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하나가 내 세상의 전부였다.
그의 존재는 아침 서리처럼 조용히 스며들어
내 삶의 모든 잔주름을 채웠다.
그가 걸어온 자국마다
내 마음의 초원에 고운 초목들이 피어났고,
나는 그 초목들 사이에서
비로소 나를 찾을 수 있었다.
그의 눈은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숨이었다.
그 속에는 말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있었고,
그 깊이는 내 모든 고뇌와 환희를 삼켰다.
나는 그 눈빛 속에서
자주 길을 잃곤 했지만,
길을 잃는 순간마다
새로운 나를 발견했다.
그의 미소는 어두운 숲을 밝히는 횃불이었다.
한 줄기 광채도 없이
차갑게 얼어붙은 내 마음을 녹이며
조용히 내 안을 채웠다.
그 미소는 내게
세상이 얼마나 넓고 아름다운지를
가르쳐 준 첫 번째 스승이었다.
비가 오는 날,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흙냄새가 나는 길 위에 서 있었다.
그의 손길은 차가운 비를 가르며
나를 향해 다가왔고,
그 순간 내 마음의 창문이 열렸다.
나는 처음으로 세상이
무겁지 않음을 알았다.
그 사람의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생맥처럼
조용히 내 안에 자리 잡았다.
그 사랑은 서두르지 않았다.
바람이 흔들어도, 비가 스며들어도
결코 뽑히지 않을 만큼 깊고 단단하게
내 존재에 새겨졌다.
그의 목소리는 겨울 끝자락에 찾아오는
첫 봄날의 속삭임처럼 부드러웠다.
그 목소리는 나의 과거를 안아주었고,
현재를 견디게 했으며,
미지의 날들 속으로 나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나는 그의 말들 속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다시금 찾아냈다.
그와 함께 걸었던 길은
돌아보면 아스라이 사라졌지만,
그 길 위에 남긴 따스함은
여전히 내 가슴 한가운데서 숨 쉬고 있다.
그와 나눈 침묵조차
그 어떤 말보다도 선명한 기억으로
나를 붙잡는다.
그 사람의 손길은
차가운 나의 뺨을 감싸며
내게 용기를 주었다.
그 손바닥에 머물던 따스함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내 안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 따스함은 나를 일으켜 세웠고,
그의 손길은 나를 더 깊은 세상으로 데려갔다.
그 사람 하나로 인해
내 삶은 새로운 색깔로 물들었다.
그가 떠난 후에도
그가 남긴 흔적들은
내 삶의 모든 틈새에 스며들어 있다.
그의 사랑은 결코 시들지 않는 기억이 되었고,
나는 그 기억으로 인해
오늘도 살아간다.
그 사람, 내 세상.
그가 내게 준 모든 순간들은
지금도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속삭임처럼 흐른다.
그의 사랑이 내 존재에 새긴 흔적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와 함께한 날들 속에서
진정으로 살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