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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물 Jan 20. 2023

일상과 여행 사이 1/17

앤트워프에서 평범한 날

유럽의 대부분이 그렇지만 과일이 참 싸고 맛있다. 여름에 유럽(프랑스)에 왔을 때는 납작 복숭아를 질리도록 먹었던 기억이 있어 마트를 갈 때마다 과일 코너를 유심히 보곤 한다. 겨울 벨기에에서는 포도와 귤을 자주 사 먹고 있다. 포도는 스테비아 방울토마토처럼 한국의 포도보다 훨씬 달고, 귤은 오렌지와 귤 사이의 맛이 난다. 단점은 귤에 씨가 있다. 


이곳에서는 외식 대신 집에서 요리를 해서 먹고 있다. 타지에 있으니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잘 먹는 느낌이지만 식재료가 비싸지 않아서 요리를 하게 된다. 외식은 그에 비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주로 돼지고기를 많이 먹고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한식도 잘해 먹는다. 이 날은 소고기를 먹어보고자 집 앞 정육점에서 소고기를 사고, 마트에서 각종 야채를 사 왔다. 


돼지고기는 우리나라 보다 부드럽고 기름도 적어서 굉장히 만족했다. 하나 기름이 적은 것이 소고기에도 공통 사항이었는지.. 소고기에도 기름이 너무 없는 게 아니겠는가.. 너무 퍽퍽한 고기라서 살짝 실망했지만 파프리카와 양송이버섯이 맛있어서 즐겁게 먹었다. 아참, 홀그레인 머스터드도 한몫했다.


앤트워프가 애니메이션 '플란더스의 개'의 배경 지라는 사실 알고 있는가? 김물은 어릴 적 티비에서 틀어주는 플란더스의 개를 보고 한참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마지막에 네로가 파트라슈와 성당 앞에서 숨을 거두는 장면은 마음이 아팠던 장면이기에 쉽게 잊을 수 없는 추억 속의 만화다. 


플란더스의 개의 배경이 바로 이곳 성모 마리아 성당이다. 그래서 성모 마리아 성당에 가면 저렇게 네로와 파트라슈의 동상이 있다. 생각보다 귀여운 모습을 한 네로와 파트라슈지만 어릴 적 기억을 건드리듯, 그들의 삶에 감정이입을 하여 그냥 보고 지나칠 수 없었다. 네로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었다.


앤트워프 시청사. 밤에 오면 불빛이 켜져서 더 이쁘다고 들었는데 아직 밤에는 와보지 못했다. 이곳에서 학생들이 견학올 온 듯, 종이를 들고 무언갈 쓰면서 있었는데 김물이 중학교 때 박물관으로 견학을 가서 과제로 내준 문제를 풀었던 기억이 났다. 어디를 가든, 사람 모습은 다 똑같구나 싶었다. 

에스꼬강 주변으로 가면 저런 관람차가 있다. 입장료는 10유로 정도라고 하는데, 나는 타지 않았다. 낮에 가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었고 사실 관람차 제외하고는 크게 볼거리가 많지는 않았다. 

그 대신 강가에서 이런 수상 버스를 발견했다. 화요일과 목요일에 운행한다고 하며, 브뤼셀 까지 연결한다고 한다. 현지 사람들이 이동하기 위해 이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강가 투어를 마치고 다시 안쪽으로 돌아와 길을 걷던 중, 공차를 봤다. 아직 오픈 준비 중이었다. 이곳 외에도  버블티를 접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버블티 가게가 있지는 않고 마트에서 아시안 코너에 심심찮게 포장된 버블티를 발견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마트 입구에 대부분 꽃을 판다. 꽃집이 따로 있지는 않고 이렇게 마트 어디에서나 꽃을 볼 수 있다. 덕분에 꽃다발을 들고 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짓게 된다. 꽃 받는 사람도 좋지만 꽃을 주는 사람도 충분히 행복하다. 꽃을 들고 가는 동안만이라도 특별한 날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꽃을 들고 가는 사람을 보는 다른 사람들도 행복하다. 꽃을 든 사람이 어떠한 이유로 꽃을 들고 가는지는 모르지만 대게 좋은 이유로 아름다운 꽃을 들고 가겠노라 추측하기 때문이다. 싱그러운 아름다움을 지닌 꽃이 마트에 있음으로써, 이러한 아름다움이 일상 속에 녹아 있는 기분이라 일상의 낭만을 책임지는 듯 보인다. 


그리고 마트에 가면 저렇게 즉석에서 과즙 주스를 만들어 주는 기계가 있다. 가격은 7유로 정도로 비싼 편이지만 다른 첨가물 없이 오로지 과즙만을 느낄 수 있다. 맛은 당연하니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길거리 서커스. 매번 궁금하지만 저 기술은 어떻게 익히는 걸까..

서울에 따릉이가 있는 것처럼 이곳에도 공유 자전거가 있다. 줄지어 있는 자전거가 귀엽다. 자전거 크기는 따릉이와 비슷하다!

앤트워프 센트럴 역 주변에 차이나 타운이 있다. 차이나 타운 안에는 아시안 마트가 있다. 우리나라 쌀 대신 태국 쌀을 먹으며 생활하다 보니 점점 sticky 한 것이 먹고 싶어, 우리나라 쌀을 사러 간 것이다. 

이곳에서 막걸리는 물론 우리나라 보다 다양한 종류의 소주를 발견했다. 구매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 보다 다양한 소주들을 보자 웃음이 났다. 가격이 조금만 저렴했어도 재미로 구매해서 맛보았을 것 같다. 

저녁으로는 직접 만든 까르보나라와 남은 소고기를 구웠다. 까르보나라 소스는 시판용이긴 했지만 우리나라와 사뭇 다른 맛이었다. 이탈리아 여행 때 먹었던 까르보나라와 비슷했다. 계란 흰자 맛이 조금 더 강했다. 나는 이런 맛이 더 좋다. 하지만 우리나라 까르보나라의 꾸덕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이곳 양파는 참 작다. 알감자와 크기가 비슷하다. 그래서 요리할 때 굳이 남기지 않고 마음 편히 다 쓸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다. 


조금씩 다 다르지만 사람 사는 곳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와 그래도 다른 점을 말해보자면 첫 번째로 당연히 사람들이고 두 번째로는 교통이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공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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