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시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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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민들레 폴씨처럼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게
그렇게 세상의 강을 건널 수는 없을까
(* 나는 민들레 폴씨 보단 강아지 풀을 더 많이 갖고 놀았다.
손으로 몸통 부분을 잡고 잡았다 놨다 하면 아래로 내려가기도
위로 올라가기도 한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민들레 폴씨를 보면 불고 싶은 마음보단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불면 날아가버리니까.
그냥 그게 꽃잎인 줄 알았다.
근데 민들레 폴씨는 불어줘야
멀리 날아간다는 걸
이제야 알겠다.
그래서 나이가 서른이 되고서야
민들레 폴씨를 불지 않고 지켜주는 게 아니라
확 불어버린다.
훨훨 날아가게
다른 곳으로 네가 원하는 곳으로
멀리 가버리라고.)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슬프면 때로 슬피 울라고
그러면 민들레 풀씨처럼 가벼워진다고
(* 나는 눈물이 어쩔 땐 하염없이 잘 흐르고
어쩔 땐 가차 없이 눈물 한 방울로 흘리지 않는다.
그에 대한 기준은 잘 모르겠다.
터져야 할 땐 터지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 앞에서
내가 믿는 사람들 앞에서만 울었다.
내가 믿지 않는 사람들 앞에선 절대 울지 않는다.
내가 믿는 사람들 앞에선 발가벗은 내 모습도
다 보여줬다.
믿어서 보여줬는데 믿어서 깠는데
그게 아닌 사람들이었다면 내 탓을 해야지
그들 탓을 해봤자
뭔 의미가 있으랴
속으로 이 시발 것들 절대 내가 이 수모는
두 배로 갚아준다.
아니다.
이미 갚아버렸다.)
슬픔은 왜
저만치 떨어져서 바라보면
슬프지 않은 것일까?
(* 동의할 수 없다.
슬픔은 떨어져서 바라보면
절대 보이지 않는다.
가까웠기에 보일 수밖에 없는
슬픔이다.
가까웠다고
가까워서
가깝다고
그래서 보였는데
그래서 곁에 묵묵히 있었는데
근데 다시 홀씨처럼 불어버린다.
너무 가까이에 있어도
전염을 서로 주고받을까 봐
멀리 불어버린다.
착각하지 마라
그냥 버리는 게 아니라
불어버린다.
멀리 가라.
슬픔 따윈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얼마만큼의 거리를 갖고
그렇게 세상 위를 떠다닐 수는 없을까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 코로나가 세상을 흔들었다.
안전한 거리두기 수칙, 코로나가 여전히 있나?
그 코로나19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수고로움과 많은 업무와 노동을 했는가
그 코로나19로 돈 버는 사람들
기가 막히게 벌어가고
그 코로나19 후유증으로 떠난 사람들
그 사이에 아무 일 없던 사람들
코로나19가 가르쳐 준것들
처음 겪는 일엔 모두가 허둥지둥이다.
그러니 속지 말자.
그러니 깨어있자.)
슬프면 때로 슬피 울라고
그러면 민들레 풀씨처럼 가벼워진다고
(* 풀씨를 지켜주는 게 아니라
불어버리자.
가벼워진다고
가버리라고
가라고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