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비움으로 인생을 그리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만의 재능을 가지고 각자 다른 일을 하며 살아간다. 물론 기본적으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단 '나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일'로 자신의 삶을 채워가는 게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나는 내가 가진 색을 찬찬히 풀어보려 했다. 한 때, 나만의 존재가 설자리를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던 적이 있다. 초대받지 않은 인생무도회에 들어선 느낌이랄까. SNS에 지인들의 삶을 염탐하며 " 못 본지 오래 됐는데, 잘 살고있구나 " 부러움을 느낄 때가 많았다. 그 부러움을 느끼며 "나는 왜 이리 초라해 보일까?"라는 시쿤둥한 자괴감에 눌러앉으며, 멍한 눈초리로 한 숨을 푹푹 쉬어댄다.
"나는 열심히 산 거 같은데, 왜 이자리일까? 나 만큼은 잘 될 줄 알았는데.. " "왜 내가 얻고싶은 건 얻지 못했을까?"타인들에게 잘보이고 싶은 마음에 나를 숨겨 은둔생활을 하며, 굉장한 집중력을 발휘하며 살아왔던 기억이 문득 들어온다. "난 잘할 수 있을꺼야"라는 나의 다짐이 불연코 실패와 절망으로 삶을 차고 들어왔다. 내가 어렸을 적 상상했던 내 인생의 환상은 무심코 사라졌다. 세상은 생각과는 다르게 불투명하고 어두웠다. 이 어두운 세상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다시 나의 인생을 소망하는 일이었다. 그 불완전하고 불균형한 상태에서 미니멀리즘을 적용해 내 마음을 깨끗이 비워버렸다.
감사의 서랍을 조용히 열어서, 그 속에 한 가득 들어있는 마음들을 꺼내어보니, 그 동안 상처라고 생각했던 무수한 것들이 조금씩 무뎌져 갔다. 내 삶은 감사한 것들로 넘쳐흐르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풍요로움을 뒷전에 두고, 나와는 다름에 있어 느껴졌던 부러움과 질투. 타인의 개성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었다. 목표에 눈이 멀어 정작 가장 중요한 것들을 저버리며 비탄에 빠져있는 한심한 나를 바라보며 반성했고 비움을 통해 내가 누릴 수 있는 일상의 행복을 조금이라도 더 음미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던 어린시절처럼, 평생을 순수한 어린이 같은 동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