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은 무엇이고, 싫어하는 일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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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좋아하면 술을 마신 뒤끝을 평가하는 전문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채팅을 좋아하면 외로운 밤, 채팅에서 헌팅하는 법이라는 책을 쓰는 경지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여행을 좋아한다면 한비야처럼 미국에서 석사까지 받고 외국 회사에서 근무 잘하다가 서른 다섯 나이에 불쑥 사표를 내고 7년간 세계의 오지들을 여행한 뒤 그 경험을 책으로 펴낼 수도 있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도 이런저런 방법으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단, 대부분 그 생활 기간이 결코 길지는 않다는 것을 명심해라.
(* 술을 좋아했던 이유는 흥이 나기도 하고, 먹는 안주와 곁들여 마시면 더 맛있기 때문에 즐겼던 듯싶다. 그러니까 술이 메인이 아니고, 음식을 좀 더 맛있게 해 주는 게 술이라 곁들여 마셨던 수준이다. 술 자체를 사랑하진 않았다. 20대 젊은 시절에야 유행하는 과일소주나, 꿀주(소주잔 소주 9:맥주 1), 링겔주(소주 1병, 매화수 1병) 이런 류의 술을 마셨지만 지금은 가족끼리 모이거나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만 마시지, 술을 마시고 싶어서 음식을 시키진 않는다. 막걸리 같은 경우엔 삶이 고달파서 여행을 떠났다가 국밥에 막걸리를 마셨는데 걱정이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더라. 그래서 그 기억이 남아서 그런가. 약 3시간이 걸려도 그 국밥과 막걸리를 마시러 혼자가 기도 누군가를 데려가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걸 타인은 좋아하지 않을 수 있으니, 강요받는 것도 싫고, 강요하는 사람도 아닌지라 혼자 가는 게 더 편했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 돈이 사라지고, 지방이 축적되는 그 기분과 경험이 싫기에 과하게 먹지 않게 된다. 술값이 많이 오르기도 했다. 내 첫 음주는 동아방송예술대에서 술을 처음 배웠다. 선배들이 주는 술을 거절하면 분위기가 싸해지는 알고 주량도 모른 채 마셨다가 앞니가 깨질뻔한 적도 있었다. 그때가 2013년도였으니 뉴스에 종종 대학교 새내기들이 음주강요에 사망했다는 소식이 돌 때였다. 그때 우리 엄마는 유방암 초기셨고, 그래서 방송국에서 일하고 싶어서 입학했지만 이거 원 술부터 배우고 있으니, 등록금은 400만 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300 후반대인가 400 언저리였던 것으로 생각한다. 오고 가고 통학비에 뭐 그런 거 따지면 자취를 해야 하지만 자취는 생각해 본 적 없었으니, 빨간날에도 체육대회 연습하라고 나오는 여자 선배들 10학번, 11학번 라인들이었는데 지금은 뭐하고 지낼까? 다들 방속국 작가나 뭐 한 자리씩들 하고 있나? 새벽에 갑자기 집합을 당하고, 그때 어떤 친구는 화장실에서 울기도 했다. 그러니 이제 막 성인이 됐다고 주름잡는 선배들아. 니넨 뭣도 아니다. 이제 갓 노화가 시작되는 나이에 접어들었을 뿐 이제 미성년자의 딱지를 떼고 세상에 던져진 피라미들, 그러니 술마시고 노는 친구들 사이에서 현명하게 빨리 벗어나고 싶으면 그런 친구들을 멀리하고 종잣돈을 빨리 모아라. 나이가 무기다. 나이가 무기라는 말은 곧 시간이 무기라는 소리다. 그래서 시간이 금이고, 돈이라는 소리다. 시간을 허투르 쓰면 나이가 들수록 고생길과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부리나케 달려온다. 여기다! 여기 고생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 서른 다섯에 사표를 내는건 쉽지 않다. 가정이 없고, 결혼생각이 없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야 선택이 빠르겠지만 요즘 책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낼 수 있다.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다고 누구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건 아니지만 책을 내기 위함이 아니라 글 쓰는게 좋고 행복한 사람들은 책을 내든 내지 않든 글을 쓰는 행위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단, 그 행복기간이 길지 않다고 한다. 왜 일까? 나는 돈보다도 경험에도 유통기한이 있는 것 처럼 사람은 무언갈 반복적으로 하다보면 지루해지거나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고 하니까 이왕이면 많은 경험들을 양다리처럼 경험하는 것이 좋다.! 부자는 감흥이 덜하다고 했다. 이왕 해볼 경험들을 다 해봤으니 더 좋은 것, 더 큰 자극을 쫓으니 그 이상이 아니라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심심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돈이 없으면 자의가 아닌 타의적으로 심심해질 수 있으니 돈이 절대적 행복은 아닐지라도 필수적인 의, 식, 주를 유지하는 자원이니 경제적인 파이프를 만들어두긴 해야한다. 나는 여기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곱절로 더 중요한건 씀씀이 소비패턴이라고 또 강조한다. 버는 만큼 쓰는 패턴이 달라지면 돈이 모이기는 커녕 나중엔 그 씀씀이 감당이 되지 않아 다른 것들을 끌어다가 때려박고는 세상탓. 남탓을 하게 된다. 자신이 쓴 소비패턴부터 싹다 뽑아서 봐라. 아마 집 한채, 웬만한 중고차 한대는 뽑고도 남았을껄? )
직업적 전문가의 길을 가려면 다음 세 가지 눈을 갖추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작품안에서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작가의 센스를 포착하는 세련된 시각, 작품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구조를 파악하는 과학자의 시각인 '장인의 시각', 작가의 눈과 작품의 디테일을 간파하고 스태프들의 정열과 갈등의 드라마를 보는 '통달의 시각' 하지만 말이 쉽지 그 정도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1등은 늘 한 명 뿐이다.
(* 나는 시력이 엄청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렌즈는 고등학생때부턴가? 언제부터꼈지? 대학생가서 꼈던 것 같기도 하다. 써클렌즈는 껴본적이 없다. 투명아쿠아 렌즈. 그렇게 10년정도 렌즈 생활을 하다가 첫 퇴사 후 퇴직금으로 라섹수술을 했다. 처음엔 회복기간이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더뎌서 무슨 이상이 생긴 줄 알았다. 지금은 시력이 1.2 ? 되련가.. 근데 라섹전에도 안구건조증이 심해서 눈이 매우 뻑뻑했는데 라섹 후 안구건조가 더 심해져서 막얀 라섹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그냥 안경잽이 생활을 다시 하고 싶다. 렌즈+안경 생활 근데 렌즈비용도 만만치가 않아서 라섹을 했던 것인데 라섹을 하니 안구건조 때문에 눈을 더 깜빡인다. 인공눈물을 매번 넣어줄 수 도 있지만 귀찮음이 워낙 심한 탓에 뻑뻑한 채로 지낸다. 친구네 어머님도 라섹 후 안구건조가 심해서 자꾸 깜빡이셨는데, 내가 그걸 잊었나보다. 그래도 장단점이 있다. 렌즈사는 비용으로도 꽤나 돈이 나갔으니 말이다.
장인의 시각, 통달의 시각, 세련된 시각 나는 셋중에 뭐가 있을까? 그저 두 눈이 멀쩡히 보인 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