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하는 만큼만 하면 남들과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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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층이 일을 많이 하는 이유는 그들이 일하는 것을 즐길 뿐 아니라 자신의 경쟁자들을 이기려는 승부욕이 강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과로사하는 사람은 주로 고소득층이 아니라 40-50대 평범한 봉급자들이다. 일을 즐기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이다.
(* 즐기는 자는 난 년이라고 해야 하나. 내 고등학교 동창 친구 중에 죽이 잘 맞던 친구가 하나 있었다. 죽이 잘 맞는다라는 건 내가 하는 것에 크게 터치하지 않고 그냥 옆에서 묵묵히 같이 즐기는 친구. 반대로 나도 딱히 그 친구한테 감 놔라 배 놔라 한 적은 없고, 서로한테 노를 외쳐댄 적이 없다. 할래? 그래. 갈래? 그래. 뭐 이런 식이다. 그러니 있는 그대로 허물을 보여줘도 딱히 아무 말하지 않을 뿐. 20대 때는 주변에 사람을 많이 뒀는데 그중에서 이 친구와 가까이 지내보니 가장 재밌을 줄이야. 내가 소리 내어 엉엉 울 때 섣불리 조언하지 않고, 섣불리 위로하려 애쓰지 않고 그냥 울게 내버려둔 유일한 친구였다. 의외였다. 천안 종합운동장에 나란히 앉아서 어떡하지를 고민하고 있을 때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르겠는데 그냥 울음이 나왔다. 그 친구는 호들갑을 떨지도 않고, 그냥 아무 말도 없이 옆에 있어줬다. 그게 더 고맙고 미안해서 나는 더 크게 울었다. 그 운동장엔 러닝을 뛰는 사람. 천천히 걷는 시민들 많이 있는대도 말이다. 그러곤 울음이 그치고, 두정동 먹자골목에 있는 와플을 먹으러 갔다. 왜 와플을 먹었을까? 아무튼 와플을 포장하고 내 차에 앉는 순간 좋아했던 팀장님도 기가 막히게 전화를 주셨다. 참. 세상에 이런 날도 있을까? 늘 미리 연락 한통 못 드리는 모자란 후배를 늘 지켜보고 계셨던 걸까? 퇴사하는 날에도, 내가 어디선가 울고 있으면 기가 막히게 연락을 주시던. 그 통화에 나는 또 울음이 터져버렸다. "저 이 일 못하겠어요." 이 말에 그저 아무 말도 묻지 않으시고, "그래. 정프로 그 일 하기 싫으면 하지 마. 안 해도 괜찮아." 그러다가 내가 또 말실 수를 해버렸다. "술 드셨나요?" 나는 참 왜 그랬을까? 20대 초반엔 나도 내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말하기가 어려워서 꼭 술기운을 빌려서 말하던 때가 있었다. 좋아하는 마음도 술이 없으면 표현을 잘 못하는 것처럼. 근데 이제는 안다. 술을 떠나서도 사람 진심이란 게 마음이란 게 똑바로 마주 보기가 이리도 어려운 일이라는 걸. 나는 이제 술을 먹지 않고도 해야 할 말은 꼭 하며, 아니라는 것에는 아니라고 말할 줄도 알고, 맞는 말에는 더욱 맞장구를 쳐줄 줄도 안다.)
(* 말이 돌고 도는데 결론은 나는 난 년이라는 소리를 고등학교 동창 친구에게 들었고, 즐겨버리는 순간 일은 일이 되지 않는다. 일은 그저 놀이가 돼버린다. 글쓰기가 놀이가 되어버린 것처럼. 삶이 놀이가 되어 버린 것처럼. 놀이로 만들어버리게 된다.)
(* 삶은 과로사 아니면 백수가 아닌가 싶었던 내가 그 중간지점이 어딘지를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 저소득층에 머무르는 것과 저소득에서 고소득으로 넘어가는 그 과정에서 필요한 자세는 즐기는 것에 있는 것 같다. 어린 후배와 초기 세팅을 하다 서로 고군분투할 때도 나는 졸라 즐기라고 말을 했었다. 힘들어도 어쩌겠어요. 졸졸 해버려야지. 그렇게 아무 말 대잔치를 열어버리고 그렇게 집으로 가고 잠을 자고 그다음 날 출근해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어쩌면 당신 가족은 당신을 착하기는 하지만 무능력한 사람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8시간 근무는 당신이나 노동조합이 원하는 기준이지 당신의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세상이 원하는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조 간부들 중 장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 있던가?
(* 능력이 있는 사람은 싹수가 없을까? 착함과 싸가지 사이에 능력과 무능력이 뒤섞여 있을까 싶기도 한데 내가 짧은 사회생활하고 느낀 건 일을 잘 해내면 그렇다 할 터치가 없다. 그니까 할 일을 끝내놓으면 어라? 여유로워 보이네 일을 더 줘야 하나? 어라? 다른 일도 던져줘봐야 하나? 어디까지 일을 쳐내나 어떻게 일을 끝내놓나. 평가를 하기도 한다. 내가 한창 바쁘게 일할 땐 어느 모 팀장님은 "소연 선생님, 왜 이렇게 바쁘게 움직여."라고 하셨고, 나는 그랬다. 언제 또 일이 떨어질지 모르는데 일을 빨리 끝내놔야 그다음 일들을 쳐낼 수 있다고 말씀을 드렸던 것 같다. 내 입장에선 갑자기 떨어지는 일들을 소화시켜 내려면 기존에 일을 빨리 끝내놔야 마음이 편했던 것이다. 나도 수다 떠는 거 좋아하고, 노는 거 좋아하는 편인데 할 일은 끝내고 놓고 해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고, 새로운 일이 주어졌을 때 당황하지 않으려면 머리에 든 것도 있어야 할 것이고, 윗 선배들의 모습이 곧 내가 될 모습이니까. 이 선배 저 선배 살펴보면 다 제각기 일처리 방식도 다르고, 장단점이 다르고 뭐 그렇다는 것이다. 수련생 시절 1:1 슈퍼바이저-슈퍼바이지 짝을 정할 때도 똘똘한 친구를 가르치고 싶지 수동적인 친구는 여간 좋은 말을 해줘도 들을 생각도 안 하고, 따르지도 않는다. 그냥 딱 할 만큼만 해버리고 손을 놔버린다. 수동적인 사람은 높은 자리, 책임이 있는 자리에 갔을 때 사건 사고들이 발생하면 대처 또한 미흡하다.)
(* 저연차 때 보통 싹이 보인다. 그냥 슬렁슬렁 다니는 직원인지, 욕심이 있는 직원인지, 그냥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직원인지. 근데 직장이라는 곳은 일하러 온 곳이기에 일을 먼저 끝내 놓고, 잘 마무리 지어놓고 친목을 다지던 여유를 즐기던 딴짓을 하던 북 치고 꽹과리를 치던 그게 순서라는 것이다. 그리고 일할 때 보통 일중심으로 해야 문제가 덜하다. 관계중심으로 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관계주의는 관계로 해결했던 습관이 있어서 일은 나 몰라라 덮어놓고, 곪아 터지게 된다. 그러니 회사, 직장이라는 곳은 친목이 우선이 아닌 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 그래도 일도 잘하고 관계도 잘 쌓으면 금상첨화지만 관계가 너무 많으면 구설수나 엮이지 않아야 할 일도 엮여 버리게 되니 골치가 아프게 된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그 가짓수를 늘린다는 건 관리와 에너지가 투여되는 일이니 신중하게 늘려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20대 때 통성명만 하면 거진 내 바운더리 사람으로 분류했는데 그래서 이 사람 저 사람 다 내 친구지! 했다가 골치가 아파져 버렸다.)
선택은 당신의 몫이지만 세상이 원하는 기준은 만만한 것이 아니다. 일을 위해 자신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는 자는 회사를 버리든지 자기가 회사에서 버림을 받는다.
(* 회사에서 자아 찾을 생각 말고, 회사는 자아를 실현시켜 주는 곳이 아님을 꺠닫고 나는 마음이 편해졌다. 젊은 친구들의 기발한 아이디어,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조직에서 필요하긴 하지만 조직과 개인 그 사이에 갭이 너무 커버리면 이질감이 든다. 근데 조직이 곧 최고관리자, 오너의 가치관인 것 같아서 어딘가에 입사할 때 최고관리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가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똑같이 돈을 버는 일이라면 나는 그래도 깨끗하게 운영되고, 내가 말하는 깨끗함이란 정리정돈보다는 청렴에 기준을 둔다는 것이다. 조직문화 또한 바람직하게 조성하려고 하는지. 애를 쓰는지를 본다는 것이다.)
일과 관련된 자기 계발을 추가로 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넉넉한 삶은 어려울 것이다.
(* 남자 동기 중에 꽤나 열심히 사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네 부모님은 자수성가를 하셨기에 그 친구도 나중에 밥벌이를 하려면 자격증도 따고 이것저것 한다고 말했던 친구였다. 겉으로 얼핏 보기엔 장난기만 많은 줄 알았지만 꽤나 책도 읽고, 교양을 쌓는 사람인가 싶었다. 나는 그 친구에게 일본 순사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서로 사회생활 갑이라며 장난을 치기도 했는데. 그 타이틀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을까 싶기도 하고. 마지막 퇴사 때 내게 책도 건네주고, 육칼도 같이 먹으며 내가 너무 착하다며, 나중에 후배들은 나에게 이런 마음을 배우라고 보내겠다며 뭐 그런 식의 말을 나눴는데. 내가 누구를 가르칠 짬이나 됐나? 누군가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주입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조심해야 하는 지를 알게 돼버리니 쉽지가 않다. 정확하고 명확한 내용 숙지가 되어있지 않은 이상 그냥 시간 때우기 식 돈이 나오니까 해야 하는 일로 치부해 버리며 하고 싶진 않았으니까. 지금 그 친구는 차단이 되어 있다. 차단 한 이유는 내 인생에 너무 관여를 많이 하는 것 같아서 일시적 차단을 박았다. 퇴사하는 날 나에게 연락해도 되냐라고 물었고, 오케이를 했지만. 퇴사 후 생각보다 자주 오는 연락에 반가운 마음 반, 이 친구가 이렇게 잔소리 꾼이었나 싶은 마음 반이었다. 잘 지내고 있겠거니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