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시를 올립니다.
제 안에 유폐시켰던 꽃 꺼내듯이
(* 유폐 ; 아주 깊숙이 가두어 둠.)
나를 미워하던 사람이 나와 똑같이
(* 나를 미워했던 사람들아 읽고 있는가)
모란을 좋아한다는 것을
(*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을 땐)
그것도 여느 꽃보다 아홉 밤을 먼저 지는
(* 그것도 나보다 더 큰 애정을 갖고
좋아한 다는 것을 알았을 땐)
흰 모란을 좋아한다는 것을
(* 그게 무엇이었든 간에)
그저께 알게 되었을 뿐인데
(* 알고 난 후와, 전과
나를 미워하는 마음이 달라졌을까?)
그가 나처럼 나비 채집자를 싫어한다는 것을
(* 나와 같은 걸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을 땐)
감금된 아름다움에서
(* 단절된 소통 속에서 무관심 속에서)
얼마 전 호랑가시나무에 찔려 덧난 폐의
(* 언제 찔린 지도 모르는 마음의 덫에)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는 것을
(* 통증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저께 듣게 되었을 뿐인데
(* 알게 되었을 뿐인데 말이다)
나를 미워하던 그의
(* 나는 미워했던 사람들의 조문에도
기쁠땐 몰라도
슬플땐 같이 있어줘야 한다는 말에
타지라도 달려갔는데)
(* 말하지 않아도 그 장례식 시즌엔
왜그리 나를 많이 불러댔는지)
문상 가는 봄
(* 나와는 거리가 먼 장소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가까워진 장소가 되어버린 장례식장)
제 안에 유폐시켰던 꽃 환하게 꺼내듯이
(* 내 안에 유폐시켰던 불안감들이
꺼내지도 않은 불안감들이 튀어나와)
흰 꽃등 걸렸을 뿐인데
(* 걸려 넘어졌을 뿐인데)
내가 아홉 밤 늦게 질 뿐인데
(* 내가 좀 더 늦게 갔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