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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물 Apr 05. 2023

[물 zip 5호] 걸어서 느끼는 진짜 여행, 속초에서

강원도 뚜벅이 여행


마케터가 보는 00, 마케터가 보는 여행

안녕하세요. 여러분. 물입니다.


벌써 한 주의 아침이 밝았어요. 지난 주말 다들 벚꽃 구경 잘하셨나요? 집 밖에만 나가도 물들어 있는 나무들 덕에 제 마음도 덩달아 따뜻해진 것 같아요. 앙상했던 나뭇가지가 풍성한 벚꽃과 새싹으로 되어있는 것을 보니 봄이 온 게 묵직이 느껴졌어요. 또 코로 공기를 들이마셨을 때도 더 이상 알싸한 공기가 아니라 별로 타격감이 없는 미지근한 공기이더군요.


저는 지난 주말에 속초 여행을 다녀왔어요. 오랜만에 국내 여행이라 정말 기대했었는데요. 차 없이 제 두 다리에만 의존해서 다닌 뚜벅이 여행이었답니다. 짐도 최대한 간편하게 해서 챙겨갔었어요. 화장품과 위에 티 한 장, 잠옷 바지 하나가 끝이었어요. 그리고 저는 어딜 가나 늘 메모장을 지니고 다니는데요. 메모에 대한 강박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메모장도 쿨하게 서울에 두고 다녀왔답니다. 이번에는 글 대신에 제 코와 눈을 믿고 잔뜩 담아왔어요.


날이 좋아서 걸어 다니는 모든 길이 '내가 여행 왔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어촌 시골 마을답게 길에서는 생선을 말리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바다와 어우러지는 낮은 지붕들의 집을 보고 있자니 너무 평온해지더라고요. 최근 입사를 앞두고 어느 정도의 부담감은 지니고 있었는데 그런 부담감을 조금은 내려놓고 입사 전 준비를 잘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행을 적게 다니진 않는 사람이지만 늘 드는 생각은 '여행은 무엇일까'인 것 같아요. 그만큼 저는 매 여행에서 느끼는 부분이 모두 다르기 때문인데요. 동해 여행을 올 때면 여행에서는 '놓는 마음'이 가장 필요함을 느껴요. 원래 있던 곳에서는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 '애'를 썼다면 동해 여행지에서는 그런 애를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에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자연스러움에 더 자연스레 반응하는 유한 여행자가 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겨울 2일인데 흘러가는 대로 살아도 아무 문제없지 않을까요? (웃음)


도착하자마자 속초 해변을 보고 아바이 마을에 가서 오징어순대를 먹었어요. 맥주 한 잔과 곁들이며 먹었는데요. 저는 사실 오징어순대를 먹으러 속초에 갈 만큼 오징어순대를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그런지 정말 감탄을 하면서 먹었답니다. 일부러 자리도 야외에 앉아서 바다를 보면서 먹었어요. 그 후로 영금정도 가고 시장도 가고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은 모조리 다녔던 것 같아요. 그날에 2만 보는 걸었더라고요. 그렇게 많이 걸었는지도 몰랐는데 걷다 보니 2만 보였어요. 그만큼 힘든 줄 모르고 열심히 걷고 느낀 홀딱 반한 여행이에요.


사실 저는 평생 다닌 여행지 반이 강원도일 만큼 강원도를 정말 많이 다녔던 사람이에요. 그래서 속초도 여러 번 갔었고요. 그런데 이번에 다녀온 속초가 제 인생에서 가장 '잘' 즐겼던 속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요?


첫 번째로는 걸어 다녔기 때문이에요.

걸어 다니며 즐기는 여행은 여행지의 공기를 맛볼 수 있는 여행이에요. 그곳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답니다.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그곳의 로컬 분위기는 어떤 명소보다 더 기억에 남을 거예요. 저는 걷다가 발견한 작은 초등학교 '청호초등학교'가 기억에 남아요. 저학년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작고 이뻤거든요.


두 번째로는 깊은 생각을 안 했기 때문이에요.

저는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얻는 것'에 집착했던 것 같아요.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이 여행을 통해 제가 무엇을 느꼈는지에 어쩌면 조금 집착했을지도 몰라요. 여행은 삶의 축소판이라 힘든 점도 많지만 그만큼 깨닫는 것도 많다고 생각해 왔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번에는 메모장도 내려놓고 간만큼 깊은 생각 없이 온전히 '속초 여행'에만 집중을 했어요. 고민을 모두 내려놓고 동해 바다색에 집중하고, 눈앞에 있는 음식에 집중하고, 그곳의 분위기에 집중했답니다. 여행지에 가서 삶에 대한 답과 방향을 찾아도 좋지만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여행지에 몸과 마음을 모두 맡기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세 번째로는 정말 가고 싶은 곳만 갔기 때문이에요.

유명한 여행지일수록 사람들이 뽑아주는 가야 할 명소가 있지요. 저도 여행을 가기 전에는 무조건 다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검색 창에 '00 놀 거리'하면서 검색해 보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차 없이 걸어 다니다 보니 갈 수 있는 공간도 한정적이기도 했지만 유명한 곳이라고 언급된 곳을 찾아보는 그 순간 '이곳들이 내가 원하는 곳들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곳에 가기 전에 갈 곳을 정해두는 것은 여행지의 내가 아니라 집에 있는 내가 정하는 것이잖아요? 저는 여행지 속의 제가 정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여행지에서 방문한 식당이나 카페는 모두 찾아보지 않고 즉석에서 찾아갔어요. 여행지에 저를 맡겼던 것이에요.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좋은' 여행이었어요. 여행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왔답니다. 여행지의 냄새와 바람에 더 집중하는 기분을 알았으니 저는 이 기분을 현생에도 적용해 보려 해요. 눈앞에 있는 일에 집중하고, 이 글을 적는 지금에 집중하고, 집에 오면 쉬는 것에도 집중해 볼게요. 여러분도 현재의 냄새와 바람에 더 집중하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라요. 이번 일주일도 파이팅입니다 :)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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