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무엇을 따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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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아줌마들이 팔았고 나 같은 남자 대학 새은 전혀 없었기에 경비실을 통과하기도 만만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문을 열어준 고객들에게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하였다. 상품에 붙어 있는 영문 라벨들을 사전을 찾아가며 모조리 외웠다. 바셀린 연고 하나를 팔더라도 눈 화장을 지울 때 사용하면 좋다는 내용도 잊지 않고 알려 주었다. 스팸을 팔 때는 새로운 요리법들도 알려 주었다.
(* 내가 처음 화장을 했던 나이는 21살이었다. 그전에 눈썹 정리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고, 고등학교땐 대부분 로드샵 틴트에 미백 선크림정도는 발랐던 것 같은데 나는 틴트도 바르지 않았다. 어디선가 주워듣기로는 어린 나이에 틴트를 바르면 입술색이 더 사라진다는 말에 그냥 다녔던 것 같다. 안성동아방송예술대에 가서도 동기여자들이 왜 화장을 안 하냐며 꾸미면 나을 것 같은데 라는 말을 하기도 했었다. 딱히 꾸며야겠다는 생각도 그리고 꾸며봤자 그 얼굴이 그 얼굴이겠거니 싶었다. 나름 뷰티유투버들을 구독하고 연습도 해봤지만 응답하라 1988 덕선이 화장법처럼 되어버리니 딱히 공들이지 않게 되고, 무엇보다 화장은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우는 게 더 중요한 거라서 화장을 짙게 할수록 세안법이 더 꼼꼼해야 하고 클렌징 화장품도 돈이 더 많이 들어가게 됐다. 키엘 선크림에, 카렌듈라 토너를 썼었는데 아르바이트 비용이 거진 화장품값, 대중교통 값으로 빠져나갔다. 그러다가 더 저렴한 제품을 찾기 시작했고, 저렴한 제품이나 값이 나가는 제품이나 크게 내 피부에 차이를 못 느끼기 시작해서 화장품에도 딱히 투자를 하지 않았다. 지금 내가 쓰는 화장품도 언제 샀는지도 기억이 가물할 정도의 제품들만 남아있다. 보통 선크림만 쉬지 않고 사서 바르고 있는데 사계절 내내 바른다. 에스쁘아 선크림에서 최근엔 올리브영 매장이 점포정리를 한다기에 피부관리실에서 쓰는 듀벨라 제품(인터넷가-38,000원을 30,000원에 판매했었다.)을 사서 쓰고 있다. 근데 톤업이 너무 돼서 다시 톤업기능을 제외한 제품으로 바꿔줘야 할 것 같다. 여자들이 의외로 화장품, 미용 비용이 꽤나 나간다. 네일아트도 대학 동기가 한 번 하자고 해서 노란색으로 해본 경험이 전부고, 화성시에서 같이 근무한 여자 사수 선생님이 셀프로 해준 적 한 번. 고등학교 동창 친구가 술에 취해 내 발가락에 칠해준 적 한 번. 그게 전부다. 패디큐어는 한 번도 못해봐서 해보고 싶긴 한데 여름이 오면 해볼까? 흰색으로다가..)
(* 중요한 건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이 물건에 대해 그 누구보다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며 누가와도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남들이 다 아는 레시피 말고, 쉽게 하는 레시피, 고급진 레시피 등 다양한 개수가 되었든 차별화가 있어야 한다. 스팸은 어디 가서 든 구할 수 있지만 레시피까지 알려주니 그 섬세함과 차별화가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내가 엘리트 교복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계절 장사라 특히 청소년기 교복은 처음 입어보고 멋 부리고 싶은 마음에 학생들은 딱 보기 좋은 예쁜 핏으로 작게 입고 싶은 마음과 학부모들은 3년 내내 입어야 하니 크게 입히려고 하는 그 실랑이 사이에 나는 교복을 어떻게 하면 작은 사이즈하나 큰 사이즈 하나 둘 다 사가게끔 만들까 싶어서 애기들이 교복을 입으러 들어갈 때 같이 들어가서 교복 입는 방법 알려주면서 이 누나도, 이 언니도 그 마음은 충분히 안다. 동절기 교복은 비싸니 니트, 조끼, 정도는 작은 사이즈는 하나씩 더 구매하게끔 꼬셨다. 물론 경제적 상황이 여유로워 보이는 느낌에 한정에 권유했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보이는 친구들에겐 부모님 말씀 듣고 사주실 때 감사하다고 하고 입으라고 하거나 그냥 딱히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하절기 교복 때는 딱히 동절기 교복 때보다 부가적인 게 없으니 어떻게 꼬셨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근데 요즘은 교복이 무상이 되니 이런 고민은 안 하려나 싶다. 학부모가 되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되는지 하나도 모른다.)
한 명의 고객을 만나게 되면 얼마 후 그 고객이 다른 고객을 소개하여 주었는데 정말 그 숫자가 기하급수로 늘어났으며 사전 주문도 생겨났다.
(* 소문 중에 가장 무서운 소문은 연개소문이 아니라 입소문이다. 벽에도 귀가 달렸다는 속담을 아는가? 참 신기하게도 "너만 알고 있어.", "아 이거 비밀인데"이런 내용은 이미 전부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이미 입 밖으로 내뱉은 말들은 천리가 아니라 만리에 가있다. 볼테르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사람은 둘만 모여도 자기 인생이 재미없으면 남의 욕을 한다고 말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자기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지 않는 사람. 홀로그램 같은 사람. 근데 또 너무 자기 얘기를 늘어놓는 사람 또한 같이 있으면 여간 피곤한데 그래서 뭐든 적당히 그리고 5:5 비율로 티키타카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어느 한쪽만 듣거나, 어느 한쪽만 말하거나 물론 듣는 게 편한 사람과 말하는 게 좋은 사람끼리 만나면 서로 잘 만났다고 생각해야 하나? 거기까지는 모르겠다. 제일 좋은 건 서로 핑퐁이 잘 되어야 죽이 잘 맞는다는 말이 허용되는 거 아닐까? 내가 자주 보고 싶고 헤어지기 싫은 사람 그리고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사람은 배꼽 빠지게 웃는 사람, 즉 유머코드가 맞고 내 오두방정이나 오버에도 별 타격이 없는 사람. 그리고 내 즉흥적인 것에도 크게 놀라지 않고 같이 즐겨주는 사람이었다. 몇 명이 떠오르진 않고, 딱 한 명 떠오른다. 내가 그 사람에게 그런 말을 했다. 비즈니스를 태워주겠다고. 그랬더니 단박에 빵 터져버리는 그 사람. "네가?" 시간이 좀 걸릴 뿐이지 못 탈건 없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하는 내 성격이라고 해야 할까? 타고 싶으면 타면 되지. 요즘 내가 입버릇 처럼 하는 말이 있다. "안되면 되게 하라." 얼마나 좋은 말인가? 안되면 되게 하라. 지금 아니어도 괜찮다.)
(* 아 그래서, 한 사람을 알고 지낸다는 건 결국 그 사람의 주변측근들까지 알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그러니 사람 사귈 때 어떤 사람을 사귀느냐가 참 중요하다. 한 사람은 좋아 보여도 그가 어울리는 집단과 친구들은 어떤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단 뜻이다. 다만, 그걸 다 파악할 수 없을 땐 너무 가까워지지 않는 것이 좋다. 너무 선을 그을 필요도 없지만 또 너무 이 사람 저 사람 인맥을 너무 넓히는 것 또한 좋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관리가 어렵다. 관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