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다는 질, 돈보다는 마음 (* 돈도 중요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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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노동을 하여도 최선을 다해 제대로 해라.
(* 막노동 무엇이 있을까? 나는 아산트라팰리스 친구네 부모님 족발집 아르바이트시절 그 근처 건설 노동자 분들이 식사를 종종 하러 오셨고, 남성 두 분이 얼마 되지 돼 않는 시간에 소주 6병을 드시고 나가신 걸 보기도 했고, 그때 당시 친구네 아버님이 카운터 앉아계셨는데 나는 "저기 테이블 몇 병까지 드실까요?" 내기 아닌 내기를 하기도 했다. 그 밖에 혼자 식사하러 오신 분도 1인 상차림을 드리니 나에게 현금 5만 원 권을 주며 식사 서빙하는데 친절하게 해 줘서 고맙다고 나는 한사코 거절했지만 친구네 아버님이 그냥 받으라고 해서 마지못해 받았던 적도 있었다. 팁이라고 하면 나는 마냥 불쾌한 돈만 생각했는데 아무튼 막노동은 건설현장에만 있는 건 아니겠지만 최근까지 나는 건설현장 화장실 청소와 배식업무를 3개월 채 안되게 겪어본 결과. 건물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인력과 업무 지시, 업무 수행하는 사람들이 존재했고 결국 어딜 가든 다 합이 맞아야 최종 결과까지 갈 수 있다는 걸. 그게 1년이든 3년이든 5년이든. 화장실 청소는 내가 혼자 다했지만 결국 나도 건물 하나를 짓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일조했던 것은 분명했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완벽하게 했는지는 모르겠다. 막노동이든 작은 일이든 최선을 늘 다해야 한다는 건 변함이 없는 명제고, 나는 늘 누군가를 대할 땐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는데 매번 나만 진심이었나? 그리고 언제 헤어질지 모르니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도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나에게 소중하게 대해주지 않으면 나도 가차 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워버린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한 번 당해줬으면 됐지. 사과는 최소한의 절차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다시 이전처럼 되돌아가는 관계는 내 사전엔 없는데 다들 그게 잘 안되나 보다. 모든 사람을 다 끌어안고 갈 수 없음을 깨닫고는 나는 이제 그리 관계에 연연하지 않게 됐고, 지금 내 삶이 훨씬 편안해졌다는 것이다. 굳이 사람을 늘리지 않는다는 것. 그게 내 시간을 확보해 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유명해지면 얼마나 피곤할까? 정작 소중한 사람들을 챙기지 못하게 된다.)
(* 한 명당 개인 쓰레기통을 배치하려고 했던 건 업무 중에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그 시간을 아껴서 또는 그 흐름이 끊기지 않고 집중하시라고 놔드렸던 것이다. 집중이 깨지고 다시 몰입되기까지가 얼마나 쉽지 않은지를 알아서 그렇다. 그리고 책상 주변에 너무 산만한 것들이 많이 놓여 있거나 버려야 할 쓰레기가 계속 있으면 업무 집중도는 낮아진다. 새로 입사한 사람들에겐 "새로 오셨네요. 쓰레기통 놔드릴게요." 말씀을 드렸고, 누군가는 그랬다. 쓰레기통이 생기면 내가 더 힘든 거 아니냐고. 그러면서 개인쓰레기통을 쓰지 않았던 부장님도 계셨다. 감사한 마음이 있다. 사람마다 책상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나도 온갖 잡동사니를 다 끌어안고 지냈는데 하루에 한 개씩 버리고, 치우니 훨씬 집중이나 몰입이 잘 됐다.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집이 더럽거나 개판이면 다시 집 밖으로 나가버리고 싶었다.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집이 깨끗하면 집이 곳 휴식처가 됐다. 그러니 그때그때 제때 치우는 습관을 들이는 게 삶의 질을 상승시키고 삶의 피로도를 낮출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당신이 먼저 보여주지 않는 한 국물도 없다.
(* 맞다. 퇴사 후에 내가 다시 이직하려고 이직서를 쓰려고 보니 형식적이고 가식적인 멘트를 못쓰게 됐다. 소개팅에서도 그랬고. 돌려 말하는 거 잘 못하겠고 어색하다. 그래서 방송을 보든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대화들이 어려워졌다. 약간의 사회생활을 위해서는 감추기도 해야 하지만 그게 왜 잘 안 될까? 그래서 나는 이력서 대신 내 블로그나 인스타 가서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인지. 이런 나라도 같이 일하고 싶은지. 이런 나라도 뽑아주고 이끌어 줄 수 있는지를 기대했던 것 같다.)
(* 성남 <육 회 한 시간> 육회집에 가면 기본 안주탕으로 사골국이 나온다. 국물 하니까 떠올랐다. 맛있다.)
당신이 열심히 성실히 일하겠다는 그 각오를 덥석 먼저 믿어 주는 세상이 전혀 아니다.
(* <미생>에서 장그래가 그런다. "제 노력은 세 빠진 신상입니다." 한 번도 사회생활을 제대로 해 본 적인 없으니 처음 하는 것엔 모두가 열정과 기대감 환상이 있으니 그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해 달라고 말하지만 오 과장님은 헛웃음을 치면서 세상은 그런 노력만으로 다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 같다. 맞다. 세상은 그렇게 핑크빛이 아니다. 핑크빛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짙은 회색빛에 칠흑처럼 어두움도 짙게 깔려있다는 걸 나는 서른이 넘어서야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