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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처음 가본 축구경기장

인천 동구 축구전용경기장

by 쏘리


남자친구는 축구와 야구를 좋아한다고 한다. 나는 태어나서 경기장에 가본 적이 없다. 스포츠는 그냥 올림픽 또는 월드컵 정도. 심지어 올림픽, 월드컵도 먹고살기 바쁘면 챙겨보지 않았다. 그래서 티브이화면으로 본 경기장의 열기가 어떤지 나는 모르고, 그저 내가 아는 건 열심히 응원하고 치킨에 맥주 먹으며

직관할 수 있는 그런 곳이라 생각했다.


내 로망은 누가 이기든 간 중요치 않고 그냥 그 열기와 분위기를 느끼러 가는 정도로 생각했다.


그간 데이트를 내 위주로 했다면, 남자친구 좋아하는 취미도 해보고자 경기장에 가고 싶다고 했다.

경기 당일 어떤 축구선수가 누구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처음 경험하는 건 뭐든 기대와 설렘이 있으니 가봤다.



도원결의와 참외과일이 떠오르는 동네였다.




인천과 전남팀이 붙었다.


전남팀이 원정을 왔다고 한다.



내 입장에선

아무나 이겨라였지만.


나는 지고 있는 팀이나

밀리는 팀을 응원하는 편이다.


강자들한텐 강하고

약자들한텐 약하고


뭐 그렇다고 전남팀이 약하다는 게 아니라


아마 다른 팀이 왔어도


뭔가 쪽수가 안 맞다 싶으면

균형을 잡기 위해


지는 팀을 응원하는 편이다.


나는 천안사람인데


천안에 원정을 온 팀이 쪽수가 밀린다면?


게임은 게임이니


승부는 승부이니


지고 이기는 게 중요하겠지만


그 과정을 즐기는 게


최선을 다하면


그만하면 됐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고


시무룩하는 건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인파를 봤다.


코로나가 다시 유행이라는 뉴스가 스물스물 나온다.


코로나19 처음 터졌을 때

그때 정신건강분야는 더 혼비백산이었다.


아무래도 폐쇄병동이 있으니


주말에 사적인 약속도 하면 안 됐다.


의료진이라 백신도 미리 맞고.


환우/회원분들에게 코로나19를 옮기는 순간


어찌 출퇴근을 할까.


나야 아프면 그만인데

나로 인해 누군가 옮은다면 그건 민폐니까


다들 또 느슨해져서

감염병에 대한 위험성을 잊고 지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마스크와 손 씻기 습관은

그 시절에 하도 자가수칙에 시달려서


일반인들 관점과는 다르게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돈을 쓸어 담은 사람

코로나19로 죽어간 사람

코로나19로 그냥 지나간 사람


모두를 알고 있기에


그러니 깨어있자는 것이다.


그 당시 내가 아는 동문 동생은

코로나19 시절 사망했다.


그게 부작용인지

대처가 미흡했던 건지


내 측근의 일은 아니었더래도

내 동문이라 하면 아예 연관성이 없진 않으니


가까울수록

멀수록


느껴지는 온도차는 다르겠지만


내가 아니니 다행이어야 할까?

이 마음이 위험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누구한테 일어난 일은

언젠가 나한테도 일어난 다는 뜻과


동일하니 말이다.

그러니 개새끼를 보면 개새끼야라고 짖어줘야


들개들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나는 들개를 본 적 없는데?

나는 들개를 모르는데?


하다간, 들개를 봤음에도

들개 본 사람은 그저 입을 틀어박히는지도 모른 채


죽어간다.


다음엔 들 게를 봤음에도

어차피 바뀌는 게 없으니

어차피 변화될 게 없으니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된다.


그때 가서는 이미

많은 일들이 발생해도


많이 늦었다.


누구의 탓이 아닌

모두의 탓이라


모두가 침묵하며 결과만 수긍해야 하는 꼴이

생겨버린다.






작은 수치임에도

목청 터져라 응원하던 사람들






시작은 제로점이지만

결과는 천차만별




나는 사진이나 남기련다~


찰칵.





찰칵 2




어릴 때 하던 포즈 그대로


브이가 최고더라




많이도 찍어주셨다.




밑바닥도 한 번 봐준다.



햇빛이 뜨거워 혼났다.


자외선 무서워요.


93년생 닭띠

태어나 처음 경기장 온


사진을 보고

계십니다.


딥페이크 가해자 새끼덜아.

백날 해봐라


내 얼굴을 가리나~

건전한 성욕해소를 응원한다

10 새들아~


학부모님들은


아들 딸들에게 건강한 성교육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아니면 가해자로 크는 건


시. 간. 문. 제.


정치인들 자녀도 피해 갈 수 없는


무전유죄 유전무죄


가해자 딱지를 만들지 마세요~


확 씨.



발재간이 장난이 아니십니다.

제가 눈여겨본 선수는 따로 있지만


사진을 못 찍었습니다.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





한줄평 :


90분간 경기장을 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젊은 친구들이 열심히 살고 있구나. 또 반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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