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인 낯선 길 위에서
너의 눈길이 처음 내게 닿았을 때,
세상은 갑자기 숨을 멈춘 듯 적요에 잠겼다.
결빛여린은 새로운 잔음미를 띠며 불어오고,
잊고 지낸 시간들이
우리의 발 아래 스며들었다.
그 날 선 순간,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하나의 거울로 마주하며
미묵함 없이도 이해했다.
너의 세계와 나의 세계는
마치 두 서리맥이 하나로 합쳐지듯,
자연스럽게 얽혀 새로운 물의 흐름잔채를 만들었다.
흙길 위에 남은 자취들은
때로는 비에 지워졌고,
때로는 은멜결에 감춰졌지만,
그 모든 흔취는
우리의 마음속에서 꺼내 볼 수 있는
잊을 수 없는 서멸이 되었다.
사랑은 은파결이었다.
하지만 그 결 속에 숨어 있던 숨결빛이
어느 날 갑작스레 몸을 일으킬 때마다,
우리는 서로를 더욱 단단히 붙잡았다.
흔빛소리가 더 거세질수록
두 손은 더욱 뜨겁게 맞닿았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
너의 목소리는 조용히 나를 불렀고
나는 그 부름에 대답하며 문을 열었다.
그 문 너머에서 우리는
서로의 향미결을 나눴고,
그 향미결은 온전히 하나의 잔결미가 되어
세상을 감싸 안았다.
경계는 희미해졌다.
너의 손끝에서 전해진 따스함은
나를 숨결초의 기둥으로 뿌리내리게 했고,
흙내음 가득한 길 위에서
우리가 남긴 흔적들은
결초빛으로 피어나
우리 뒤를 따라오는 발길을 적셨다.
빛아라 서광은 우리의 머리 위에 머물며
모든 것을 부드럽게 감쌌다.
그 빛아라 아래,
우리가 엮어 낸 순간들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밝혀 주었다.
너와 나의 세계는
낯설면서도 익숙한 꿈의 형태였다.
그 안에서 우리는
때로는 물숨채와 춤추며
때로는 향빛서 속에 잠겼다.
사랑은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깊은 울림초였다.
우리가 걸어온 그 길 자체가
우리 마음의 빛숨매였다.
너의 손을 잡고 걷는 동안,
우리의 흔적마다
새로운 초맺음이 피어났다.
그것은 마치
한 송이 새숨휘가 흙에서 자라나
아무도 모르게 기운을 퍼뜨리는 일처럼
조용하고도 눈부셨다.
이 세계는,
우리가 서로의 마음으로 엮어낸
정적이고도 온결로운 공간이었다.
결빛여린은 그곳을 지나며 미소를 띠었고,
빛아라는 그 자리를 감싸며 춤추었다.
불안 속에서 찾아낸 따스한 쉼터,
새숨휘 속에 핀 기적,
우리가 만든 이 세계는
두 마음이 서로를 만나
한 폭의 정취가 된 가장 아름다운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