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시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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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박구리의 죽음
(* 생물의 죽음)
오늘 나는 인간에 대해 생각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 나는 직박구리의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직박구리와 인간의 연관성은 무엇인가)
가령 옆집에 사는 다운증후군 아이는 인간으로서
어떤 결격사유가 있는가
(* 정신건강수련생 집합교육 시절
단양리조트에서 정신과 의사에게 들었던 질문
당신 옆집에 조현병 이웃이 산다면 어떨 것 같은가?)
그날은 그해의 가장 추운날이었다
겨울이었고
(* 매년 뜨거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맞는 인생이 이젠 당연하단듯이
즐기는 방법을 알아가게 된다.)
대문 두드리는 소리에 밖으로 나가보니
그 아이가 서 있었다
(*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아무도 찾아오길 바라지도 않았다)
죽은 새 한 마리를 손에 들고
(* 화장실 앞에서 죽은 새끼 새를 보곤
어떻게 해야할 까 하다가 남자친구에게
묻어주고 싶다고 하고 묻어줬다.
그게 낙산사 화장실 앞에서의 일이다.)
늘 집에 갇혀 지내는 아이가 어디서
직박구리를 발견했는지는 모른다
(* 갇혀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우리의 생각이었고
그 아이는 넓은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가 그렇게 규정짓고 있었음을 잊지 말자)
새는 이미 굳어 있었고 얼어 있었다
아이는 어눌한 목소리로 부탁했다
(* 새는 이미 저승에 갔지만
이승에 남아 있는 새는 어떻게 처리해야할 지
망설인다)
뜰에다 새를 묻어 달라고
자기 집에는 그럴만한 장소가 없다고
(* 이미 그 아이 마음에 잘 묻었다.)
그리고 아이는 떠났다 경직된
새와 나를 남겨 두고 독백처럼
(* 독백처럼 그 아이는 마음에
새를 묻었다.)
눈발이 날리고
아무리 작은 새라도 언 땅을
파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흰 서리가
땅속까지 파고들어 가 있었다
(* 어디에다 묻을까 고민을 하고
조심히 들어다가 화장실 근처 뜰에다가
사람들이 밟지 않는 위치에
묻어줬다. 그리고 애도했다.
그 곳에선 수리 부엉이 새끼도 봤는데
그 아기새는 왜 거기에 차갑게
누워있는지 모르겠다.)
호미가 돌을 쳐도 불꽃이 일지 않았다.
(* 호미도 아는 것이다
지금 불꽃이 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아이가 돌아온 것은 그때였다
다시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아이는 신발 한 짝을 내밀며 말했다
(* 아이는 무엇을 다시 생각하고 왔을까
아이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을까
그 아이는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새가 춥지 않도록 그 안에 넣어서 묻어 달라고
(* 더 따듯한 마음에 묻기로 한다.)
한쪽 신발만 신은 채로
양말도 신지 않은 맨발을 하고서
새를 묻기도 전에 눈이 쌓였다
(* 그 아이의 마음은 어디까지
헤아렸던 것인지)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인가
(* 인간이란 규정지을 수 없다
이해하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이해하는 것인가
(*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무표정에 갇힌 격렬함
불완전함 속의 완전함
(* 무표정에 요동치는 생각
불완전함 속의 복잡함)
너무 오래 쓰고 있어서 진짜 얼굴이 되어버린
가면
(* 가면없이 사는 사람 누가 있으려나
가면이 없으면 없다고 난리
가면이 있으면 있다고 난리
그놈의 규정짓기 재밌는 인간)
혹은, 날개가 아닌 팔이라서 날 수 없으나
껴안을 수 있음
(* 팔이 없는 사람은
껴안을 수 없음
하지만
사랑할 수 있음
사랑하는 것에 이유도 조건도 없음
그게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