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밀려온다, 하얀 입김을 뿜으며
대지는 눈꽃의 속내로 채워지고
맑은 찬 공기는 흔들림마저 맑게 한다.
흩날리는 눈송이는 하늘의 고백처럼 내려앉아
얼어붙은 강 위에 은은히 기억을 새긴다.
숲의 나무들은 묵묵히 어깨를 맞대고
눈의 무게를 가만히 받아들이며,
그 깊은 침묵 속에서
어디론가 향하는 삶의 미묘한 설렘을 품는다.
발길이 닿는 설원은
새하얀 서사로 이어지고
그 위를 지나며 남겨진 자취들은
다시금 희미하게 지워져 간다.
창밖의 풍경은 눈부신 흰빛으로 물들고
하늘은 서늘한 빛으로 온 세상을 껴안는다.
문틈 사이로 스며드는 찬 공기는
마음 속까지 스며들지만,
우리가 나누는 따스함은
그 모든 차가움을 이겨낸다.
화롯불 앞에 둘러앉아
저마다의 손길을 내밀면,
그 따스한 손끝에서
세상의 쓸쓸함은 사라지고
눈송이처럼 부드러운 위로가 내려온다.
이 계절은 한 줄의 미소로도
삶이 따뜻해지는 시간.
우리의 사랑이 얼어붙은 세상을 녹이고,
우리의 나지막한 속내가 차가운 공기를 물들이며,
정적인 날들에 색을 더한다.
어느 겨울밤,
희미한 달그림자 아래 걸음을 맞추며
흰 눈 속에 감춰진 작은 새 움틈을 찾아본다.
그 움틈은 우리가 나눈 순간의 자취이며
겨울의 침묵 속에서 피어난 조용한 전언이다.
눈부신 설경 속,
우리는 서로를 깊이 바라본다.
바람은 차갑게 울리지만,
그 움직임 속에서도 다정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움과 설렘으로 가득한 이 계절 속에서
우리의 손길은, 우리의 발길은
조용히 이어진다.
눈송이를 손바닥에 얹으며
그 투명함 속에서 너를 생각한다.
그 안에 담긴 차가움이,
어쩌면 가장 깊은 다정함일지도 모른다.
겨울의 마음을 함께 느끼며
눈부신 설원이 주는 정적 속으로
천천히 걸음을 내딛는다.
그 걸음이 이 계절을 빛내는 한 단락이 되고
우리의 삶 속에 새겨진 겨울의 기록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