 그가 걸어간 긴 발자국을 보면
(*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그는 자주 참회하는 사람이다
(* 그는 생각지도 못할 때 웃긴 사람이다.)
자신의 고독 정도는 자신이 이겨내는 걸 보면
(* 그는 혼자 있으면 밥 좀 잘 챙겨 먹길 바란다.)
그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많은 흉터들에도 불구하고
(* 많은 흉터 때문에 자신을 또다시 흉터로 내모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마음 깊숙이 가시를 가지고 있지 않은 걸 보면
(* 서로 가시가 있었을까?)
그는 홀로 돌밭에 씨앗을 뿌린 적 있는 사람이다
(* 그를 잘 모른다.)
오월의 바람을 편애하고 외로울 때는 사월의 노래를 부르는 걸 보면
(* 같은 노래를 반복적으로 불렀고, 나는 그냥 불렀다.
그리 쉽게 이별을 말하지 말아요. 노래가 좋다고 그랬다.)
그는 동행을 잃은 사람이다
(* 그는 동력을 잃은 사람이다. 근데 잘할 수도 있는 사람이다.)
때로 소금 대신 눈물을 뿌려 뜨거운 국을 먹는 걸 보면
(* 이것저것 해주고 싶었나? 근데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데)
그는 고래도 놀랄 정도로 절망한 적이 있는 사람이다
(* 그는 자신 스스로도 잘 모르기도 한다.)
삶이 안으로 소용돌이치는 걸 보면
(* 그 시기를 잘 넘기기를 바랄 뿐이다.)
그는 이제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다
(* 그는 이제 내 삶에 없는 사람이다.)
그의 부재가 봄의 대지에서 맥박 치는 걸 보면
(* 궁금하긴 한데 이게 걱정인지 마음인지 잘 모르겠다.)
그는 타인의 둥지에서 살다 간 사람이다
(* 그는 소중한 사람이었다.
나한테 뿐만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한테도.
이 말을 못 해줬다.)
그의 뒤에 그가 사랑했으나 소유하지 않은 것들만 남은 걸 보면
(* 그는 확신이 찰 때 빛나고, 겁이 많기도 하고, 어린아이 같은 모습도 있었고, 망설임이 크고, 지긋이 바라봐 준 적이 있었고, 근데 다른 거 다 잘 모르겠고. 그냥 나는 이제 인생이 재밌어졌는데, 세상이 얼마나 재밌는 세상인지를 알려주고 싶었는데, 현실감각 없는 나? 낙천적인 나? 노! 현실감각, 비관적인 나도 있다. 그 사이에 그냥 재밌게 지내는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