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불리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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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최고는 못하지만 오타쿠처럼 자기만족에 빠져 사는 길이다. 그러나 명심해라. 그저 여행이 좋아서 일을 저질렀던 한비야의 말을 빌리면, 이렇게 살고자 한다면 삶의 설계 기준을 해야 할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에 철저히 맞춰 놓고 살아야 하며, 내가 얼마나 행복할까, 자신감, 당당한 삶의 태도와 무소유를 즐길 각오가 되어있어야 한다. 잘살지 못해도 좋다는 뚜렷한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 이 길을 처음부터 끝까지 고수하려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 나는 오타쿠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재 취미인 글쓰기, 요리, 영화감상에 1등도 아니다. 그 경지에 오르는 것은 짧은 단기가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이루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닌 내 삶에 재미를 더해주는 행위가 되니, 굳이 일처럼 느껴지지 않고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그러니, 세상 공부가 재밌어졌고, 명문대, 대기업을 취업하기 위한 공부가 아닌 인생공부가 되어버리니 스트레스도 없고 머리에서 쉽게 휘발되지도 않는다. 시험을 치는 거였더라면 단기간에 달달외우고 시험이 끝나면 이제 필요 없는 지식이라며 먹고사는데 적용하지 않았을 테지만 내 호기심으로 알아가는 것들은 쉽게 휘발되지 않고 남아있다.)
(* 잘 살지 못해도 좋다는 가치관. 이 가치관에 나는 부합하는가? 잘 살지 못한다는 건 어디까지일까? 먹고 싶은 음식, 가고 싶은 곳, 경험하고 싶은 활동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 욕심이 있다면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이집트나, 못 가본 해외를 다녀오고 싶은데 가격 조사를 해보니 400만 원부터 천차만별이다. 그 경험이 내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남아있을지 모르겠지만 돈이라는 것은 쓰기 전엔 없어도 되는 돈인지를 가늠하고 써야 한다. 써놓고 라면만 먹어야 되는 삶이라면 그 돈은 쓰지 말아야 할 돈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카푸어 하우스푸어 백(가방) 푸어 명품 푸어.. 어디까지 푸어가 될 생각인가. 진시황의 무덤처럼 모든 것을 다 무덤에 같이 묻힐게 아니라면 적당히 소유하는 재미에 빠져라. 어차피 인간은 흙으로 돌아간다는 아버지말을 나는 잊지 않았다.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굳이 많은 걸 갖지 못함에 분통해하며 내 소중한 하루를 비관하며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풍요로울수록 늘어나는 질환들 참 재밌는 현상이다. 가진 게 많을수록, 많은 게 세상 밖으로 나올수록 더 피폐해지는 이 상황 그러니 행복지수를 볼 때 가난한 어디 나라가 가장 높다는 결과를 이제야 나는 몸과 마음으로 온전히 느끼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