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이미 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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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와 경험자가 받는 보수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 차이가 큰 것은 아니다. 경비, 운전기사, 건설 노동자, 농부, 말단 사원 이런 일에 종사하는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과 연관된 모든 일들을 스스로 배워 나가야 몸값이 올라간다. 주어진 것만 하면 절대 안 된다.
(* 내가 마지막으로 했던 일은 건설현장 화장실 청소, 그리고 건설현장 배식업무였다. 아마 청소업이나 배식업무가 여기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반복되는 일이다. 익숙해지다 보면 기계처럼 정해진 루틴대로 하며, 진입장벽이 그리 높지 않다. 이런 일에서 몸값을 올리려면 주어진 것만 하면 절대 안 된다고 한다. 청소야 깨끗하게 하면 되는 거고, 배식 업무야 요리된 걸 잘 세팅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일을 해보니 변수들이 많았다. 화장실 청소할 때에는 갑자기 물이 나오지 않아서 새벽에 일찍 출근했음에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수도가 고쳐질 때까지 생수 500ml로 세면대 청소를 했고, 수도 담당자분에게 바로 연락을 했다. 도무지 어디를 고쳐야 물이 나오는지를 모르고, 수도관련해서도 공부를 해야 하나 싶었다. 다 고쳐지고 나서야 담당자분은 청소하다 고장 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안내해 주셨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몸값을 올리려면 그 수도가 왜 고장이 났는지, 이와 동일한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면 담당자를 부르지 않고도 혼자 고치고 다시 청소를 할 수 있는지를 알아놨어야 한다. 건설현장 배식 업무 같은 경우엔 반찬이 급하게 떨어지면 계란 토스트나 간단한 반찬이라도 주어진 재료 안에서 빠르게 조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배달 음식만 시켜 먹던 내가, 토스트 한 번 만들어본 적 없는 내가 반찬이 떨어지면 배고픈 현장 사람들의 불만족한 육성소리들을 들으며 넉살스럽게 죄송합니다 하며 계란프라이를 만들거나 토스트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해본 적이 없으니, 함께 일했던 여사님이 다 감당했어야 했다. 아무래도 익숙해지기 전까지 옆에 있는 사람들은 답답할 수도 있다. 근데 뭐 한 달도 안 되어있으니 모두가 겪었어야 할 과정이었다.)
어느 인테리어 업체 현장 책임자가 내게 부자 되는 길을 물었을 때 나는 이렇게 답하였다. "벽돌공이 일을 할 때는 바로 옆에서 같이 벽돌일을 하고 미장공이 일을 할 때는 미장일을 같이 해라. 타일공, 전기공, 페인트공, 도배공, 그 누가 일을 할 때에도 그 일을 옆에서 배워 나가라. 적어도 어느 한 기능공이 갑자기 안 나왔을 때는 당신이 대신 일을 할 수준이 되어야 한다." 그 수준이 되었을 때 독립하라.
(* 요즘 유튜브고 인터넷이고 책에도 너무나도 상세하게 잘 나와있다. 자살시도자 관련 사업으로 근무했을 당시에는 치료비 지원이 해당되는지 살펴볼 땐 그 사람의 경제적 상황 또한 고려를 하는데 그가 갖고 있는 집이나 건물에 대한 공시지가 얼마를 넘으면 안 되는 조항까지도 있었던 것 같다. 근데 공시지가 조회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선생님이 있어서 나도 몰랐지만 유튜브에 검색하니 다 나오길래 알려줬다. 그랬더니 고맙다고 하던데. 고마울 건 없었다. 유튜버에 그 영상을 올려준 이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나는 내 중고차 모닝 에어컨 필터도 유튜브를 보고 갈았고, 엔진까지도 갈아볼까 하다가 차가 아예 고장 나 버릴까 봐 시도하지는 못했다. 남들은 그럴 수 있다. 그 몇 천 원 아껴서 뭐 하려고 부자 될 거 같아? 티끌 모아 티끌이야.라고 할 수 있다. 왜냐면 내가 딱 그 마인드였기 때문에 딱히 악착같이 모으지 않았고, 새어나가는 돈들을 틀어막지 않았다. 근데 지금은 틀어막아보니 티끌이 티끌이 아니었고, 삶의 변화들이 느껴져서 이 습관이 이 마인드가 베어버렸다. 그러니 옛날 1만 원과 지금의 1만 원의 체감이 달리 느껴졌다. 이전엔 1만 원 갖고 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지금은 1만 원으로 할 수 있는 게 엄청나게 많다는 걸 알고 있다. 현재 근로소득이 없는 백수가 되어버렸지만 돈 쓸 때가 딱히 없다. 여행경비, 식대비뿐이다. 집이 매우 갖고 싶었는데, 요즘 드는 생각은 집이 있어도 골치가 아프거나 어느 한 곳에 오래 머물러있는 걸 지루해하는 나는 오히려 집이 없는 게 편해질 경지에 오르게 됐다. 그래도 실거주 1채는 있는 게 노후엔 좋으니 돈을 다시 모아야 한다.)
경리사원으로 입사한 독자가 내게 성공하는 법을 물어 왔을 때 나는 이렇게 답하였다. "경리 업무뿐 아니라 세무, 회계, 컴퓨터 실무에 대해서도 도사가 되어라. 당신이 없으면 회사가 마비될 정도로 일을 하고 지식을 쌓아라."
(* 회사에 입사해서 가장 인기 있는 직원은 어떤 일이든 척척해내는 직원이고, 문제해결 또한 정당한 방법으로 매끄럽게 처리하는 직원이 최고다. 학벌이 학력이 무어든 말이다. 급여가 적음에도 열심히 하고, 척척 해내는 직원은 훨씬 더 좋다. 착한 호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착한 호구. 나는 착한 호구로 지냈는가? 근데 착한 호구는 조직에는 좋지만 개인 스스로에게도 좋은 삶이었는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호구의 반대말은 뭘까?)
주어진 일 이상을 배우려고 하는 태도가 재테크보다 먼저 갖추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 제일 중요한 태도. 배우려는 태도. 근데 어느 순간 "이 정도 배웠으면 됐지.", "더 이상 배울게 무엇이 있나?" 하는 순간 고이게 된다. 특히 연차가 올라 찰 수록 이 생각에 빠지기 쉽다. 이제 배울 나이는 지났지. 누군가한테 알려줄 나이지라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저연차든 고연차든 특히 고연차일수록 더욱더 배워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저연차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 그건 내가 저연차였을 때, 나보다 더 어린 친구들한테도 배울 점은 알려달라고 그랬다. 근데 이제는 누굴 붙잡고 알려달라고 할 위치는 지났고, 그러면 스스로가 찾아서 공부하고 배우고 배운 건 나눠주고 해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