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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Jusunshine Aug 04. 2024

사랑의 생일여행

06 .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K와 함께 2022년 7월 27일 영흥도에 여행을 왔다. 멋진 가이드로 바닷가를 구경시켜준 그. 우리는 마트에서 장을 보고, 탁 트인 넓은 창문에 바로 해변가가 보이는 펜션에 자리 잡았다. 그 펜션에서의 바다 풍경은 너무나도 멋있었다. 그날 저녁, 우리는 영흥도에서 처음 먹어보는 맛의 찰 광어회를 먹었다. "나는 원래 광어회를 좋아해. 그런데 이런 회는 처음 먹어보는 맛인걸?" 찰 광어는 일반 광어보다 약 1.5~2배 비싼 고급 어종이라 불리며, 일반 광어에 비해 육질이 단단하고 찰기가 뛰어나 씹는 맛이 일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찡그린 표정이 지어질 정도로 맛있는 감탄의 저녁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그렇게 많은 대화 없이도 아름다운 사랑의 밤으로 하루를 지샜다. 


내 옆에서 코를 골며 곤히 잠들어 있는 그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언제부터일까. 그 밖에 눈에 들어 오질 않는다. 말로는 설명 못할 그의 사랑스러움. 그의 사랑에 내가 힘이 나곤 한다. 나의 활력소가 되어주는 그의 멋있고도 귀여운 모습에 그의 볼과 입술에 뽀뽀를 해주었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그. 나는 어떻게 하면 그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그만 바라보면 너무나 신기하다. 학교가 끝난 하교길, 지하철을 같이 타고 다니던 고등학교 친한 동창 친구였던 그가 지금의 내 남자친구가 되었다니. 그의 큰 사랑이 담긴 넓다란 마음 바다에 '폭!'하고 퐁당 빠져들고 말았다. 그가 나의 오래된 친구였기에,  나의 감추고 싶은 흑역사 과거의 흔적을 용케도 잘 알고 있지만, 그가 나의 삶을 이해해 줄 수 있다면, 당연히 내가 그때 그 시절의 과거를 잊어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우리는 쨍쨍 내리쬐는 무더운 햇살 아래, 어두움이 그을려진 것만 같은 회색빛 갯벌에서 우리는 게와 조개를 찾아가며 바다를 즐기기도 했고, 또 다른 해변으로 넘어서서  K는 수영복을 입고 가슴까지 차오르는 바닷물에 들어갔다. 물과 함께 장난치는 K의 모습은 앙증맞은 장난꾸러기 소년 같았다. 나는 검은색 비키니를 입고 해변에 나가 바닷물에 발을 담그며 차갑지 않은 따뜻한 바닷물을 느껴보았다. 하늘이 주신 선물의 바다는 너무도 멋있고도 광활함이 흘러넘치는 최고의 장소였다.


우리는 아름다운 해변가에서 사진을 찍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재미있는 수다를 나누었다. 다시 펜션으로 돌아와 샤워를 마친 후, 펜션 옥상에 자리 잡아 앉았다. 그러고는 그가 그릴에 구워준 맛있는 장어, 대하, 조개를 먹게 되었다. 땀을 뻘뻘 흘려가며 펜션 사장님이 된 듯한 날렵한 짜임새로 나에게 맛있는 해산물 음식을 준비해 주었던 그. 그렇게 완성된 푸짐한 해산물 음식을 우리는 늦은 저녁 빛의 해변을 바라보며 같이 먹게 되었다. 그릴에 구운 해산물을 다 먹은 후, 그는 남은 조개와 대하로 맛있는 해물라면을 끓여주었다. 매운탕처럼 시원한 국물의 맛을 지닌 해물라면. 


그 많은 음식을 먹고 나니 배가 터질 것만 같았다. 배가 불러와도 너무나 맛있는 음식이었기에 참을 수 없이 한 점 한 점을 더 먹기도 했었던 나. 그가 나를 맛있는 음식으로 살을 점점 더 찌우게 할 모양이다. 맛있는 해물의 신세계로 인도해 준 그는 해산물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노련한 미식가였다. 여행을 떠나 그가 골라준 해산물 음식은 내겐 너무나도 맛있고도 정성이 느껴지는 음식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고 7월 29일 12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7월 29일은 내가 태어난 생일이었다. 펜션 주변에는 케이크를 살만한 곳이 없었나 보다. 내 옆에서 생일 케이크를 고민하고 있는 그에게 말했다. "난 오예스 케이크라도 괜찮아!" 나는 가까운 편의점에서 케이크 대체용으로 오예스를  먹어도 좋겠다고 말했지만, 그는 늦은 저녁 케이크를 사 오겠다며, 혼자 밖에 나갔다가 우리 숙소인 펜션으로 다시 돌아왔다. 


늦은 시간에 케이크를 살 곳이 없었다며, 허쉬 아이스크림을 사 온 그. 그는 생일 초는 어디서 구했는지 허쉬 아이스크림에 초를 3개 꽃아 생일 축하한다며 노래를 불러주며 작은 생일파티를 열어주었다. 너무나도 순수한 사랑의 눈빛으로 말이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쥬쥬 선샤인의 생일 축하합니다"허쉬 초콜릿 아이스크림 케이크와, 그의 생일 축하 노래. K는 내게 감동적인 사람이었다. 그의 몸짓, 제스처, 목소리, 표정 등 그가 하는 행동과 그의 말이 모두 다 사랑스러워 보였다. 예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그와의 깊은 사랑이 무엇인지 이제야 깨닫게 된다. 대화가 별로 없이 멍을 때리고 있더라도 그와 함께 있는 것이 너무나 좋기만 하다. 나는 그렇게 그와 함께 영흥도 바닷가 펜션에서 내 생일을 맞이했다. 


다음날 아침. 왜일까. 그와 함께 있으면 1초가 아까울 정도로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린다. 그와 3박 4일 여행을 끝내고 헤어질 생각을 하니, 너무나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같이 있어도 계속 그를 보고 싶었다. 그를 매일매일 보며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둘은 서로 같이 살고 싶어 하고 결혼이란 것을 원한다. 내가 결혼을 원한다는 것 또한 신기한 일이기도 하다. 나는 결혼을 원치 않는 독신 주의자, 개인주의 성향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나의 '독신 주의자'의 성향을 깨뜨렸던 것은 아름다운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그의 진정한 사랑의 향수였다. 


하지만, 내가 그의 아이를 낳는다면 잘 키울 수 있을까? 나 자신을 책임지는 것에도 미성숙한 내가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생각을 하자 걱정부터 앞서온다. 아이를 낳아 기른다면, 육아생활을 하며 성숙한 아줌마가 될 것 같다는 기분도 들어오긴 하지만, 결혼할 생각도, 아이를 낳을 생각도 없었던 내가 그와의 깊은 사랑에 사뭇 고민을 해보게 된다. "내가 늙어 할머니가 된다면 나와 그를 닮은 나의 자식이 하나쯤은 있어야 된다는 생각도 들어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우리의 미래 이야기지만,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 나를 보니 내가 그로 인해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다. 그의 사랑에 물든 나의 행복. 그 행복을 느끼고 있는 내가 K를 향한 나의 매혹적인 큐피트 화살로 그 또한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온다.


지난날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즐거웠고, 사랑했고, 행복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그 옆에는 우리가 다툰 시간과 서로에게 상처줬던 나날.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에 낙담하던 어두운 감정도 있었다. 밝음의 빛과 어두움의 빛의 이면을 매일 반복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회복했다.


나는 더 단단한 사람이 되고싶다. 혹시라도 우리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조금 지치거나 멈추고 싶을 때, 힘이되어주고 끌어주는 사람이 되고싶다. 감정이 상하더라도 쉽게 마음을 비워낼 수 있는 사람.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이 된다면 적어도 K는 기뻐할 것 같았다.나는 앞으로 더 바빠져야겠다. 나를 사랑하는 일도, 내가 좋아하는 일도, 계속해나가야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도 우리의 관계를 지키기 위한 일도 빠짐없이 해야한다. 나는 오래토록 지속가능한 사랑을 위해 오늘도 성실히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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