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무엇에 집착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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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기 좋아한다는 프랑스에서조차 회사의 고위간부들이나 사장이 밤늦게까지 일하거나 휴일에 사무실에서 일하는 모습을 한두 번 본 것이 아니다.
(* 프랑스에 가본 적이 없으며, 프랑스 사람을 만나본 적 또한 없으며, 아는 프랑스어는 봉주르? 안녕하세요. 정도이다. 세이노 책을 읽다 보니 프랑스사람들은 놀기 좋아하는 편에 속하는구나 싶다. 나는 일할 땐 확실하게 일하고, 놀 땐 확실하게 노는 편이다. 어중이떠중이처럼 할 생각은 없는데 다만, 확실하게 놀기까지 어설플 수 있겠다만 한 시간을 놀더라도, 하루를 놀더라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그러니 한 번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먹고 싶은 곳이 있으면 무조건 먹어봐야 아는 똥인지 된장인지도 먹어보고 우웩을 해버리는 나란 사람은 이렇게 프랑스가 어떤지 책으로나마 알아간다. 내 고등학교 동창 친구 중에는 해외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술을 마셨는데 나랑 술을 마셔보니 흑인사람들과 술 마실 때보다 더 재밌다고 흑인들 바이브를 내가 이겼다고 해줬다. 세종시에 사는 친구고 지금은 서로 연락하기 어려운 사이가 되어버렸다. 너무 자주 만나지 말고 가끔씩 오래 보자 했지만 사람인연이란 게 어떻게 될지 이렇게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 친구가 임신했을 땐, 우악스럽게 떠들고 웃던 내 친구가 애기 엄마라니 싶어서 놀라서 달려갔었고, 두 번째는 출산하고 한 번 놀러 갔었다. 그렇게 내 친구들은 내가 해보지 못한 것들을 하나 둘 이뤄가고 있었고, 반대로 나도 친구들이 이루지 못한, 경험하지 못한 경험들을 나는 나대로 쌓아가고 있었다. 그 친구는 일하는 나를 부러워했고, 나는 한 편으로 언제 결혼하고 언제 애를 낳고 언제 키우나 싶었다. 다 각자만에 인생인 것을 서로는 서로를 부러워한다. 미혼자는 기혼자를 기혼자는 미혼자를? 근데 뭐 미혼자도 기혼자도 다 각자 장단점이 있으니 미혼도 기혼도 다 재밌게 살면 그만이다.)
(* 여러 직장을 다녀보니 워커홀릭인 사람도 워커블랙홀도 만나봤는데 모든 극으로 치우면 좋지 않듯이 조직입장에서야 워커블랙홀보다는 워커홀릭을 더 선호하겠지만 개인의 삶을 놓고 봤을 땐 워커홀릭은 개인의 삶을 즐기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 늘 중간지점이 어딘지를 살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프랑스도 한 번 가보고 싶다. 바게트 빵보단 그 나라 자연은 또 어떨까. 그게 궁금하다.)
지위 높은 사람들만 모이는 간부회의 중에 먹게 되는 점심은 샌드위치 일색이다.
(* 고위직들이 방문할 땐 의전이라는 것을 필수로 하게 되는데 의전만 하나? 그들에게 보고해야 할 브리핑해야 할 자료도 만들어야 하고 최대한 실수하지 않도록 리허설도 하고 여러 가지 절차들과 준비들이 있다. 지역에서 제일 이쁘게 포장하는 꽃집도 알아봐야 하고 꽃에 꽂힐 심플이즈 더 베스트한 문구도 생각해야 한다. 주차자리는 미리 빼놓아야 하며 이동시간은 몇 분 인지도 체크해야고 그러다가 인간 화한을 하고 앞 구르기 뒷구르기를 해버릴까?라는 웃긴 발상도 하게 된다.
의전에 이응도 모를 땐 이왕 환영해 드리는 거 격하게 해드려야 하나? 하면서 이런 그랜절 짤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웃긴 생각도 했다. 하루에 세 번 웃지 않으면 그 하루는 종 치는 날이라 생각하는 나란 사람은 꼭 세 번은 웃어야 하는데 직장에선 웃을 일이 크게 없다 보니 이런 짤이라도 보고 웃어야 한다. 다만, 누구한테 들키면 안 될 뿐. 그래서 저연차일 땐 웃기면 안 되는 상황인데 어깨를 들썩이게 웃기게 하려고 말도 안 되는 무리수 개그들을 던지기도 했었다.
웃으면 안 될 상황에선 왜 더 웃음이 나게 되는 걸까? 아무튼 웃참은 나에겐 너무 어려운 숙제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내가 졸업이 딜레이 돼서 우울을 탔더니 오히려 나를 놀렸다. 그러면서 하는 말은 그럼 각 잡고 진지하게 위로하는 게 더 좋냐고 물어보던데. 생각해 보니 너무 진지하고 무거운 것도 딱 질색인지라. 다만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지 웃을 기분과 상황이 아닌데 억지웃음을 하고 앉아 있고 싶지 않다 뿐이다.)
외국 영화를 보면 상급자들이 일 때문에 가정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아내로부터 이혼을 당하는 장면이 부지기수고 사장의 책상은 처리해야 할 서류들이 가득한 경우가 많다. 한국영화를 보면 사장이나 이사들의 책상은 대부분 깔끔하게 청소되어 있고 술 접대하러 다니다 알게 된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이혼을 당해면 당했지 절대 일 때문에 이혼을 당하지는 않는다.
(* 외국과 한국의 차이. 외국은 접대문화가 없을까? 한국은 접대 없이는 사업을 못하게 되는 걸까? 나는 결국 핑계라는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승진을 위해 진급을 위해라는 명분이지만 결국 본인도 즐기는 마음이 1%도 없다곤 부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변이 중요하다. 그렇게 물들어가는 건 순간이 아니라 점점 스며드는 것이다. 한 번이야 괜찮겠지. 두 번 정도야 뭐. 세 번도 별거 아닐 거야. 그러면서 고착화되는 것이다. 정신들 차려라~)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너희가 날이 갈수록 일을 빨리 마치기를 바란다. 인생의 목적이 평생 일하는 데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기에 하루라도 빨리 일에 능숙해져야 한다.
(* 능숙이라는 단어에 밑줄 두 번 형광펜으로 까지 칠해놨다. 능숙이 가져다주는 선물은 시간 단축과 더 많은 경험들을 할 수 있는 프리패스 티켓이다! 그렇지만 능숙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생각하고 적용해 보고 뭐가 잘못됐지? 뭐를 바꿔볼까? 시간을 좀 더 앞당겨볼까? 아님 늦게 해 볼까? 이 시간에? 저 시간에 해볼까? 위치를 이렇게? 반대로 해보면 뭐가 더 나을까? 기존에 방식을 고수하는 게 더 나은가? 그렇게 데이터를 쌓아가 보는 것이다.)
처음에 8시간 걸리던 일을 6시간으로 줄이고 남은 2시간에 추가적으로 다른 일을 수행하는 과정이 반복될 때 비로소 몸값은 계속 올라가며 경제적 자유에 좀 더 가까워지게 되기 때문이다.
(* 건설현장 화장실 청소를 한지 한 달이 좀 지났고, 실제 출근일 수는 30일이 되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청소 속도가 빨라졌다. 그래서 초반에 할 때 구역과 지금의 청소구역과 청소량은 달라졌다. 화장실 청소 같은 경우엔 쓰레기통을 비우고 바닥청소와 세면대 청소를 한 번 하고 나면 진이 빠졌는데 지금은 쓰레기통 비우기, 좌변기, 소변기, 락스청소를 동일한 시간대에 빨리 끝내놓고 다른 청소구역을 하러 가기도 한다. 물론, 화장실을 이용해주시는 분들도 깨끗하게 이용해주시는 덕분에 시간이 단축되기도 한다. 그러면 나는 창틀을 닦거나 문 아래 있는 먼지까지도 닦게 되는 시간을 확보하게 된다. 뒤돌아 서면 먼지가 또 있어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은 더 치울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다. 유리 먼지 자국 또한 투명하게 한 번은 더 닦을 수 있다. 누구는 뭐 그것까지 하냐고 하는 사람도 계시지만 할 일을 끝냈다고 앉아있는 것보다야.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서 한다. 덕분에 안전기사 선물 받은 책도 한 장이라도 읽어보고 문제도 풀어보고 머리에 새로운 지식을 넣어준다. 그쪽 현장이나 필드에서 꼭 일을 해야만 해. 이런 마음을 갖고 공부하는 건 아니지만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재미에 빠지다 보니, 담배를 피우지도 않고 뭐 딱히 쉴 때 할 게 없다. 휴대폰으로 릴스, 유튜브를 짧게 보기도 하지만 보다 보면 나 스스로가 한심할 때가 있다. 왜 남이 만들어놓은 콘텐츠에 내 시간을 들이붓고 있나 싶어서. 그래서 내가 글을 쓰는 것도 내가 만드는 것도 웬만하면 다들 짧게 보고 본인 인생 도움 되는 일들을 하길 바랄 뿐이라고. 한 번 태어난 인생 재미없게 살다 가면 그건 스스로의 유죄라고. 나태지옥에서 연병장 뛰듯이 저승에 가서 그렇게 뛰기 싫어서 이승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어차피 다 흙으로 가는 인생 이승에 놀러 왔으면 재밌게 놀아야지. 일도 재밌게. 즐겁게. 그뿐이지 않을까. 우리 삶은)
일을 빨리 마치려면 머릿속에 든 게 많아야 한다. 그러므로 제발 좀 공부 좀 해라. 반복되는 일은 개선해라. 개선 없이는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가 없다. 빨리 일을 끝내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내라. 그리고 일 끝나는데도 윗사람이 사무실에 있다고 눈치 보며 남아 있지 마라.
(* 야근을 많이 한다고 꼭 좋은 건 아니지만 그다음 날 준비를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야근들도 있다. 자발적 야근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다음 날 얼마나 힘들지가 눈에 보이니, 결국 내 일이지 내 일을 남한테 미루지 않으려면 끝내놓고 가야 마음이 편할 뿐이다.)
(* 빨리 끝내려면 일머리가 필요한데 일머리는 머리에 든 게 많아야 문제해결책도 빨리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식배양은 끝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ebs에서 '공부의 왕도' 프로그램을 챙겨봤던 기억이 있다. 공부를 하다가 자극받고 싶을 땐 공부 잘하는 애들은 얼마나 하길래 궁금한 것도 있었고, 좋은 공부법은 적용해보고 싶어서 자주 들여다봤다. 근데 딱히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나 목적이 뚜렷하지 않았나? 그냥 프로만 보고 "오, 대단한데?" 하고 그냥 꺼버렸다. 그러곤 PMP에 인강대신 영화나 미드를 넣어서 보거나 그렇게 가장 중요한 시기를 허송세월처럼 보내버린 죄가. 미래에 이런 사달이 날지 누가 알았겠나. 그러니 모든 건 다 때가 있다고. 제 때 해야 할 때 해놔야 무너지지 않는 법인데 보수공사를 몇 번이나 해야 하는지. 미뤄둔 죄. 방치한 죄. 외면한 죄가 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