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 대한 관심을 꺼야 행복이 찾아온다. 꿀팁 : 병풍처럼 홀로그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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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일은 어떨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아무 일이나 하라는 것이 내가 주는 지침이다.
(*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 배달어플과 배달 아르바이트가 돈을 많이 번다고 난리였다. 그래서 그때 당시 만났던 남자친구는 사회복지를 했었지만 벌이가 쉽지 않아서 배달일을 하고 싶다 그랬고, 그때는 내가 편견이었는지 돈을 적게 벌어도 그럴싸한 직업을 갖길 원했다. 근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미안하다. 그냥 배달 일을 하든 무슨 일을 하든 응원을 해줄 걸 그랬다. 어차피 돈을 버는 건 매한가지인데 말이다. 범죄행위만 아니면 됐지. 그가 경제적으로 부담감을 느꼈을 생각을 나도 서른 살 넘어서 아파트 대출을 받아놓고 보니 이거는 뭐 몇 십 년을 노동을 해야 가질 수 있는 구조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31살에 알게 된다. 다들 대부분은 그렇게 사는 거라고, 대출은 기본이라고 나도 그래서 은행 가서 아파트 살려고요 하면 아파트 사기 위해 필요한 돈을 전부 다 주는 줄 알았다. 청약 통장을 만들기만 하면 집을 준다는 줄 알았으니 얼마나 웃긴가. 은행에서 왜 연락 안 주지? 싶었다. 그래서 해지하려고 찾아가니 그때 은행원은 우리 어머니 뻘이었는데 나를 말리면서 혜택이 좋으니까 해지하지 말라고 하셨고, 그래서 나는 2013년 가입한 청약을 2023년도에 해지해버렸다. 같이 근무한 임상선생님이 추후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 해지하지 말고 노년에 써먹으라 하셨는데, 죄송하지만 해지하고 다른 쪽으로 돌려버렸다.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내 마음처럼 경제상태도 계속 하루 단위로 바뀐다. 그러니 내 판단이 틀릴지라도 그때의 선택은 그냥 나았다고 생각하고 결국에 그 선택을 어떻게 바꾸느냐는 나한테 또 달려있는 것이다.)
(* 결론은 누구한테 "나 무슨 직업이에요~" 멋 부리기 위한 직업이 아닌 진짜 사명감을 가져야 할 직업 아니면 일단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가리지 않고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좁은 문.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는 별 볼일, 볼품없는 일은 사람들이 뛰어들지 않기 때문에 눈에 띄지도 않는다. 그렇게 조용히 돈을 쓸어 담는 기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수가 마음에 차지 않는 경우 중요한 결정 요소는 그 일을 통해 경험적으로 축적되는 지식이 어떤 것이고 스스로 그 지식을 배가시킬 수 있는가이다.
(* 내가 퇴사 후에 많은 글들을 써대니까 주변 사람들은 왜 저러나 싶을 것이지만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그동안 하지 못한 말을 유언을 써가듯이. 써버렸다. 면전에서 해서는 안 되는 말들을 글로 옮겨 적었다. 얼마나 속이 후련한지. 봤으면 좋겠다가도 안 봤으면 좋겠다. 싶었다. 근데 이제는 보든 말든 그냥 쓰는 게 좋아서 쓴다. 나는 매번 언급하지만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살아서 행복함을 잊으면 안 되고 책을 내기 위해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써서 행복함을 알아버린 자는 그리 조급하지도 않고 재밌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스피드한 나라. 빨리빨리 문화. 패스트푸드, 한강에서 주문해도 바로 배달이 총알같이 오는 나라. 못할 게 없는 나라. 힘들면 더 똘똘 뭉치는 나라. 가끔은 파탄 나고 싶어서 치고 박고들 싸우지만 결국엔 또 지나간다.
왜 싸우는가 들여다보니 욕심, 권력 유지, 더 좋은 곳 더 나은 곳 뭐 경험해보고 싶어서 그런 것도 있고, 내 가까운 지인들만큼 살고 싶기도 하고 뭐 그런 마음들 때문일까? 서로가 은연중에 스캔을 한다. 그러곤 뒤돌아서면 저거는 좀 아니지 않아? 그렇게들 떠들어 댄다. 그렇게 시간을 죽이고, 본인의 하나뿐인 인생의 삶을 날려 보내고 있다.
나는 자연인이라는 말이 좀 들었는데, 어디 북한에서 왔냐? 뭐라고 떠들어대던데 굳이 대꾸해 줄 가치도 없더라. 각자의 삶의 방식이 다를 뿐 자기와 비슷하지 않으면 척을 지고 이상하게 수군대는 이상한 그 마음들이 우리나라 자살률 1위를 하는데 아주 큰 보템이 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기안 84님을 좋아했다. <나 혼자 산다> 예능프로그램을 보면 다양한 1인가구 삶을 볼 수 있고, 유튜브 <자취남> 채널도 종종 보는데 세상엔 정말 다양한 가치관을 갖고 자신만의 삶과 공간을 구축해 나가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특히 자기가 뭘 좋아하고, 공간에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다 행복해진다. 최근 김대호 아나운서님도 퇴사를 하고 자신의 집을 넓혀가면서 원했던 공간 채움을 하니 나는 그 집에 초대를 받고 싶었다. 나와는 나이차이가 10살 차이도 안 나지만 내 바이브는 자연인에 아저씨 같은 바이브도 있어서 등산을 하고 막걸리를 조지고 낮잠 자고 좋아하는 재즈를 들으면서 이왕이면 고양이들도 있으면 좋고. 강아지도 좋고.
상상을 한다. 이전엔 상상하면서 즐거워했다면 이제는 상상플러스 경제적 비용에 대한 예측도 함께하니 금방 꿈을 깨버린다. 근데 언젠가는 이루지 않을까? 어차피 살아가는 인생이 아니라 우린 늙고 죽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하루가 너무 아깝고 재밌게 살지 않으면 아주 억울해 죽겠다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죽음이라는 것도 같이 딸려온다. 결혼을 하면 이혼도 딸려 올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미혼은 절대 이혼이라는 걸 경험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왕 태어났다면, 그리고 이왕 오늘 눈이 떴다면 오늘 뭘 하면 내가 좀 더 웃고, 좀 더 재밌고, 좀 더 내 삶을 즐기며 하루를 마감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사는 게 그리 나쁘지 않다.
너무 진지하고, 너무 딥하고, 너무 틀에 맞춰서 살다 간 병이 난다. 그래서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게 되면 순간은 몰입을 하지만 이제는 후다닥 내 삶을 즐기러 간다. 누구는 그럴 수 있다. 혼자 즐거워서 뭐 하냐고. 근데 난 혼자 다니지만 혼자가 아니다. 여행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여행에서 생각나고 떠오르는 사람들 물리적으로 꼭 함께 있어야지만 함께하는 건 아니다.
성당에 간다고 꼭 하나님을 만나는 게 아니다. 하나님은 내 마음 안에 있어서 내가 어딜 가든 같이 있다는 것이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는 것 같은 곰신 커플들처럼 말이다.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는 것 같은 사람들이 있다. 마음으로 연결되는. 뭐 아무튼 그렇다. 그래서 혼자 여행하다 보면 오히려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 사람하고 오면 좋겠다. 그 사람 여기 좋아할 텐데. 그 사람 데리고 와야겠다.
함께 가면 오히려 소중함을 모르기도 한다. 그러니 혼자 다니는 여행도 가끔은 해줘야 하고 함께 다니는 여행도 하긴 하는데 자주 하면 안 된다. 무뎌진다.
무언갈 오래 하려면 그것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것도 해주면서 계속해줘야 한다. 한 가지만 한 우물만 파서 도달할 수 있는 지점도 있지만 한 우물만 파는 과정에서 고꾸라지지 않으려면 다른 우물 또한 알아보면서 이게 최고구나를 알아야 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틀릴 수 있고, 당신한테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아무튼 지금 하는 일이 보수가 영 시원찮더라도 지금 배우는 일이 나중에 경험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그 일은 보수가 낮아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겁니다.)
보육원에서 18세가 되어 나와야 하는 아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금 고작 5백만 원 3년간 매월 자립수당 30만 원이 나오지만 쪽방 월세 수준임을 알았을 때 나는 사랑의 열매와 상의하여 그런 애들에게 배달용 오토바이라도 하나씩 사주라고 기금을 주었다.
(* 돈을 무작정 주는 게 아니라 생계유지를 위한 도구를 주셨다. 누구는 5만 원도 큰돈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부모의 무한한 보살핌을 받고 자라나고, 대학등록금 걱정 한 번도 안 해본 청년과 그렇지 않은 청년. 둘 다 인생이 다른 청년 그렇지만 결과는 다를 수 있다.
돈 많은 자녀들이라고 다 싹수없는 건 아니지만 부모가 더 해줬던 자녀라면 그냥 몸만 큰 성인일 수 있고, 여유가 없는 자녀라고 다 발라당까진 자녀라거나 사회에 불만을 가진 친구가 아니라 더 올바르게 큰 자녀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둘 중에 누구를 선택할래? 한다면 나는 여유가 없이 자기 본인 힘으로 스스로 잘 이겨낸 사람이 더 쓸모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처절한 밑바닥 경험이 그의 초심을 늘 잡아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람은 편하면 눕고 싶고 편하면 늘어지고 싶고, 게을러지고 싶고 그렇다. 그렇지만 다시 과거로 돌아가기 싫은 사람은 그때 그 시절을 잊지 않고 잊히지도 않는다. 처절하게 울었던 기억, 비참했던 기억, 다시는 그 상황으로 가기 싫은 기억. 그게 결국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돼주니까.
그러니 지금 상황이 여의치 않고 모든 게 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은 조용히 사부작사부작 자신의 포도가지를 늘려가보자. 수확은 언제 해야지! 이 날 해야지! 이 날엔 도달할 거야! 한다 해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묵묵히 하다 보면 수확하는 날이 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