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히 스며드는 공기의 결계에
그대의 손끝이 스쳤다.
눈에 보이지 않으나 분명히 느껴지는,
가장 정교하고도 단단한 힘이
마음의 깊은 심층부를 두드렸다.
그 접촉은 옅은 연무 뒤편에 숨은 희미한 빛결처럼
눈부시지도 않았으나,
묵묵히 나를 감싸 안아
그리움조차 가만히 잠들게 했다.
사랑은 이름 없이 이어지는 나지막한 도랑,
돌 틈새를 따라 스며들며
아무 소리 없이 세상을 적신다.
그 결 속에 발을 담그는 순간,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이 아니었다.
이전에 알지 못했던 은연한 평온과
결국 해석할 수 없는 설렘이
내 안의 침묵을 흔들었다.
그것은 한겨울 들녘 위에 내리는 옅은 빛자락,
가장 깊은 얼음층조차
서서히 풀어내며 숨을 틔우는 힘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미소빛은
어두운 밤하늘 위에서
우리가 잃었던 길을 천천히 밝혔고,
잊혀진 시간의 남은 흔빛들을
다시 하나로 엮어내었다.
사랑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것,
가장 낮은 순간에 다가와
우리의 상처 위에
말없이 붉은 동백빛 입술을 눌러준다.
그 낮은 접촉은
새벽빛보다 더 감미로운 음성으로 속삭이며
삶의 틈바구니를 메워주고,
마침내 우리를 가득한 은혜로 이끈다.
하늘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사랑의 숨결을 본다.
희미하게 스며든 미세한 흔적이
어딘가로 향하는 징표가 되어
우리의 마음에 궤적을 새기고,
그 안에 깊이 숨겨진
아름다움을 되살려낸다.
사랑은 값을 매길 수 없는 옥석.
그 흐름은 눈앞에 펼쳐지지 않아도,
그 속삭임은 대지를 적시는 이슬비처럼
모든 틈바구니로 스며든다.
이름 없는 그 은총이
가장 외로운 순간조차
누군가를 잇는 다리가 되어
우리로 하여금 서로를 만나게 한다.
그리고 그 다리를 건넌 순간,
사람의 마음은 새로운 빛살을 얻는다.
사랑은 아무리 작은 눈짓 속에서도
거대한 우주의 숨박동을 품고 있다.
한 번 느껴진 그 흔들림은
결코 잊혀지지 않으며,
그 힘은 차갑던 세상을
다시금 따스하게 물들인다.
사랑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일까.
이름 없이 흩어진 모래알처럼,
목적 없이 떠다니는 존재일 뿐.
하지만 그 존귀한 사랑이
우리 사이를 잇는 순간,
삶은 비로소 의미를 얻고
모든 것이 새로워진다.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를 일깨우는 환희의 띠이며,
우리가 나아갈 길 위에서
서로의 발걸음을 비추는 별무리다.
그 따스함은 결코 멀어지지 않으며,
우리의 마음 속 깊이 남아
가장 아름다운 형태로 우리를 가득 채운다.
그리하여 사랑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고,
모든 것 위에 드리운
감추어진 황홀한 향기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