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EMUSEUM FASHION MUSEUM In ANTWERP
지금 김물이 묵고 있는 친오빠 집 입구. 목조 주택으로, 계단도 나무로 되어 있다. 이곳의 집 입구는 대부분 좁다. 처음에 이곳을 마주했을 때, 엘리베이터가 없는 이곳에서 30킬로가 넘는 짐을 어떻게 들고 올라갈지 막막했다. 그리고 실제로 계단이 매우 가팔라서 집중해서 올라가야 한다. 장난은 금물.
집 안으로 들어가면 깔끔하고 살기 괜찮지만, 건물 자체가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 월세가 100만 원이 넘으니,, 서유럽 물가를 실감할 수 있다.
앤트워프에 위치한 패션 박물관. Youth(18-26)는 5유로, 일반 성인은 12유로다. 들어가자마자 큰 화면에 다양한 디자인의 옷들이 있는데 클릭하여 자세히 볼 수 있다. 그러다가 발견한 Minju Kim의 옷.
오전 관람 이후 12시 30분까지는 점심시간이기 때문에 오후에 가게 된다면 12시 30분 이후부터 관람이 가능하다.
0층에는 이렇게 굿즈를 파는 공간이 있는데, 앤트워프 식스 Walter Van의 목도리도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한화 약 14만 원 정도로 100프로 모로 구성된 목도리인 점을 감안하면 괜찮은 가격인 듯하다.
다양한 엽서도 판매하고 있는데, 실제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의 사진들이다. 감명 깊은 작품이 있다면 저곳에서 엽서로 구매해도 좋을 듯하다.
굿즈 판매점 옆에는 copyright bookstore이 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명품 브랜드 책자를 볼 수 있다. 안에 내용은 촬영이 불가해서 보여주지는 못한다. 책 안을 보면 브랜드 역사를 다양한 사진들과 글로 볼 수 있다. 두께도 두께지만 가격도 상당하다. 69유로면 한화로 약 10만 원 정도다. 책 한 권에 10만 원이니 비싸다고 느껴지는데, 사실 안의 내용을 보면 그 정도 몸값을 지닐만하다.
앤디워홀과 우리나라 그라운드 시소 성수에서도 열렸던 웨스 앤더슨의 '우연히 웨스앤더슨'.
앤디워홀 책을 들여다보니 적나라한 여자와 남자의 몸이 묘사되어 있었다. 사실적인 묘사 때문에 사실 가장 재미있기도 했다.
전시장으로 올라가는 계단. 계단이 참 아름답다. 앤트워프 패션과 학생들은 저 계단을 올라가 3층에 있는 강의실로 간다고 한다. 꽤나 멋지다.
꼼데 가르송, 발렌시아가 등의 브랜드 드레스다. 몇십 년 전에 디자인되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되고 아름답다. 옷과 몸을 동시에 아름답게 해주는 역할이 디자이너인 듯하다. 과학적이고 예술적인 면을 모두 갖춰야 하는 것이 그들의 숙명 아닐까.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 꼼데 가르송의 Rei Kawakubo(레이 가와쿠보)의 작품이다. 일본 사람으로 이 작품들 외에도 레이 가와쿠보의 작품을 전시장 내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설명 대로, 위 옷들은 전통적인 미와 일반적인 여성의 틀을 깨뜨렸다. 등, 목, 가슴, 어깨, 엉덩이, 허리, 배, 엉덩이에 거위털을 넣음으로써, 옷을 입은 몸에 대해 점진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게끔 유도했고 여성의 보이지 않는 곳에 대한 기대를 아예 뒤집어 놓았다. 확고한 여성의 몸의 미에 대한 기준을 없애고자 한 시도가 아닐까.
마틴 마르지엘라의 작품. 검은색의 타이트한 옷 위로 투명한 조끼가 있는데, 자세히 보면 투명한 것이 절대 검정 옷에 붙지 않는다. 붕 떠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모든 작품에는 의도가 있고, 그 의도부터가 예술의 시작이다. 얼마나 많은 공부와 연구가 있어야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겠는가.
코로나 시대가 오면서 런웨이 대신 인형이 옷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인형은 마네킹의 시초이기도 하다.
신기한 점은 실제 옷 디자인에 크기만 줄인 것이라고 한다. 매우 섬세한 손길이 필요해 보인다.
Walter Van의 sleeping beauty라는 작품이다. 가까이 가면 실제로 숨을 쉬듯 배가 꺼졌다, 부풀었다 한다고 하는데, 나는 왜 보지 못했을까.. 친오빠가 알려줘서 알았다. 인형이지만 실제 사람의 크기와 똑같았고 신발 신은 모습마저 너무 리얼했다.
심리학자이자 의사인 프로이트는 인형과 마네킹은 살아있는 물체와 무생물 사이의 불편한 경계를 넘나들기 때문에 기묘하다고 묘사한다. 프로이트는 아이들은 인형을 살아있는 존재로 취급하고 심지어 인형이 살아있다고 믿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 달리 어른들은 인형의 삶과 죽음 사이의 모호함 때문에 우리를 혼란스럽고 두렵게 한다고 믿는다. 이를 기반으로 Walter Van은 Sleeping Beauty라는 설치 작품을 만든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Walter Van Beirendnock은 현실과 상상 속에 존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도록 한다.
패션 박물관에서 조금 더 가면 Dries Van Noten의 매장이 있다. 외관은 물론 내부도 고풍스럽다.
로퍼, 부츠, 옷. 아직 학생인 나이기에 내 돈으로 살 수 없는 금액의 패션 아이템들이다. 허나 나는 사지 못해도 곧 잘 명품 매장을 들어가곤 한다.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안목 키우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급 아이템들은 어떤 마감 처리가 되어있고 어떤 옷들이 있는지 관찰한다. 이런 시도는 내가 나중에 옷, 가방 등을 살 때 도움이 된다. 내가 살 수 있는 선에서 같은 가격이라도 더 좋아 보이는 옷들과 가방을 구입할 수 있다.
이러한 습관은 패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김물이 전시회를 자주 다니는 이유도 이곳에 있다. 전시회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가는 전시회마다 100퍼센트 흡수하는 것은 아니다. 보아도 어려운 작품들이 더 많다. 하지만 계속해서 전시회를 찾는 이유는, 좋은 작품을 보면 볼수록 나의 디자인 뱅크 금고가 쌓이기 때문이다.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글을 쓸 때 이러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
'그때 본 작품 같은 형태 괜찮았는데.'
'그때 본 글 형식 좋았는데'
매일 들리는 마트. 어머니의 추천으로 Groenplaats 역 앞에 있는 Albert Hejin이라는 마트를 주로 간다. 이곳에서 코카콜라를 정리해 온 모습이 중독되어서 사진으로도 남겼다.
들어가는 카페마다 'chai latte'라는 메뉴가 있다.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아서 시도해 보았다. 직원에게 향이 강하냐고 물어보니 크게 강하지 않고 위에 시나몬 가루가 뿌려져 있다길래 바로 시켜보았다. 맛은 약간 매운데 한번쯤 시도해 볼 만하다. 추운 날에 몸 녹이기 딱 좋다.
그리고 대부분의 카페는 음료를 시키면 작은 과자를 준다. 받는 손님 입장에서는 작지만 큰 기쁨인 것 같다. 김물도 나중에 많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꾸리게 된다면 항상 서비스 과자를 내놓을 것이다.
정육점에서 구입한 삼겹살과 소시지. 그리고 감자전. 감자전은 어떻게 만들었냐고? 생감자를 치즈 가는 도구를 사용하여 갈았다. 잘 갈려서 좋다. 그리고 감자의 결이 살아 있어서 한국에서 먹는 감자전보다 더 맛이 좋았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감자전을 위한 치즈 가는 도구를 사야겠다.
독일 소시지는 아직 먹어보지 못했지만 그 대신 벨기에 소시지는 먹어보았다. 고기가 씹히는 맛이라서 너무 맛있게 먹었다. 가격도 비싸지 않았다.
이곳 고기 물가는 어느 정도냐 하면, 삼겹살 500그람과 소시지 한 개를 사면 8유로 조금 안 되는 가격이다. 만원 조금 넘는 가격이라고 보면 된다. 굉장히 저렴하지 않은가? 이러니 외식보다 집에서 해 먹는 게 좋을 수밖에 없다.
저번 편에서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하지만 이곳 벨기에와 우리나라의 차이점을 꼽으라면 사람과 교통이라고 언급했다. 그 중에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풀어가보겠다.
먼저 사람을 첫 번째로 뽑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서양국가가 대부분 그렇긴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끼리 눈이 마주쳐도 싱긋 웃어준다. 꼭 아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말이다. 직접 경험해 보면 참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이다. 목적이 있는 웃음도 아니고 진실로 눈이 마주쳐서 내미는 미소다. 이곳의 문화지만 나는 이 문화가 한국에 정착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처음 와 무표정의 거리를 보고 놀랄 외국인들을 위해 나와 눈이 마주친다면 싱긋 웃어줘야겠다.)
사람들이 친절하지만 단호하다. 두 번째 편에서 비슷한 상황을 언급했지만 한번 더 언급해 보겠다. 김물은 매장 점원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다. 그분이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익스큐즈미 하며 바로 질문을 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이렇다. "나 지금 이 숙녀분을 상대하고 있어. 지금 답 못해." 사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나라 서비스업에서는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만약 거절은 한다 해도 "죄송합니다. 고객님. 제가 지금 다른 손님을 응대하고 있어서요. 조금만 대기해 주시면 금방 도와드리겠습니다." 하며 미안하다는 말을 무조건 꼭 해야 한다. 알바 경험이 많은 김물조차 이러한 방식으로 알바를 해왔다. 첫 말은 무조건 죄송합니다로.. 식재료가 없어도 죄송합니다, 카드가 안 먹혀도 죄송합니다, 마감시간에 손님이 들어와도 죄송합니다로 시작하며 거절을 해야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손님을 제대로 응대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순 있어도 순전히 가게, 직원들의 잘못은 아닌데 말이다. 이곳 사람들은 남을 배려하되 자신을 심하게 굽히면서 사람을 대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서비스업에 있는 사람이어도 말이다. 그래서 이곳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우리나라보다 낮을 것 같다.
만약 당신이 서울역에서 부산을 가는 티켓을 직접 산다고 가정해 보자. 직원분께 흔히 하는 말은?
"부산 가는 기차 4시 30분 티켓 주세요"라고 하지 않는가? 나 김물은 적어도 그렇다. 이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이곳에서도 동일하게 말하곤 한다. 그때마다 공통으로 듣는 말은 "Hello"이다. 인사부터 하라는 뜻이다. 그렇다. 이곳은 어떻게 되었든 인사부터 친절히 건네어야 한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손님이 인사를 하지 않으면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였으면 서울역 지원이 과연 내가 앞에 한 말을 모두 무시하고 "안녕하세요 손님." 할 수 있을까? 나는 할 수 없다고 본다.
단호하지만 친절하며, 개인의 위상이 철저히 보호되는 곳이라 놀라우면서도 배울 점이다. 갑질의 논란이 끊이지 않는 우리나라에 비해 이곳은 모든 사람이 동등한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느낌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