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이라고 섣불리 하지 마라 (2) - 세이노

왜 하지 말라는 걸까

by 쏘리



p. 205


폴 고갱의 대표작은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이다.


(* 우리는 부모님의 사랑으로 왔고, 존재이며, 죽음으로 가는 길이다. 이건 누구나 변함없는 인생이라 생각한다. 잉태는 정자와 난자가 만난 시점부터 노화가 시작된다고 했다. 고등학교 생물시절엔 0세~20세까지는 성장으로 치면 20세부터는 노화의 시작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감속노화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또 새로운 관점을 얻어갔다. 그러니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 아닌 죽어가는 것임을 초점을 바꾸게 되면 하루가 더 달리 살고 싶어지는 마음이 든다. 내가 허송세월 보냈던 시간들, 앞으로도 허송세월을 보낸다고 하면 이 청춘이 이 젊음이 이 시간들이 무한할 줄 아는 어리석은 생각에 내다 버리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그리곤 결국 죽음 앞에선 '더 재밌게 살걸, 더 해볼 걸, 더 떠나볼걸, 더 무언가를 해볼 걸, 밑져야 본전인 인생인 것을..' 아쉬워하며 성공하지 못한 아쉬움보단 최선을 다해 무언가 해보지 못한 그 삶을 아쉬워할 것이라는 걸 알아버렸다. 요즘 내게 여러 말씀들을 해줬던 사람들이 있는데, 적토마 뭐 네가 참 젊구나 너는 청춘이구나. 나는 또 그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청춘은 생물학적으로 한계 짓지 않았으면 한다. 왜냐면, 그런 말들을 해준 어른들을 보고 나는 사기가 죽어버렸다. 나이 들면 꼭 그렇게 살아가야 함을 나는 받아들이기 싫었던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멋있게 재밌게 사는 모습들을 젊은 친구들에게 많이 보여주길 바란다. 나이가 들면 신체적 노화로 퇴화되는 기능들이야 있겠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서 역동적인 생활과, 패턴은 충분히 구성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고수가 장비빨을 받지 않듯이. 내가 퇴사 후, 독서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처음으로 어떤 책을 읽을까? 하고 집어든 책은 <소년이 온다>, 그리고 봤던 영화 중엔 <밥정>이라는 영화가 있다. 장난치는 것도 좋아하지만 꽤나 애늙은이처럼 고지식한 면도 같이 공존하는 게 내 모습인데, <소년이 온다> 책은 선물해 주신 분의 도리를 지키고자 읽었고, <밥정> 영화 같은 경우엔 타지로 나가 지냈을 때 인스턴트 음식에, 배달음식에 잠식되어 버려서 엄마가 해준 김치찌개나 손수 직접 만드는 집밥이 떠올라서 무심코 봤던 영화였을 뿐인데 내게 눈물을 선사해 줬다. 누구는 그럴 수 있다. 장난기 많은 사람이 저렇게 진지하기도 하다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곧이곧대로 믿는 어리석은 중생들은 내가 얘기할 가치도 없지만, 선동당하기 딱 좋은 인간들. 내가 질색파색들 하는 인간들인데 그저 누구의 말만 듣고 우르르 가서 우르르 에 1인분 얹혀주기 좋아하는 종자들이다. 적어도 팩트체크는 하고, 판단들을 해라. 하도 좌, 우 싸워들 대니 뭐가 사실인가 싶어서 좌도 살펴봐야겠고, 우도 살펴봐야겠고 그러다 보니 공산주의, 자본주의까지 올라감을 알고 나는 참 그냥 우리 대한민국 주입식 교육에 퐁당 김치처럼 담가져 버린 사람 중 한 명이였구나를 알게 되었을 뿐이다. 부모, 선생, 상사, 결국 내 위에 있었던 사람들 좋고 나쁨이 아니라 내가 믿고 따랐던 사람들 또한 그 위에 있었던 사람들로 인해 구성되어졌음을 알게 된 것뿐이다. 그래서 뿌리가 중요하다는 걸,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하던데 너무 안으로만 굽어도 유연해질 수가 없으니 밖으로도 뻗어볼 생각들을 해보자.)


(* 밥정 영화에 나온 선생님은 살아계실 줄 알았다. 어디에서 또 요리를 하고 계실 줄 알았는데 우연찮게 본 기사에 2년 전에 돌아가셨고, 기일이라는 걸 봤었다. 나는 이렇게나 모르는 것도 많았고, 별 시답잖은 거에만 정신이 팔린 채로 인생을 재미없게 살았음을 알게 됐다. 그 뒤로 책에 빠져버렸다. 책은 그나마 카더라보다는 얼마나 많은 절차들을 거쳐 발행된 것인가. 적어도 거짓말은 적어놓지는 않았겠지 싶었는데 책 또한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고들 하니, 각자의 생각과 색깔에 입혀진 책들 또한 양쪽 다 살펴봐야 함을 알고, 방대한 양들에 내가 책을 다시 덮어버렸을 뿐이다. 그 사이에 객관적인 중립, 이득을 취하지 않으려고 했던 그 시선과 관점은 누가 있을까. 그게 나는 세이노 책이었다고 느꼈고, 그래서 꾸준히 읽고 3번 이상 봤던 이유도 그뿐이다. 내가 무슨 세이노 극성팬이라기보다. 팩트체크하기에 그 시점에 무슨 일이 터졌고, 무슨 일이 있었고, 시대적으로 굵직한, 그리고 어찌 한 사람이 이리 다양한 직종을 알 수가 있나 싶었다. 책팔이 수작인 건가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는 게 책이 술술 읽힌다는 건 미사여구, 어려운 용어 없이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사람이었고, 뭐 어느 하나 이윤창출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인세를 받지 말라는 말도. 나는 인센스만 알았지 인세가 뭔가 싶었는데 나와 일했던 팀장님 중에 곽상도 사건을 언급했을 때 나는 벙어리처럼 아니. 그냥 벙어리나 할걸. "팀장님 저 뉴스 잘 안 봐요. 보면 스트레스받는 걸 왜 봐요." 그러곤 그냥 응답하라 1988 재방이나 나오면 그거 보고 배달음식에 맥주 한 캔 먹는 삶이 전부였다.)


(* 돈 벌어가는 사람들이, 돈 쓸어 담는, 악덕업자들이 누구를 제일 좋아하는 줄 아는가? 가해자들이 어떤 사람들을 제일 좋아하는 줄 아는가? 멍청한 놈들을 제일 좋아한다. 왜냐고? 속이기도 제일 쉽고, 알아볼 생각도 안 하고 삥땅 치기 딱 좋기 때문에, 단순한 사람을 좋아하기도 한다. 쉽게 포기하고 쉽게 결정하고 쉽게 돈을 갖다 받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선택은 책임까지 딸려오는지 모르고, 선택은 본인이 해놓고, 누군가를 탓하기엔 세상은 차가운 관심뿐이다. 그러니 공부나 세상 돌아가는 꼴, 누가 나쁜 짓을 하고 누가 쓸어 담아가는지는 알고 있어야 열심히 살아도 뺑이치는 삶을 살기 싫다면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라는 것이다. 왜 IMF 터지고, 왜 물가가 오르고, 왜 자살률은 1위를 놓치지 않고 있으며, 왜 사람들은 그렇게 분노가 많아졌는지를.)


(* 자살은 정신질환 60%, 그 외 사유 40% 즉,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어서 자살이 아닌 타살된 사람들이 40% 라는 것이다. 다 막을 수 없으면 40%라도 막아보자. 원래 협상할 때, 원래 목표를 잡을 때 크게 잡아야 중간이라도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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